[Opinion] 전통의 계승인가 잔인한 동물학대인가, 스페인 투우 [해외문화]

글 입력 2016.08.05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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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던 한 학기 동안의 어학연수가 어느덧 마무리 되어가는 이 시점, 내가 스페인에 머무는 동안 최대한 이곳 스페인의 문화와 예술을 많이 소개하고 싶었던 마음에 비해 아직 다양한 컨텐츠를 다루지 못해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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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에도 스페인의 투우는 꼭 다루고 싶었던 주제가 아닐 수 없다. 막연했던 투우에 대해 알게 되면서 다소 놀라웠던 것은 우리의 생각보다 아주 다양한 형태로 투우 비슷한 행사들이 진행되고 있고, 그러므로 투우를 문화적 관점, 동물학대적 관점에서 가치 판단하는데 더욱 어려움이 있다는 것과 스페인 내에서도 투우를 향한 논쟁이 여전히 뜨겁게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곳에서 수업을 하는 동안 그리고 현지 친구들을 사귀는 동안 그저 전통과 문화라고만 보기엔 다소 무거운 ‘투우’라는 주제가 우리의 대화에 이미 여러 번 등장했었고 모두가 각기 다른 관점에서 이에 대한 다양한 이견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 꽤나 흥미롭기도 했다.

 아마 우리는 투우를 스페인을 대표하는 하나의 심볼로만 여겼을 뿐 가치 판단이 필요한 토론의 주제로 생각해 봤던 일은 아마 드물었을 것이다. 따라서 여전히 갑론을박이 한참인 ‘투우’에 대해 소개하고 나는 어떤 주장을 지지하고 싶은가 잠시나마 생각에 잠기길 희망하며 기사를 시작하려 한다.





투우란 기원와 진행방식

 투우는 스페인어로 또로스(Toros)라 불리며, 목축과 농업의 풍요를 기원하기 위하여 황소의 죽음을 신에게 바치는 의식에서 비롯되었다 전해진다. 투우는 스페인 이외에 프랑스 남부, 포르투갈, 남아메리카 등지에서도 오래 전부터 행해 왔으나 나라에 따라 투우의 전개 방식에 약간의 차이가 있다.

 내가 소개하고 싶은 스페인의 투우는 매년 봄 부활제의 일요일부터 11월까지 매 일요일에 마드리드•세비야 등의 도시에 있는 아레나(arena)라고 하는 투우장에서 개최된다. 투우는 오래 전부터 엄격한 규칙에 따라 행해지고 있으며, 투우사 중 주역을 마타도르라 하고, 그 밖에 작살을 꽂는 반데릴레로가 두 사람, 말을 타고 창으로 소를 찌르는 피카도르가 두 사람, 페네오라는 조수 여러 사람이 일단이 되어 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투우에 등장하는 소는 투우장에 내보내기 전 24시간을 완전히 빛이 차단된 암흑의 방에 가두어 둔다. 장내 문을 엶과 동시에 투우사는 빨간 천을 이리저리 휘두르면서 소를 흥분시킨다. 소는 어두운 데 갇혀 있다가 갑자기 비추는 강렬한 햇빛과, 붉은 헝겊의 조롱을 받아 미쳐 날뛰듯 장내를 휘젓는다.

 그리고는 반데릴레로가 등장하여 6개의 작살을 차례로 소의 목과 등에 꽂는다. 이 후 곧바로 주역 마타도르가 검과 붉은 천을 들고 등장해 거의 미쳐 버린 소를 상대로 싸운 후, 장내의 흥분이 최고도에 이를 무렵 돌진해 오는 소를 목에서 심장을 향해 검을 찔러 죽임으로써 투우는 끝난다.



투우 존속에 대한 찬반양론과 투우의 법적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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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인 투우는 오랜 역사를 가진 스페인 전통문화로 스페인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주요한 문화적 요소임이 분명하다. 따라서 투우의 존속에 찬성하는 스페인 사람들은 투우를 단순한 도살 오락이 아니라 소와 인간의 죽음을 건 의식이며 또 예술이라 주장하기도 한다. 한편, 호기심으로 경기를 관람했던 사람들마저 도저히 끝까지 볼 수 없다고 말할 만큼 투우는 잔인하고 명백한 동물학대의 현장이기도 하다.

  2010년 스페인 카탈루냐 의회는 투우를 법으로 금지했고 이어 멕시코, 에콰도르의 몇몇 도시에서 오락을 위해 동물을 죽이는 행위를 법으로 금지했다. 투우 경기 숫자도 매년 감소 중에 있으며 스페인 국민들 또한 세금이 투우 산업을 지원하는데 쓰이는데 반대하고 있다. 전통'이라는 주장과 '동물 학대'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확실한 것은 투우의 규모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투우에 대한 개인적 입장

 나 역시 투우에 대한 확고한 의견을 내놓기란 어렵다. 하지만 생각해 볼 건, 단순히 동물학대에만 포커스를 놓고 반대를 주장할 쉬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개인적인 입장으로는 ‘투우’에 대해 열렬히 지지하는 것은 아니나 무장적 반대하기에는 고려해야 할 사안들이 꽤 있다고 생각한다. 투우 경기에 이용되는 소들의 죽음에 안타까움을 느끼지 않는 것이 전혀 아니다. 그러나 스페인의 투우에는 전통적 가치를 넘는 의미가 있다.

 투우는 이미 스페인 전반의 경제적, 정치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사안이 아닐 수 없다. 투우는 스페인을 상징하는 큰 이미지로 자리잡아있고 많은 논란에도 매년 수많은 관광객들은 투우를 관람하기 위해 투우장을 방문한다. 지자체는 투우로 인한 수입으로 지방운영을 해나가고 있으며 이러한 경제적 이득은 곧바로 정치적 문제와 연결된다. 위에서 말했듯 카탈루냐 지방은 현재 투우를 법적으로 금지했다. 그러나 경제적 자립 능력이 충분한 카탈루냐 지방에서는 잔인하고 동물학대적인 투우를 중단하는 것이 다소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스페인 전역의 소도시는 이러한 행사로 지방 살림을 꾸려나가고 있으며 이는 지방 투우 관련 축제가 더 활성화되어 있고 이 곳의 시민들이 투우의 존속에 대해 강하게 지지하고 있다는 사실로 더욱 설명이 된다.



전통이라는 의미 이상의 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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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전히 투우를 비롯한 비슷한 테마에서 전통인가 동물 학대인가에 대한 논란은 이어져 오고 있고 여기서 우리는 전통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당연히 전통이라는 것이 살아있는 생명에게 폭력을 가하는 행위를 정당화 시키는 어떠한 면죄부가 아니다. 더군다나 여기서 살아있는 생명이라는 것의 의미가 인간이라면 나는 이에 반대한다고 정확하고 강력히 말할 것이다.

 그러나 내가 다소 애매한 입장을 내어놓은 것은 동물이 인간보다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 아닌 이미 우리 사회에 내려오는 전통이 하나의 문화적 가치를 넘어 수많은 사람들의 이해관계에 묶여있어 쉽게 가치 판단하기에 쉽지 않고 어떠한 결정이 또 다른 사회적 문제를 양산해 나갈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투우의 존속은 여전히 스페인 사람들이 오랫동안의 갑론을박 속에서도 속 시원한 결론을 내지 못하듯 어려운 사안임은 분명하다. 따라서 나는 이 기사를 통해 우리가 양측 중 어떤 의견에 조금 더 공감하고 지지하고 싶은지 고민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양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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