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연극 - 달빛 크로키, 사랑의 단상에 대하여

으랏차차스토리 새 연극
글 입력 2016.08.03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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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view] 연극 <달빛 크로키>, 사랑의 단상에 대하여
<형제의 밤> 으랏차차스토리 새 연극 <달빛 크로키>



※주의※ 내용에 대한 각종 추측이 난무합니다!
하지만 근거는 없이, 그냥 상상일 뿐이에요 :)


달빛크로키_포스터_0717.jpg


 사랑한다는 말을 할 수 없었던 어느 시대, 사람들은 사랑한다는 말 대신 ‘달빛이 참 예쁘네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일화의 진위를 떠나더라도 달빛은 햇빛과는 달리 은은하고 흰 빛을 고요히 내뿜는 데에서 사랑을 떠올리게 한다. 명확한 연결고리를 찾기 보다는, 그냥, 그런 은은한 평화로움을 보다보면 유독 정인(情人)의 생각이 난다. 그리고 한 편으로는 쓸쓸해진다. 연극 <달빛 크로키>가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이런 면에서 지극히 당연한 일일 지도 모른다.

 <달빛 크로키>는 ‘옥탑방 크로키’와 ‘참깨라면’ 두 이야기로 이루어진 옴니버스식 연극이다. 공통점이라면 사랑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외로움이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는 것이다. 첫 이야기 ‘옥탑방 크로키’는 세 명의 주연 배우가 모두 여성이다.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이 연극은 한 남자를 둔 세 여자의 이야기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 이야기는 동성 간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는 평소 이성애중심주의적 사고관에 ‘찌들어’있다. 이 표현은 강할지 몰라도 정확하다. 해외에서 3주 동안 여행하면서도 ‘남자친구랑 왔냐’는 질문을 얼마나 많이 들었는지 모른다. 사랑하는 사람은 꼭 이성이 아니다. 다만 ‘사람’일 뿐이다.


달빛크로키_옥탑방크로키_카드.jpg


 소여와 미라, 유리 세 여자의 사랑이야기는 미라와 유리의 사랑을 받는 소여의 부재 속에서 미라와 유리의 이야기로 구성된다. 미라가 소여를 떠나 결혼을 한 배경은 자세히 설명되어있지는 않지만 아마 사회적 시선 때문이리라. 사회의 시선 앞에서 좌절한 미라와 사회의 시선에도 불구하고 당당해지려던 유리. 두 사람이 생각하는 사랑이란 뭘까. 미라는 왜 결혼을 한 후에도 자연스럽게 전 연인 소여의 집에 찾아온걸까. ‘대부분’이 아닌 사람의 사랑은 어떤 것일까. 같은 사랑이지만 편견에 휩싸여있던 우리에게 사랑의 본질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으리라 믿는다. 


달빛크로키_참깨라면_카드.jpg

 
 두 번째 이야기 ‘참깨라면’은 헤어진 연인의 재회를 다룬다. 마치 어제 ‘안녕’하고 헤어진 후에 돌아온 듯이 세경은 지훈의 집에서 익숙하게 라면을 꺼낸다. 라면은 가장 흔한 자취 식량이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일상으로 복귀한 ‘척’ 하는 것이다. 그리고 세경은 참깨라면이 1개밖에 남지 않았다며 펑펑 운다. 
 세경은 왜 운걸까. 라면이 한 개 밖에 남지 않은 가난이 슬퍼서? 참깨라면을 싫어하는 자신의 식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지훈이 참깨라면 한 개만 사다둬서? 혹은 참깨라면을 좋아하는 자신의 취향을 기억하고 세경을 위한 참깨라면 한 개를 남겨둬서? 많은 추측이 가능하다. 하지만 결국 세경은 ‘그냥’ 울었을 거다. 찬장에 있던 것이 참깨라면이었던 것도, 혹은 한 개였던 것도 중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미리 이 두 이야기에 대한 설명에서 내가 읽은 사랑의 본질은 외로움이다. 서로의 외로움을 이해하고 달래주는 것이 사랑이었다. 소여, 미라, 유리의 사랑은 사람들의 상식에서 소외된 외로움이며 서로를 바라봄에도 온전하지 못해서 비롯되는 외로움이다. 혹은 사랑받지 못해서 생기는 외로움일지도 모른다. 지훈과 세경은 서로 해결해 줄 수 없는 외로움에 빠져 이별했지만 서로를 떠난 뒤에는 외로움에 그리움, 사랑의 감정까지 더해져서 더욱 힘든 탓에 서로를 다시 찾았을 것이다. 
 하지만 사랑하지 않는다고 외로운 것이 아니고 사랑한다고 해서 외로운 것이 아니다. 인간은 원래 외로운 존재다. 이를 인정하고 끊임없이 함께 외로워하며 위로하고 나아가는 것이 인간의 사랑이다. 연극 <달빛 크로키>는 단 한 장의 설명만을 통해 이렇게나 많은 생각을 끄집어냈다. 소여 없는 미라와 유리가 말하는 사랑은 어떤 것일지, 그리고 세경은 왜 운 것일지. 사랑의 단상을 보여줄 <옥탑방 크로키>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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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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