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영화 바그다드 카페, 한 여성이 가져온 변화 [시각예술]

글 입력 2016.07.23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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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렉터스컷으로 재개봉중인 이 영화의 배경은 미국 서부, 라스베가스 부근의 사막이다. 나는 너무 단순한 사람이라 제목만 보고 이라크 바그다드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일거라 생각했었다(...;;) 어쨌거나 영화의 시작은 독일인 부부의 싸움으로 시작한다. 미국으로 여행 온 독일 부부는 사막에 차를 세워두고 말다툼을 벌인다. 결국 부부는 따로 갈라져 남편은 그대로 차를 탄 채 떠나버리고 사막엔 아내 혼자 남겨진다. 무거운 여행 가방을 끌고 묵을 곳을 찾아 계속 사막을 걷는 여인의 쓸쓸한 뒷모습과 함께 흘러나오는 영화의 OST, Calling you는 건조하고 황량한 사막의 분위기와 너무나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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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는 그렇게 무더운 사막 속에서 한 모텔을 발견한다. 모텔의 사무실 앞 쇼파에 앉아있던 흑인 여성과 독일 여성, 야스민이 만나는 장면은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이다. 야스민이 모텔을 찾기 전, 영화에선 이 흑인 여성의 고달픈 삶을 잠시 보여준다. 모텔의 주인이자 바그다드 카페를 운영하는 브렌다는 외롭고 힘든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그녀의 남편은 게으르고 아내의 말도 잘 듣지 않는 사람이며 그녀의 두 아이들 또한 마찬가지이다. 아들은 자신의 아이는 내버려 둔 채 피아노 연습에만 몰두하고 딸 또한 본인의 연애사업을 즐기느라 다른 일엔 도통 관심이 없다. 집안일과 카페 일, 청소 등 모든 것을 브렌다 혼자 짊어지고 있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그런 삶의 무게는 점점 더 그녀를 괴팍하고 신경질적인 사람으로 만들어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남편을 닦달하게 되고 남편은 오히려 집을 떠나겠다며 그녀에게 어깃장을 놓는다.

결국 남편은 떠나고, 그에게 떠나라 소리쳤지만 쇼파에 앉아 남편을 기다리며 눈물을 흘리는 브렌다의 모습은 처음부터 그녀가 억척스럽고 날이 서 있는 여성이 아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게 남편들을 떠나보낸 두 여성은 눈물과 땀을 닦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며 처음으로 마주한다. 이 장면에서도 Calling you가 흘러나오며 그녀들이 느끼는 감정에 더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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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야스민이 아니라 문슈테드나 부인이라고 소개하던 여성과 남편도, 차도 없고, 심지어 가방엔 남자 옷만 가득 들어있는 야스민을 경계하여 경찰까지 부르던 브렌다는 조금씩 변화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모텔과 카페를 혼자 운영해야 하는 것도 모자라 자식들 뒤치다꺼리와 손자까지 봐줘야 하는 브렌다의 일상을 지켜보던 야스민은 어느 날 브렌다가 식료품을 사러 간 틈을 타 그녀의 사무실을 말끔히 청소하고 아이까지 돌봐준다. 돌아온 브렌다는 왜 이런 짓을 했냐며 화를 벌컥 내지만 내심 마음에 들어한다. 그렇게 야스민은 브렌다 가족과 모텔 주변 낡은 캠핑카에서 생활하던 화가 콕스, 타투이스트 데비 등 바그다드 카페를 둘러싼 사람들의 지루하고, 웃음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일상에 조금씩 스며든다.

그녀는 브렌다의 아들 살라모가 항상 연주하던 바흐의 평균율 1권 1번 프렐류드를 진지하게 감상하며 그의 음악을 이해해주고 밖으로만 나돌던 딸 필리스에게는 친구가 되어준다. 또 그녀를 그리고 싶다는 늙은 화가 루디 콕스의 부탁을 받아들여 그림 모델 또한 되어준다. 재밌는 것은 콕스가 그림을 그릴 때, 옷으로 몸을 꽁꽁 감싼 채 앉아있던 모습에서 점점 한꺼풀씩 옷을 벗어재끼고 나중에는 알몸 차림이 된다는 것이다. 그녀가 문슈테드나 부인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하던 모습에서 야스민이라 부르라며 조금씩 마음을 열고 브렌다와 다른 사람들에게 다가간다는 것을 영화는 색다른 연출을 통해 보여준다. 그렇게 마음을 열고 서로를 받아들인 사람들은 일상 속에서 웃음과 즐거움을 되찾는다.

하지만 야스민의 관광 비자 만료일이 다가왔고 그녀는 다시 독일로 돌아가게 된다. 그리고 다시 바그다드 카페엔 웃음 대신 적막과 무기력함만이 흐른다. 브렌다는 혹시라도 그녀가 오지 않을까 기다리며 하루를 보낸다. 그리고 야스민과 브렌다가 서로를 만났던 장면처럼 또 다시 그들은 사막에서 마주한다. 야스민이 다시 여행 가방을 끌고 돌아올 때 브렌다는 처음 그녀와 만났을 때 눈물을 흘리던 모습과 달리 웃으며 그녀를 맞이한다. 이 장면에서도 영화 초반과 같이 calling you가 흘러 나오는데 같은 음악일지라도 초반의 쓸쓸한 느낌과는 달리 가슴 속이 무언가로 차오르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다시 바그다드 카페는 웃음을 되찾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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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즐겁고 행복하게만 살고 싶은 것이 모든 사람들의 바람이겠지만 인생은 절대 우리를 행복한 순간에만 머물도록 놔두지 않는다. 브렌다의 삶처럼 일상의 무게가 우리를 짓눌러 행복하지 못할 때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행복을 찾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야스민이 한 행동처럼 지저분한 집을 깨끗이 청소한다거나 마술을 배우는 등 일상을 바꾸는 행동은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중요한 것은 본인 스스로 발견해야 한다는 것 아닐까? 영화를 보며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은 야스민이 돌아간 뒤 바그다드 카페의 사람들은 다시 무기력하고 희망 없는 일상으로 돌아갔다는 점이다. 다시 야스민이 돌아오며 해피엔딩으로 끝났지만 만약 그녀가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면? 사막처럼 건조했던 예전의 삶과 전혀 다르지 않은 일상을 반복하며 하루를 보내지 않았을까? 지루하고 고단한 삶 속에서 스스로 즐거움을 찾기 위해 노력하지 않고 누군가가 내 삶을 바꿔주길 기다리기만 한다면, 설령 그런 사람을 만났다 하더라도 그것은 순간의 매직쇼가 되어버릴 것이다. 영화 속 인물 중 가장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스스로의 삶을 바꿔나간 사람은 야스민 뿐이었고 다른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수동적인 캐릭터였던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나는 영화를 통해 우리 일상에 야스민이 되어줄 무언가는 스스로에게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약간의 개인적인 아쉬움이 있지만 30년 전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두 여성이 중심이 되어 남성에게 구원받는 삶의 모습보다 서로를 받아들이고 함께 하는 모습이 잔잔하면서도 의미 있는 영화였다. 사막과 너무나도 잘 어울렸던 비비드한 색감 또한 오래된 영화의 매력을 더욱 강조해준다. 무엇보다 영화의 OST인 Calling You가 며칠 동안 내 머릿속에 맴돌 것 같다.








이미지 출처: 영화 바그다드 카페 부분 캡쳐, 유튜브


[장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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