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환상의 빛, 빛이 늘 환상적이진 않듯이[문화전반]

영화 '환상의 빛'에 대한 단상.
글 입력 2016.07.21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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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환상의 빛]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출연 에스미 마키코, 나이토 타카시, 아사노 타다노부
개봉 1995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어쩐지 나에게는 돈가스 이름같이 생긴 감독 이름이었다. 처음 본 영화는 '바닷마을 다이어리'였다. 한번 두번 밖에 안봤는데 이상하리만큼 잊혀지지 않는 이야기였다. 다른 영화들처럼 감동을 쥐여짜지도 않고, 생각할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영화 자체로서 좋았다. 감독 이름을 그때부터 눈여겨 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라는 영화의 감독이기도 했는데, 이 영화 좋다는 평은 여럿 들어왔다. 죽음에 대한 이야기, 가족의 부재와 늙어감에 대한 이야기에 대한 관심이 많아왔던 감독이었다. 줄곧 영화는 그런 것과 관련된 이야기들로 가득했다. 평상시 정말 좋아해왔던 감독인 H감독의 사생활이 언론으로부터 드러나면서, 그래도 취향은 다를 수 있잖아 해왔던 것들이 또 한번 와르르 무너져 내린다. 이 감독도 그러면 어떡하지? 싶어지지만 나는 한번 더 눈을 감는다. 다음주에 있을 내한을 조용히 반가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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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편과 아내는 행복해보였다. 단란한 가정이었다. 남편의 예상치 못한 죽음. 어떤 사람들은 남편이 부인을 사랑하지 않았을거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것도 어떤 사고에 의한 죽음이 아닌 남편 스스로가 택한 죽음 앞에서, 그녀는 길고 긴 방황을 한다. 그곳을 떠나 다른 삶을 살게 된다 하더라도 그 물음에 대한 빈칸은 그대로 남겨져 그녀의 마음을 공허하게 만든다. 결국 그녀의 마음속 의문을 넘어선 그리움과 답답함 공허함은 그녀 밖으로 분출되어 나간다.

    영화속에서는 어떤 힌트나 단서도 나와있지 않다. 그저 관객들이 유추할 수 있는 건 그랬지 않았을까ㅡ하는 그들만의 번외의 이야기를 우리식으로 끌어와 해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남편이 죽는 사건은 영화에서 단연 가장 비중 높고 중요한 사건이다. 왜 죽었을까 하는 물음을 던져두고, 주인공을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면서ㅡ장소와 새로운 등장인물을 등장시킴으로서 질문은 잠시 미뤄진듯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그곳, 바닷마을안에서도 아내의 시선은 어딘가 쓸쓸하고 어쩐지 슬프다ㅡ어릴적 생각이 난다. 그녀가 잠시 잊고 있었던 그녀의 할머니에 대한 트라우마. '나는 왜 그 때 할머니를 더 붙잡지 못했을까'하는 그런 죄책감이 그녀를 얽매고 있는 듯 하다.

    영화에서 보면, 사람이 직접 죽는 장면이 나오지 않지만 그녀 주변의 두 사람의 죽음은 확실하다. 게다가 굉장한 비중으로 다가온다. 영화 맨 첫 장면에 그녀의 할머니가 돌아오지 않은 장면은 그녀 삶에 있어서 꽤나 큰 충격이었다. 종종 어릴 적에 관련된 꿈만 꿨다 하면 그때 그 굴다리 위에서 할머니와 나눴던 대화가 펼쳐 졌으니 말이다. 그녀는 너무 어렸고, 할머니는 이미 마음을 먹고 작정하셨으니. 그 둘을 말릴 수 있었던 것은 아무것도 없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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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일 인상깊었던 것, 다시 봐야겠다 마음 먹게 만들었던 장면은 단연 마을의 큰 장례식의 장면이었다. 싸레기 눈이 내리는 바닷마을에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줄지어 걸어간다. 이 장면은 압도적으로 아름다웠다. 자연과의 조화와 그 사이를 초연하게 하나의 줄을 지어 걸어가는 사람들이 크게 보이지도 않고, 하늘과 땅의 경계를 걷듯이 걸어가는 그 장면이 나를 압도하게 만들었다.바닷마을에서의 그녀의 삶에 관련된 장면은 그림같이 아름답다. 액자에 걸어두고 싶을 정도로. 대사도 많이 없고, 주인공과 그 주변인물들 간에 갈등도 크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숨 죽여 그녀의 삶을 관찰하게 되고. 묘하게 슬프고 외롭다. 또 내가 눈여겨 봤던 것은 그녀의 옷차림이었다. 키가 큰 그녀는 원피스를 즐겨입는 여자다. 하지만 주로 위아래로 검정 옷을 입는다. 어떤 의미가 있을지 궁금하다. 검정 옷을 입지 않을 때는 '이 장면에는 검정 옷을 안 입었네'싶을 만큼 눈에 띈다. 그녀의 삶에 늘 죽음에 대한 생각이 있다는 묘사로서 검정옷을 입힌것은 아닐까 추측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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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는 영화들을 좋아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감독의 모든 영화를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영화 속의 주인공보다 오히려 서브 캐릭터들이 더 정가고 오래 기억에 남는다. 남편이 우산을 이리저리 흔들며 갔던 마지막 모습이나, 게를 잡아돌아온다던 마을 할머님의 모습 같은것들. 그리고 이런 소재들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 또한 궁금하다. 이 영화는 특히나 그의 데뷔작이었고,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그의 가장 최근 작이었으니. 의도치 않게 나는 그의 처음 영화와 끝 영화를 놓고 비교를 하게 되었다. 그의 내한이 기다려진다. 꼭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게 오래간만인데, 만나게 될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다.

    왜 환상의 빛일까. 번역에서 조금 달라질 수 있었겠다 생각해본다. 그럼 왜 한국어번역에는 환상의 빛이어야 했을까. 여기에 대한 뚜렷한 답을 내리진 못했다. 빛은 늘 밝지만 않다는 생각이 든다. 빛이 있으면 늘 그림자가 드리운다. 감독은 여기서 빛 보다 그림자에 집중했고, 그것이 꼭 어둠으로 해석되지만은 않은것 같다. 환상적인 빛(Fantasy), 혹은 허깨비같은 실제하지 않은, 허구(illusion) 세계에서의 빛과 같은 이중적 의미로 해석될 수 있을 것 같다.





영화에 나오는 사운드트렉 또한 좋았다. '일본스럽다'라는 생각이 종종 들었다. 특히 주요 장면에 길게 등장했다 main theme과 같은 음악. 마지막으로 영화 이후의 감상을 곁들이는데에 좋았던 중앙일보 이영희 기자의 환상의 빛 리뷰를 태그해 걸어놓았다.




- 중앙일보 이영희의 사소한 취향 http://news.joins.com/article/20320106


[박유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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