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방랑하는 집시, 고통의 삶에서 찾은 유일한 탈출구 [해외문화]

글 입력 2016.07.13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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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시들의 눈물, 예술의 플라멩고가 되다



 사람들은 대개 스페인이라는 나라에 대해 이야기할 때, 하나의 문화로 쉽게 단정지을 수 없는 다채로운 나라라 말한다. 스페인의 대표적인 도시인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를 방문하게 된다면 열정적인 사람들과 축구에 대한 그들의 남다른 애정을 새삼 느낄 수 있고, 스페인 북부를 말하자면 스페인 내에서 크게 산업화 되어있는 지역으로, 단정한 모습의 여느 서유럽의 선진국과 같은 여유와 낭만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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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스페인을 말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정열적인 안달루시아의 모습이 아닐 수 없다. 투우와 플라멩코, 그리고 이슬람 문명이 깃든 많은 문화 유산들은 안달루시아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고 안달루시아가 여전히 세계 각국의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이끌게 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스페인은 지중해 세력들의 각축장이었고 이로 인해 유대교, 이슬람, 기독교 문화가 융합된 국가로 자리매김 해왔다. 다양한 민족과 종교의 유입으로 독특하고 풍부한 문화를 지니고 있는 스페인에서 안달루시아 지방은 우리에게는 가장 이국적이자 매혹적인 곳으로, 꼭 한번 방문해 볼 가치 있다고 단연 말할 수 있다.


  스페인에 거주하면서 얼마 전 안달루시아 지방을 여행하게 되었다. 무더운 날씨를 제외하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그곳에서 플라멩코 음악 애호가인 스페인 현지 친구로부터 그라나다의 한 플라멩코 공연을 추천 받았다. 공연장은 산 높은 곳에 위치해 있어 도착하기까지 어려움이 있어 공연이 시작하기 이전부터 이미 기력을 모두 소진한 상태였다. 공연을 보는 당시까지도 플라멩코에 대해 문외한이었던 터라 공연이 어떠한 역사적 배경을 지니고 있는지는 물론이거니와 어떠한 구성으로 진행되는지 조차 알지 못해 플라멩코에 대한 어떠한 상상도 쉽게 하지 못한 채 공연을 기다렸고, 이러한 나의 플라멩코에 대한 무지는 이 후 받게 될 놀라움을 더욱 극대화했던 이유이기도 했다.
 
 그리고 공연을 직접 보게 된 이후, 그때의 장면이 여전히 아른거리고 그 감동이 쉬이 잊혀지지 않아 이 기사를 곧장 기획하게 되었다. 플라멩코에 대한 감상 후기를 이야기하기 이전에 어쩌면 막연하기 만할 플라멩코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려고 한다.



플라멩코의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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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가 시작점으로 추정되는 집시들의 방랑은 페르시아와 콘스탄티노플을 거쳐 이베리아 반도 남쪽으로 까지 이어졌다. 집시들에 대한 핍박이 심해질수록 더 멀리 혹은 더 보이지 않는 곳으로 도망친 그들은 자신들이 지나간 자리에 떠돌아 다니는 그들의 삶을 말하는 음악과 한에 어린 감정을 전파했다. 전통적 플라멩코가 어둡고 심오한 분위기를 지니고 있는 것은 이들의 죽음, 고통, 비극적 삶 그대로를 노래했기 때문이다.

 플라멩코는 특히 세비야와 그라나다를 비롯한 스페인 남부 지역인 안달루시아 지방 여러 곳으로 퍼져나갔고, 이슬람의 문화와 스페인 사람들의 열정 그리고 집시들의 영혼이 담겨 지금의 플라멩코가 완성되게 되었다.



플라멩코의 구성 요소

 플라멩코는 바일레(춤), 깐떼(노래), 그리고 또케(기타 연주)의 3대 요소와 플라멩코 고유의 박수 소리인 팔마스와 타악기가 함께한다. 은둔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음악 플라멩코는 집시들의 거주지인 동굴이 무대였는데, 지금도 안달루시아 지방에는 ‘동굴’이라는 뜻의 꾸에바 플라멩코 공연장들이 있다. 그러나 19세기가 되어 세비야에 플라멩코 카페가 잇따라 생겨나면서 플라멩코 뮤지션들의 활동 무대가 확장되었고, 이 후 기타의 도입과 함께 플라멩코의 대중화가 이루어지는 계기가 되었다. 현재는 플라멩코가 상당히 상업화 대중화되면서 극장식 레스토랑에서 플라멩코 공연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대표적인 플라멩코 음악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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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멩코 가수, Camaron de la is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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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멩코 기타리스트, Paco de lucia
 


직접 관람한 플라멩고 공연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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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인 감상을 말하자면 무척 좋았다. 기타의 선율과 어우러지는 역동적이고도 한이 서린 노래와 땀으로 젖은 남자 무용수의 격렬한 몸짓은 모두를 숨죽이게 만들었고, 공연의 꽃이었던 여자 무용수의 바일레는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었다. 공연을 보기 전 플라멩코는 가수와 무용수들이 화려한 옷을 입고 멋지게 춤추고 노래하는 것 정도로 단순히 생각했던 내가 약간 부끄러울 정도로 나는 그들이 춤을 추는 내내 감탄을 연발했고, 관능적이고 절실한 그들의 몸짓들은 아주 인상적이었다.



플라멩코의 상업화에 대한 생각

 이토록 매혹적인 플라멩코가 많은 이들이 찾는 문화 예술이 되면서 점차 상업화되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이 기사를 작성하면서 집시들의 애환을 다루는 와중에 플라멩코 공연을 감상할 당시, 시원한 에어컨 밑에서 와인을 마시며 공연을 즐기고 있었던 내 모습이 회상되면서 약간의 불편한 마음을 느끼게 된 것은, 고달팠던 그들의 삶을 노래했던 플라멩코가 이제는 하나의 쇼로 전락하게 되었다는 명백한 사실과 더 많은 관광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보여주기 식의 화려함이 더욱 가미되었다는 것 그로 인해 본래의 성격을 잃어 간다는 것을 이제는 부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문화 예술의 숙명으로, 우리가 감안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면 너무 책임감 없다 하겠지만 현실이 그렇다. 그리고 언젠간 깊이 다루고 싶은 이야기 중 하나인데, 진정한 예술과 자본과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으나 이 기사에서는 플라멩코에 대한 소개를 중점으로 두고 있기 때문에 훗날 개인적으로도 이에 대한 생각이 정리 된 후 글을 쓰고자 한다.

 생각컨데 적어도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공연을 보고 나는 그 자리에서 그들을 위한 감동의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는 것과 나와 같이 감명받은 누군가가 또 다른 이에게 이 감정을 전하고 널리 알리고자 할 거라는 사실이다. 공연을 통해 플라멩코에 대해 문외한이던 나는 집으로 돌아와 어떠한 역사적 배경 속에서 플라멩고가 탄생하게 되었고, 어떻게 집시들의 한이 이 노래에 담겼는지 그리고 그들이 그 부르짖음으로 세상에 무엇을 남기고자 했는지 등에 대한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를 전하고자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이다.
 
  집시들이 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었을 때에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를 애타게 찾은 것이었다면 그게 내가 된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가 될 것이기에 그들에게 작은 위로를 건네는데 조금은 기여한 게 아닐까 긍정적으로 생각해 본다.


[양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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