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 다녀와서 [예술철학]

율리어스 포프 그리고 니키 리
글 입력 2016.07.13 0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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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 다녀와서...
율리어스 포프 그리고 니키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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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어스 포프 (Julius Popp)의 설치작품인 <비트. 폴 펄스 (bit. fall pulse)>





 안국역 1번 출구에서 내려 윤보선길을 따라 그 주변을 배회하다가 국립현대미술관에 도착하였다.
주말이라서 그런지 사람이 꽤나 분비었다. 표를 끊고, 전시장 입구쪽으로 들어가자 마자 내 눈을 사로잡은 물체는 율리어스 포프 (Julius Popp)의 설치작품인 <비트. 폴 펄스 (bit. fall pulse)>였다. 이 설치물의 의미와 제작과정을 담은 동영상을 보기 전에 내가 느낀 바를 적자면.. 나는 작품들을 조형물이 있는 자리에서 한 층 위에 있는 벤치에 앉아, 한 한시간 동안은 먼저 쉬면서 눈을 감고 물이 청량감 있게 떨어지는 소리에 집중하였다. 맥이 끊어지게 하는 거치대와 쏟아지는 물과의 마찰음이 미술관이라는 공간 안에서 규칙적으로 울렸고 나름 안정적이었는지 자리에서 일어나기 힘들었다. 그 다음 인식되는 부분은 이 구조물이었는데, 네 개의 거대한 뚫려있는 직육면체가 각각 각도를 조금씩 틀면서 딱딱 맞아 떨어지는 형태를 뽐내며 쌓아 올려져 있었고 주변의 조명을 받아 쏟아지는 물과 함께 빛과 그림자가 뒤섞이며 오묘한 분위기를 내었다. 또한 일정한 텀을 두면서 멈추었다가, 중력에 의해 내려쏟아지는 순간적인 물방울의 수많은 집합이 한데 모여 각각 네 개의 단어의 형태를 만들다 사라지는 모습은 나에게 기술적인 측면에 있어서도 궁금증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아티스트 율리어스 포프는 이 작품에 대해 설명하기를 데이터의 최소 단위 정보 조각bit의 떨어짐fall, 즉 쏟아지며 짧은 순간만 존재할 수 있는 정보의 일시성과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전파되는 정보의 활발한 맥pulse을 의미하고, 실시간으로 인터넷과 연결되어 작가가 고안한 통계 알고리듬을 통해 인터넷 뉴스피드에 게재된 단어의 노출빈도수를 측정하고 각 단어의 중요도에 따라 이 물 글씨 단어가 선택되어 나온다고 한다. 즉, 이 짧은 시간에만 유효한 정보의 일시성과 현대인이 이해하고 소화시킬 시간적 여유를 제공하지 않는 정보 과잉의 현대사회를 이 조형물을 통해 보여주고있다. 


 이처럼 제작자의 의도를 들으며 작품을 바라보니 작품의 가치가 나에게 더 풍부하게 다가왔고, 이렇게 사회를 바라봄에 있어 추상적인 의미를 과학과 예술을 연결지어 이러한 설치물로 논리적으로 조합해나가는 과정이 나에게 무척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또한 예술이라는 끝이 보이지 않는 미디엄에 대한 탐구와 그 속에서 나타내어지는 표현력이 다시금 자유로움을 상기시켜주었다. 








 그리고 미술관에 다녀와서 자연스럽게 시간이 흐른 뒤에 내 기억에 남아 있는 아티스트로 (Public to Private이라는 아주 공적인 아주 사적인: 1989년 이후, 한국현대미술과 사진전)에 작품을 출품한 니키 리 Nikki S. Lee를 이야기 하고싶다. 


 나도 평소에 정체성에 관해서 고민을 했었고, 여러 심리학 책을 읽으면서 정체성의 유동적인 면에 대하여 생각하며, 불변하기 보다 마음을 먹으면 외적 내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고 믿어왔다. 그렇기 때문에 이 분의 작품이 무척 와 닿았는데, 니키 리는 일정기간 동안 독특한 특정 집단과 동화되어 그들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여러 모습들을 따라하며 자신의 삶을 바꿔 이들과 함께 스냅사진으로 기록을 남겨갔다. 장기간에 걸쳐 14편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이렇듯 어느 하나에 몰두하며 거침없이 그녀의 관념 즉, 정체성의 가변적인 모습을 사진이라는 매체로 표현하는 그녀의 도전이 무척 무모하리만치 멋있고 대단하게 느껴졌다. 같은 사람이지만, 사진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갖가지로 마치 다른 사람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게, 외적인 모습만이 아니라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행동이 느껴지는… 프리하면서 여러 정체성을 가진 사람으로 보이는 사진들이 뇌리에 세겨졌다. 


 이 작품을 통해 더 나아가 ‘나’라는 사람을 몇 개 안되는 단어로만 규정하고 거기에 맞추어 생각하기 보다 언제든지 변할 수 있고 다양한 색깔을 보일 수 있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이 앞으로의 생을 살아가는데 더 즐거울 것이며, 나의 이러한 다채로운 모습을 인지하며 알아가는 것이 우리의 삶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다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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