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앤서니브라운展, 전시회 그 이상이 되길

글 입력 2016.07.12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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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브라운展
그림책 전시회, 그 이상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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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속 그림들이 책 밖으로 나왔습니다. 세계적인 동화 작가 앤서니 브라운의 일러스트 작품들을 한데 모아 놓은 전시회가 열렸기 때문이죠.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앤서니 브라운전에서는 작가의 수많은 삽화들을 한꺼번에 볼 수 있습니다. 다채로운 색이 조화를 이루면서 전체적으로 따뜻한 느낌의 그림, 아름다운 형태뿐 아니라 독특하고 기발한 상상력이 철철 흘러 넘치는 그림들을 찬찬히 보고 있으면, 어느새 동화 속 주인공이 되어 새로운 세계에 발을 딛고 있는 기분이 듭니다.


본 전시의 특별한 점은 책에서만 보던 그림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책 속 작은 그림이 아주 커다란 벽을 가득 채우고, 생생하게 움직이는 영상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책 속 인물들이 모형으로도 만들어져 직접 만져볼 수도 있습니다. 책의 배경을 그대로 재현한 방은 마치 내가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합니다. 친구 또는 가족과 함께 자유롭게 그림책을 읽을 수 있는, 내 집처럼 포근한 공간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여러 소품과 미디어를 이용해 관객에게 재미를 주고 ‘소통’을 시도한 노력이 엿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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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앤서니 브라운의 작품을 제대로 즐기기에는 본 전시회의 전시 방식이 여전히 미흡해 보입니다. (오디오 가이드는 논외로 두고, 전시 방식에 대해서만 말하고자 합니다.) 우선, 앞서서 독특한 전시 방식을 장점으로 꼽았으나, 사실 그 수가 얼마 되지 않았고 그마저도 자세히 보니 단순 ‘포토존’의 역할만 할 뿐이었습니다. 관객이 좀 더 새로운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는 전시 방식을 도입하고 그에 걸맞는 안내가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소품이나 미디어를 활용한 일부 체험형 전시를 제외하고는 일반 전시와 같이 벽에 그림을 나열해 놓은 형태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다소 지루한 형태였습니다. 그 중 일부는 무리하게 그림 크기를 키워 해상도가 떨어지는(소위 말해 이미지가 깨지는) 것도 있었습니다. 게다가 형형색색의 전시회장 벽이 그림보다 더 부각되어 그림의 아름다움 색감도 확 와닿지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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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가 전시회에서 부각되지 않은 것도 아쉬웠습니다. 물론 앤서니 브라운의 작품은 그림 그 자체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책 속 그림은 이야기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스토리가 이미지의 가치를 더해주고 이미지가 스토리의 가치를 더해주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야기를 빼놓고는 그림을 제대로 봤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앤서니 브라운의 스토리를 기존 그림책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스토리 구성이 작품에서 돋보입니다. 소통이 단절된 가족의 이야기, 힘 없고 나약하지만 꿈 많은 침팬치 윌리의 이야기, 눈 앞에 닥친 어려움과 곤란한 상황을 기발하고 재치있게 대처하는 꼬마 곰의 이야기, 아빠의 빈자리를 채워준 고마운 고릴라 이야기, 실은 이러한 스토리가 앤서니 브라운의 작품의 핵심인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의 전시 방식으로는 스토리를 파악하기 어려웠습니다.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과 스토리를 모두 사랑하는 사람으로써, 그냥 책을 보는 것이 더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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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을 전시한다는 것, 단순히 책 속 그림을 뽑아 이리 저리 나열하거나 사진 찍기 체험을 하는, ‘맛보기용’에 그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전시회가 하나의 거대한 그림책, 오는 누구든 빠져들 수밖에 없는 새로운 세계가 되면 그 작품의 가치뿐 아니라 전시회의 가치도 훨씬 올라가게 되지 않을까요? 다음번에는 보다 몰입력있고 차별적으로 앤서니 브라운의 작품을 보여주는 전시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윤정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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