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다시 보는 셰익스피어, 다시 보는 햄릿, 연극 < Wake up, Hamlet >

글 입력 2016.06.29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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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 포스터.jpg
 


공연명/ Wake Up, 햄릿

공연장/ 대학로 엘림홀
공연기간/ 2016. 06. 22~ 07. 03
공연시간/ 월-금 8시 /토 3시, 7시 /일 4시
러닝타임/ 110분
관람료/ 30,000원
예매처/ 인터파크
문의/ 010-6838-8830



***

대학로 엘림홀에서 진행되고 있는 연극 을 보고 왔다.
신생극단 파종잡담의 창단공연이라고 하는데,
사실 첫 시작을 '햄릿'으로 선택했다는 부분에 있어서 조금 놀라긴 했다.

셰익스피어 작품은 연극을 이해하고
연극을 접하는 데에 있어서 가장 기본이 되는 고전 중의 고전이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그것을 실제적으로
연출하고 구성하는 것이 상당히 부담스럽고 힘겨운 작업일 것이다.
고전을 재해석한 공연 작품들을 많이 접하고 싶어도
찾아보기가 힘든 이유 중에 하나가 아닐까.

올해가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이라는 사실과 더불어 
첫 발을 내딛은 신생극단의 야심찬 도전의 의미가 더해져
'Wake up', 이라는 구호로 불러낸 새로운 '햄릿'



[Synopsis]

매일밤 악몽에 괴로워 하던 햄릿은
그것이 단순한 꿈이 아니라 
실제 아버지의 혼령이란 것을 깨닫고
아버지의 복수를 결심한다.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 햄릿은 연극을 통해 
숙부의 본심을 읽으려고 하고,
그 광기는 커져서 또 다른 살인을 불러온다.
광기는 햄릿 자신에게만 오는 것이 아닌 모두에게 퍼져,
비극의 그림자는 더욱 깊어진다.
복수의 끈을 끊으려고 하나 결국엔
칼날은 양날의 검이 되어 햄릿 자신에게 날카롭게 꽂히고
독이 발린 칼끝은 햄릿의 상처를 파고 들어가
그 누구의 복수도 해결하지 못한 채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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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공연에 대한 인상을 단편적으로 말해보자면 
원작에 굉장히 충실한 것 같으면서도 완전히 현대적이고 새로웠다고 할 수 있겠다.
의상부터가 일단 굉장히 캐주얼했으며 
왕실의 전경 자체를 권위적이고 찬란하게 묘사하지도 않았다.

가장 놀랍게 본 것은 무대 연출과 조명/영상 및 음향 연출이었다.

온통 새하얀 백색의 공간에서 벌어지는 선악의 대결.
끝내는 광기로 얼룩지는 햄릿의 복수와 피바다로 일렁이는 최후의 장면에서도
배경만큼은 고고하고 순결하게 하얗다.
복수심과 증오, 이기심, 사랑, 광기, 공포, 고통으로 일그러진 모든 군상이 다
결백하고 무구한 인간 자체라는 듯.
그 속에서 한없이 순수하고자 했던, 
치열하게 분투했던 햄릿의 영혼을 보여주려는 듯.

조명과 음향도 굉장했다.
마치 연극이 아닌 영상을 보고 있는 것 같은 순간들이 있었는데
햄릿과 레이티스, 클로디어스, 거트루드 각자의
죄악과 욕망, 희망이 극적으로 점철되어 가로지르는 장면인
검술 시합에서 그 빛은 진정으로 발했다. 

독과 비극의 칼날, 죽음만이 기다리고 있는 결말을 향해
'인생'이라는 시합장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비장하게 걸어 들어가듯
한 명, 한 명을 조명으로 비추면서 슬로모션으로 돌아가는 구성은 정말 최고였다.
그 장면에서 각 인물들을 비출 때마다 녹음된 그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는데, 
연출이 너무나도 절묘하고 적절해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그 누구의 복수도 제대로 이루지 못한 채 막을 내리고 마는
인물들의 최후를 비출 때도 조명이 큰 몫을 해냈다.
(그건 직접 보는 것이 더 의미있을 것 같다.)

그러나 물론, 의문이 드는 부분들도 있었다.
유령으로 나오는 이들(햄릿의 아버지, 후에 죽은 오필리어 등)에 대한
캐릭터 해석을 왜 그렇게 해야만 했을까, 하는 부분이었다.

죽은 선왕으로 나오는 햄릿의 아버지 혼령은 왕이었다는 느낌은 전혀 없고
기이한 도인(?)이나 히피족 같은 모습으로 그려졌다.
우스꽝스러운 감초 역할인 것 같은데, 처음에는 그래, 저렇게도 묘사할 수 있지 싶었지만
갑자기 뜬금없이 등장하는 무덤 힙합 신(?)에서는 너무 충격적이어서
망치로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
오필리어 역시, 그녀의 장례식 신 이후에 
직접 자신의 관을 들고 무대 뒤로 사라지는 장면이 있었는데
당황스러워서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

깨알같은 귀여운 장면으로 연출한 것일까, 
빵 터지라고 넣은 장면일까, 
무대를 좀 낯설게 하기 위해 의도한 것일까.

다른 이들은 어떻게 관람했을지 모르겠지만, 내겐 혼란스러운 점으로 작용했던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무대가 완전히 흐름이 끊어지거나 
기이하게만 보이는 것은 아니다.
배우들의 연기가 정말 대단했기 때문.
햄릿을 맡은 배우의 연기는 중반부 이후로 점점 무르익어갔고
가장 인상 깊었던 연기를 보여줬던 배우는 거투르드를 맡은 분이었다.
극의 초반에는 여왕의 품격과 위신이 느껴지는 분위기의 캐릭터가 아니라서 
조금 불편하기도 했고 의아했지만
후반부에 있어서는 격변하는 감정을 안고 있던 캐릭터라 
정말 소화하기 힘들었을 것 같은데
거의 연기를 주도했다고 해도 무방할 만큼 굉장한 몰입력을 보여줬다.


***

전체적으로 굉장히 공들인 흔적이 많이 보였던 연극이었다.
창단 공연인 만큼, 게다가 셰익스피어 작품인 만큼
애정을 가득 쏟았다는 느낌을 크게 받았다.
그러나 많은 부분이 필요 이상으로 재해석된 부분도 적지 않았고
고전 텍스트를 거의 그대로 반영한 부분이 아닌 현대적인 느낌이 가미된 부분에 있어서는
인물들의 감정이나 액팅이 너무나도 과잉되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래서 그만큼 얘기할 거리도 많고, 감상할 포인트도 많다.

귀 속으로 쏙쏙 들어와 가슴 속에서 메아리 치는
햄릿의 주옥 같은 대사들을 뜨겁고 격정적인 현장에서 몸소 접할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은데,
새로웠고 흥미로운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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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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