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문화예술에 대하여 [문화전반]

글 입력 2016.06.29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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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RT insight 서포터즈 지원서의 첫 번째 항목이 ‘문화예술에 대한 나의 생각’ 이었다.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주제였기에 많은 고민을 했던 것 같다. 문화예술은 나한테 무엇일까, 문화예술이 무엇이기에 내가 이 일을 하고 싶은 것일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결국 생각의 실타래는 ‘문화예술은 거울이다’라는 데에서 멈추었다.  

 
chants-field-mirror-4-by-alex-baker-photography.jpg▲ -구글 이미지 발췌


 초등학교 때 방학 숙제 단골손님이던 독후감을 억지로 꾸역꾸역 쓰던 기억이 있다. 숙제를 안 할 용기는 없었지만, 숙제를 하고 싶은 마음은 더더욱 없었으니 차일피일 미루다 마지막 날 몰아서 써야 억울함이 덜했다. 그랬던 내가 언제부턴가 혼자 독후감 비슷한 것을 쓰기 시작했다. 처음엔 책을 읽고 혹은 영화를 보고 마음이 동했던 문장을, 뇌리에 새겨진 장면을 간단하게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점점 나의 느낌과 감정을 길든 짧든 글로 표현하는 일이 하나의 습관이 되었다. 그렇게 적어놓은 글들을 읽어 내려 가다보면 그 속에서 ‘나’를 발견하곤 했다. 

 ART insight를 하고자 했던 가장 큰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 책상 위에 있는 탁상 거울 속에서도 발견하지 못했던 나를 발견하는 일이, 문화예술이기에 가능했다. 최고의 명작이라고들 하는 작품을 읽고 지루하기 짝이 없다고 말해도 욕할 사람이 없었고, 남들이 모두 최악이었다는 전시에서 평생을 기억할만한 무언가를 보았다고 해도 나무랄 사람 하나 없었다. 그래서 ART insight 오피니언을 기고하면서 문화예술에 대해 다루다보면 스스로를 더욱 솔직히 들여다 볼 수 있으리라 믿었다. 마치 거울처럼 말이다. 
  

felixarnaudin.le_format_a5_1.jpg▲ -구글 이미지 발췌
 

 한 페이스북 페이지는 그 달의 전시 정보를 모아 데이트 코스 중 하나로 사람들에게 소개한다. 사람들은 그 전시회에서 누가 봐도 예쁜 사진을 찍어 SNS에 공유한다. 대표적인 문화예술의 형태인 전시가 딱딱하고 지루하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대중들에게 좀 더 친근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사실은 반길만한 일이다. 하지만 전시회가 오로지 오락거리로, 사진을 찍기 위한 스팟으로 여겨지는 일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문화예술을 접하고, 그것을 만들어낸 창작자와 대면하고, 이를 통해 내면에서 꿈틀대는 스스로와 마주하는 경험을 오락성이라는 그늘에 가려 지나치는 것은 너무나도 안타까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저 즐기기 위해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것이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문화예술이 누군가에게 휴식의 공간이 된다면 그건 그것대로 의미가 있다. 하지만 가끔은, 문화예술을 눈앞에 마주했을 때 마음속에 일렁이는 자신의 감성과 소용돌이치는 생각들을 고요한 침묵 속에서 찬찬히 들여다보는 것을 어떨까. 당신이 매일 아침 들여다보는 거울 속에선 볼 수 없었던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을 비추어주는 것이 바로 문화예술이라는 거울이니까 말이다. 


반채은.jpg
 


[반채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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