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촉촉히 스며드는 여행의 조각들, 네이버 베스트도전 웹툰 < 낭만은 원래 돈이 없어야 하는 거래 > [문화 전반]

글 입력 2016.06.26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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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아주 늦게 여권을 만들었습니다. 대부분은 여태까지 뭘 하고 사느라 여권도 없냐고 말을 덧붙여주시긴 했는데요. 여태까지 한 번도 해외여행을 가지 않았다고 해서 여행에 관심이 없거나 낭만이나 여유라곤 없는 사람은 아니라는 말은 삼켰습니다. 사실대로 말하면 그 전까지는 변명같게도 해외여행을 당장 가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습니다. 가보고 싶은 국내여행지가 우선이 아닐까 하기도 했고 해외여행 자체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삐딱한 마인드가 있기도 했습니다. 돈이 없어도 여행은 빚을 내서라도 갔다올만 하다, 교환학생을 무조건 가서 간 김에 여행도 하고 오는게 좋다, 일단 떠나고 나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여행을 가지 않은 건 순전히 제 고집때문입니다. 답답할 수도 있지만 현실에서 도망치듯 여행가고 싶지도 않았고 마음이 편안할 때, 온전히 제 힘으로 여행을 가고 싶었습니다. 그냥 무조건 다른 사람들이 좋다고 해서 얼떨결에 가서 그냥 여행가봤다 정복하고 싶은 게 아니라 모르는 곳에서 새로운 것도 보고 새로운 나도 볼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것 같아서요.  그래서 여권을 만든 게 별 일이냐 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서 저에게는 별 일입니다. 이제는 다른 이유 때문이 아니라 제가 여행 자체가 점점 가고 싶어지는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네, 이러니 저러니해도 핑계일 수도 있습니다. 저도 이런 면에서 고집스럽고 답답한 면이 있는 제가 참 신기합니다.


낭만은.jpg

 
  그래도 여행정보며, 여행기에 관심은 늘 갖고 있었습니다(!) 같은 곳을 가도 각자 예측할 수 없는 사건과 사고, 사람을 만나 다른 느낌을 안고 여행을 돌아오는 게 너무나 신기하기도 하고, 보다 보면 제가 가고 싶은 곳이 어떤 곳인지 더 명확해지는 기분도 들구요. 그런 의미에서 이미 아실 분들은 아실 수도 있는 웹툰 하나를 추천드리려고 합니다. 네이버 베스트도전에서 최근에서야 만나게 된 가울 작가님의 <낭만은 원래 돈이 없어야 하는 거래>입니다. 제목부터 마음에 확 와닿는 웹툰이었는데요. 이미 작가님이 다녀온 파리, 런던 등의 여행지를 다녀오신 분들뿐만 아니라 저처럼 다녀오지 않은 사람 모두에게나 많은 느낌을 전해주는 웹툰입니다. 

 
에펠탑1.jpg
<낭만은 원래 돈이 없어야 하는 거래>
[파리] 38. 눈부신 기억 中


  이 웹툰을 보면서 바로 느낄 수 있는 점은 물론 수채화로 그려진 색색깔의 반짝이는 그림입니다.  하지만 그 뿐만 아니라 간결하지만 여운이 있는 문장이 마음에 물방울처럼 울려퍼져서 눈으로나 마음으로나 함께 기억에 남게 해줍니다. 개인적으로는 다른 무엇보다도 작품의 초점이 단순히 해외의 명소를 방문하고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곳에서 만난 사람들, 풍경, 여러 사건 속에서 나오는 생각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남는 건 사진이라고 무조건 나중을 위해 쉴 새 없이 셔터를 눌러대고, 일정에 치여서 일하듯마치고 돌아와 사진으로만 남는 여행이 아니라 언제든 마음 속에서도 그땐 그랬었지 하고 웃으면서 하나 하나 짚어볼 수 있는 어린 시절  앨범 같은 여행기같습니다. 제가 여행을 한다면 이렇게 해야지 마음 먹을 만큼요.


낭만여행하나의.jpg
<낭만은 원래 돈이 없어야 하는 거래>
[런던] 13. 작은 사건 하나는 中


  머리 속으로 생각만 해봐도 그렇듯 여행이 늘 즐겁고 환상적이지만은 않을 겁니다. 실제로 전 혼자 여행을 간다면 국제 미아가 될까봐 두렵기도 한데 막상 누군가와 가도 분명히 싸우게 될 거라는 이야기를 들어서 내심 혼자 김칫국처럼 걱정을 할 때가 많은데요. 가울 작가님 말씀대로 함께 여행을 한다는 건 폭탄과 선물을 동시에 갖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니 그건 그 역시 또 고민거리일 겁니다. 결국 극단적으로 서로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면 갈 때는 같이 여행을 가도 따로 돌아오거나 기분이 잔뜩 상하는 폭탄이 될 수도 있고, 서로 맞추려고 노력하고 이야기하면서 쌓인 것들을 풀다보면 혼자서는 느낄 수 없는 소중함과 수많은 기억들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서로의 선물이 될 수 있을테니까요.

  게다가 그 뿐인가요. 해외여행은 이래저래 경제적으로 빠듯해서 고생하는 면도 무시할 수 없을 겁니다. 결국 선택과 집중을 하다가도 가끔은 돈이 더 많았으면 참 좋았을 걸 성질이 나는 떄도 있을거구요. 그럴 때 이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낭만은 원래 돈이 없어야 하는 거래'라는 말을 생각하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로맨틱해, 낭만적이다라고 말하는 것들은 사실은 아주 현실적인 눈으로 보면 선뜻 바로 끄덕일 수는 없는 빈틈이 있거나 이질감이 느껴지곤 합니다. 어떤 조건이 완벽히 갖춰지지 않아도 마음이 낭만적이라고 느끼는 순간 그 모든 빈틈은 무리 없이 메워지고 그 자체로 완벽하다고 느끼게 될 수 있는 거이죠. 여행의 모든 순간이 낭만적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겁니다. 돈이 부족한 것도, 계획대로 잘 풀리지 않고 헤매는 것도, 악재라면 악재만 겹치는 듯 보이는 것도 비일비재할테구요. 역시 마음가짐이 어떠한지, 같은 것을 어떤 관점으로 보는지에 따라, 또 시간을 두고 가만히 지켜본 후에 그 빈틈마저도 아름답게 보이고 빈틈에도 불구하고 아름답게 보이는 그런 순간들이 있어서 낭만적인 것은 아닐까 합니다. 


낭만1-vert.jpg


센느강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행복에 젖기도 잠시
화창했던 해는 사라지고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톡톡 산발적으로 내리는 비와
함께 기온이 빠르게 내려가기 시작했다.

스카프 한 장을 함께 두르고
회색빛으로 우거진 하늘 아래 
그 어느 곳보다도 로맨틱했던 파리의 풍경이 흐르고 이었다.

마침내 서로를 격려하며 떠들던 수다마저 멎고
침묵이 찾아왔을 때
"낭만은 원래 돈이 없어야 하는 거래."
"그러니까 우린 낭만 속에 있는거야."
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부족함과 불완전함을 채우고 
완전한 충족감으로 변화시키는 
낭만의 힘이

에펠탑으로 향하는 그 길 위에 있었다.

-<낭만은 원래 돈이 없어야 하는 거래> 
[파리] 37. 낭만은 원래 돈이 없어야 하는 거래 中


낭만이기억1-horz.jpg
 

여행을 시작하기 일 년 전, 
내게 한 통의 엽서가 도착했다. 
파리 노트르담 성당 옆의 작고 오래된 서점,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에서 날아온 편지였다. 
언니는 서점의 작은 공간 안에서 
나에게 편지를 썼다. 

그 곳의 오래된 책 냄새와 
고요한 분위기, 
그리고 그 삐걱대는 
나무 계단의 소리를 
가득 묘사해놓은 글 아래로 
이 순간의 기억이 또한 나의 기억이 되길 바란다는 
말로 정리된 편지였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언니의 글이 피어올라 
상상 속에 자리잡았던 
작고 오래된 파리의 서점은 
나의 기억이 되었다. 

<낭만은 원래 돈이 없어야 하는 거래>
[파리] 36. 이 기억이 네 기억이 되기를 中


  웹툰 <낭만은 원래 돈이 없어야 하는 거래>에 나오는 많은 부분을 제가 완전히 이해하고 공감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입니다. 저는 아직 외국에 다녀와본 적이 없으니 맞아맞아 하면서 무릎을 탁 치는 순간도 적을 것이고 지금은 이렇지 않을까 추측하고 대신 작품 속에 담긴 여행의 기억을 엿보는 느낌이 강하니까요. 하지만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저는 이 작품을 감사히, 그리고 즐겁게 보게 될 것입니다. 함께 여행을 시작한 언니가 여행 1년 전에 자신이 다녀왔던 고즈넉한 파리의 작은 서점의 기억을 나누며 자신의 기억이 역시 작가님의 기억이 되기를 담았던 마음처럼, 작가님이 작품으로 남겨놓은 여행의 조각들, 기억들이 역시 나중에 꺼내볼 수 있는 제 기억의 일부분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왠지 저 역시 제가 여행을 다녀오면 어디든 그 새록새록한 기억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이어서 나누고 싶어질만큼요. 방식은 다르겠지만 직접 여행의 기억을 쌓고 나눌 생각을 하니 생각만 한 건데도 기분이 좋아지고, 설레고, 기대됩니다! 새로운 곳에 가는 만큼 또 새로운 모습의 저를 발견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구요.


낭만구름1-vert.jpg

 
산의 능선과 같은 속도로 다가오는 것 같던
그 구름에 우리는 어느새 들어가 있었다.
정말 닿을 수 있는 구름이었다.

그리고 희한하게도 그 때에서야 나는
벼락같이 실감했다.

나는 구름의 빛깔마저 다른 
낯선 나라에 와 있다는 것을.

젖은 색감의 풍경이,
구름이 우릉대며 내는 진동같은 빗소리가
너는 지금 낯선 이국의 순간에 와있노라 소리치는 것 같았다.

-<낭만은 원래 돈이 없어야 하는 거래> [웨일즈] 26. 구름과 닿은 순간 中


   단순히 여행을 떠나고 싶게 만드는 작품이 아니라, 여행에서의 고충과 깨달음, 그리고 그 특별한 기억을 독자의 기억으로도 나눌 수 있게 하는 웹툰 <낭만은 원래 돈이 없어야 하는 거래>. 개인적으로 소설의 한 문장 같아서 몇 번이나 속으로 되뇌어 보았던 부분으로 마치려 합니다. 내년 이 맘 때쯤엔 아마 같은 하늘이지만 다른 공기와 구름, 분위기가 몸소 느껴지는 이 순간을 저 역시 조용히 끄덕끄덕 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요. 부족한 감상은 아마 제가 직접 여행을 하면서 더 많이 깨달을 수 있겠지만, 완벽하지 않은 현실 속에서도 몽글몽글 빈틈을 메워주는 낭만의 의미를 되새겨준 이 작품(그러고 보니 낭만이라는 말 참 오랜만에 들어보는 것 같습니다.), 건조한 하루를 보낼 때 찾으면 촉촉하고 따스한 여행의 기억을 나눠주는 네이버 베스트 도전 작품 <낭만은 원래 돈이 없어야 하는 거래>를 추천드립니다.


- 이 글은 문화의 '소통'을 강조하는 ART insight와 함께합니다.


장지원태그.jpg
 

[장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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