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서스펜스의 거장, 히치콕을 '싸이코'스럽게 들여다보다 [문화 전반]

글 입력 2016.06.25 23:51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최근 전공 수업을 들으며 히치콕과 프로이트, 즉 영화 속 등장하는 상징적인 표상들과 정신분석학의 관계에 관해 접하게 되었다. 이 글은 그러한 계기를 바탕으로 작성한 글이다.


서스펜스의 거장 히치콕을 싸이코스럽게 들여다보다.


movie_imageQ2BT6I3Z.jpg


 알프레드 히치콕은 생전에 거의 60여편에 이르는 작품들을 남기며 할리우드 서스펜스의 대부로 자리매김하는데 성공했다. 그의 영화 중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인 <싸이코>는 소름끼치는 영화음악과 함께 고어틱하지 않음에도 관객의 소름을 자아내는 마리온의 샤워실 살해 장면과 기가 막힌 반전의 충격을 남긴 그야말로 스릴러의 표본과도 같은 영화이다. 비단 영화사적 측면 뿐 아니라, 정신 분석학적 측면에서도 싸이코는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그의 영화 속 등장하는 장면과 인물들을 포함하는 영화 내 상징적인 요소들은 프로이트와 라깡 등의 학자들이 줄기차게 주창한 정신분석학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영화 내에 등장하는 다양한 상징적 표상들과 그것들이 정신분석학과 가지는 관계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movie_imageIBF7WXD2.jpg


 아마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선사한 가장 큰 충격 중 하나는 주인공이라 당연시해왔던 마리온의 죽음일 것이다. 극 중반부까지 횡령한 돈의 귀추와 관련되어 스토리가 진행되는 줄 알던 관객들에게 맥거핀 효과를 통한 이 반전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며 관객의 시선을 노만 베이츠라는 인물로 돌리게끔 만드는 전환점을 만들어준다. 그리고 결국 중반부 이후 노만 베이츠라는 인물의 미스테리한 모습이 결론적으로 그의 분열된 인격에 의한 것이라는 스토리가 완성된다.


 그의 분열된 인격에 대해선 극의 가장 마지막 장면인 정신과 전문의의 대사로 정리된다. 노만은 그 스스로 온전히 존재하지 않으며 그의 절반은 그의 어머니로 대체된 인격이 차지하고 있다고 말이다. 그리고 결국 노만의 정신은 그의 어머니의 인격에 의해 지배당하고 말았다고 말한다. 히치콕이 내놓은 이중자아라는 소재를 이해하기 위해선 프로이트의 성적 성격 발달 이론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그 증거가 바로 '오이디푸스 컴플렉스' 현상이다.


 프로이트는 인간이 '리비도'라는 성적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리비도가 부착되는 신체 부위에 따라 인간 성격이 발달되는 단계를 5단계로 구분했다. 제 1단계인 구강기와 제 2단계 항문기를 거쳐 3단계인 성기기에 도달하면 리비도의 부위는 아동의 성기에 이르게 된다. 이 시기에 아동은 자신의 성기에 강한 애착을 보인다. 더불어 아이는 이성 부모에게 강한 애착을 가지면서 이성 부모의 애정을 나누어가지는 동성 부모를 라이벌로 간주하고 강한 질투심과 경쟁의식을 가지게 된다. 이것이 바로 프로이트가 이야기한 오이디푸스적 현상이다.


 특히 남자 아이의 경우, 처음에는 어머니에 대한 강한 애정으로 인해 아버지에 대한 강한 경쟁의식을 불태운다. 그러나 이후 아버지에 의해 거세불안을 경험하고 어머니이 애정이 아버지임을 알고 이에 굴복한다. 그 경험을 통해 아이는 '과연 아버지에겐 있고 나에겐 없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고민을 하고 그를 통해 결국 아버지를 관찰하고 동일시하기 시작함으로써 오이디푸스 컴플렉스 단계를 극복한다.


 하지만 극 중 노만에겐 남근기의 자신과 동일시할 아버지가 부재했다. 그렇기에 그의 성적 성격은 남근기에 머무르게 된다. 프로이트는 이러한 상태를 ‘고착’이라고 표현한다. 이렇게 성적 성격이 고착된 채 성인이 된 그에게 그녀의 어머니가 소개한 남성은 강한 질투의 대상으로 각인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고착된 그의 성적 성격이 그 남성과 더불어 어머니에 대한 애정이 이제 자신을 떠날 것이라는 두려움과 분노에 의해 존속살인을 저지르게 만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어머니를 죽였다는 죄책감은 결국 그의 무의식을 지배하게 만들어 새로운 자아를 만들어낸다. 노만이 죄책감으로 만들어낸 어머니의 자아와 그의 자아의 혼재는 관객으로 하여금 그가 이중인격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결국 이 자아는 오이디푸스 컴플렉스의 영향으로 만약 노만이 어머니가 아닌 다른 여성에게 욕망을 느끼면 노만의 자아를 누르고 그 여성을 살해해버린다.


movie_image85S9X9L4.jpg
 

 프로이트에 따르면 성격은 세 가지 체계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ID(원초아)는 완전히 무의식의 상태이며, 모든 리비도의 근원의 장소이며, 여러 선천적 본능의 원천이다. EGO(자아)는 ID를 의식적으로 통제하고 현실과 맞부딫치며 현실에 입각한 충족을 추구하게 한다. 즉, EGO는 현실 원리에 충실한 것이다. 그리고 SUPER EGO(초자아)는 사회의 도덕이나 금기, 그리고 부모에게 받은 도덕 교육을 토대로 형성된다. 이는 이드와 자아를 비판하여 사회규범에 맞는 생활을 해 나가게 하는 기능을 한다. 특히 성 문제나 공격 본능을 억제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하지만 노만의 경우는 부모 특히, 아버지로부터 받을 수 있는 교육이 결여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를 지닌 상태의 초자아를 마주하게 된다. 그 초자아는 노만의 죄책감과 결합된다.


 슬라보예 지젝은 이러한 프로이트의 이론을 극 중 배경이 되는 베이츠 모텔과 그의 자택의 구성과 연관지어 설명하기도 했다. 노만이 사는 집을 그의 의견에 따라 나눠보자면, 지하실로 옮기기 이전 어머니의 시신이 있던 2층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영향을 받은 노먼의 초자아(super ego)를 상징하고 노먼이 거주하는 1층과 모텔은 자아(ego)가 지배하는 곳이며, 지하는 원초아(id)의 세계라는 것이다. 즉 2층이라는 공간은 부모의 초자아(superego)가 부여되는 시기인 남근기에 아버지의 부재로 인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극복하지 못하고 초자아가 형성된 노만의 내면이 형상화된 공간이라는 것이다. 또한 영화의 결말 부분에서 노먼의 정체가 탄로나는 장소는 지하실이다. 이는 곧 노만의 뒤틀린 욕망, 즉 남근기에 머물러 버린 그의 성적 성격으로 인해 어머니에 대한 비정상적인 애정이 잠재되어 있는 곳이 노먼의 원초아로 대변된 지하실이라고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movie_imageAGJWHVPM.jpg
 

 또 하나 주목해야 할 것은 히치콕의 영화에서 발견되는 관음주의적 표상이다. 관음증은 엿보기 심리. 알지 못하는 사이에 훔쳐보기를 통해 쾌락을 느끼는 증상을 일컫는다/. 히치콕의 영화에선 관음증적 이미지가 영화 곳곳에서 드러난다. 노먼이 조그만한 구멍을 통해 마리온의 나체를 훔쳐보는 장면과 같은 극 중 관음증을 드러내는 장면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히치콕은 관음증의 개념을 확대시켜 영화 전체에 있어 관객조차 관음의 주체로 끌어들인다. 여기서 카메라의 눈과 관객의 눈은 영화적으로 동일화 된다. 영화의 첫 장면인 샘과 마리온의 정사 후의 장면과 4만 달러를 훔친 후 도망치듯 도시를 떠나 베이츠 모텔에 도착한 마리온이 목욕을 하는 장면을 통해 관객들도 관음증을 겪는 사람처럼 의도되어진 장면들에서 말이다.


movie_imageGUFFYAEX.jpg
 

 관음주의는 일종의 동일시 작용들에 의해 발현된다. 첫 번째 동일화는 카메라가 우리의 눈을 대변하며 우리가 직접 그것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 발현된다. 앞서 말했듯, 싸이코의 첫 장면인 샘과 마리온의 정사장면에서 이러한 동일시가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 동일화는 수용자가 영화 속 인물들과 동일화 함으로써 발현된다. 마리온이 탈의를 하는 모습을 노먼이 구멍을 통해 보며 그 광경을 관객에게 화면과 렌즈로서 직접 제시함으로서 마치 관객이 직접 보는 듯한 느낌을 선사해 관객 또한 그 관음의 참여자가 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는 영화 화면을 나 자신으로 그리고 거울로서 본 결과이다. 따라서 영화는 자끄 라깡의 이론처럼 수용자가 ‘거울 단계’에서 경험한 것과 질적으로 같은 원초적인 쾌락을 제공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이호준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3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