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여성의 눈으로보는 그림 [시각예술]

젠틸레스키와 프리다 칼로
글 입력 2016.06.25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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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알고 있는 화가들의 이름을 생각해보자. 피카소, 렘브란트, 고흐 등 여러 화가들의 이름을 우리는 쉽게 떠올릴 수 있다. 그러나 더 좁혀서 '여류 화가'의 이름을 떠올려 보고자 한다면, 그 이름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여성 미술가는 얼마나 될까? 아마 한 손에 꼽을 정도로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어릴 적부터 배워온 미술사는 남성이 써온 미술사이기 때문에 남성중심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번에는 남성중심적인 미술사에서 소외되어왔던 여성 스스로의 주체성을 갖고있는 여류 화가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수잔나'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대표적 여류 화가인 젠틸레스키를 소개할 수 있다. 아리따운 여인인 수잔나는 목욕을 하던 도중 두 장로에 의해 강간을 당할 위기에 처한다. 만약 그들에게 순응한다면 순결을 잃을 것이고, 거절한다면 그들의 권력의 힘에 의해 간통죄를 뒤집어쓸 운명인 그녀를 여성 화가인 젠틸레스키와 남성 화가인 틴토레토는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1)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 수잔나와 장로들]

젠틸레스키2.PNG
 
  위의 그림을 살펴보면, 수잔나는 표정과 몸짓으로 거부의 의사를 밝히고 있다. 반면에 두 장로들은 신분에 맞지 않는 경망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젠틸레스키는 무고한 여인인 수잔나가 처한 불쾌한 상황과 위협을 잘 표현해 내고 있다. 그러나 아래 틴토레토의 그림은 사뭇 다르다


(2) [틴토레토 - 수잔나와 두 장로]

틴토레토 - 수잔나와 노인들.PNG
 
  그림 속 수잔나는 거울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며 관능적인 모습으로 목욕을 하고 있다. 그녀의 몸에 걸쳐진 장신구들은 더욱 그녀의 관능성을 돋보이게 한다. 작품에 거울이 등장한다는 것은 관람자로 하여금 대상을 바라보도록 허락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수잔나 역시도 자신의 몸을 스스로가 관찰하면서 외부의 관람자들에게도 자신은 관음의 대상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틴토레토는 여성의 순결이 위협받는 위기의 상황을 남성적 시각에서 바라보았고 위협적인 상황으로 그려내기보다 남성들의 관음증적 욕망을 충족시키는 그림을 그렸다. 결국 수잔나의 이야기도 남성의 입장에서는 성적인 판타지에 불과함을 알 수 있다.

  두 번째로, 유디트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젠틸레스키와 구스타프 클림트 그리고 크라나흐를 비교해 볼 수 있다. 유디트는 아름다운 과부인데, 전쟁 상황에서 하녀와 함께 적진에 들어가 적군의 장군인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어 돌아와 영웅이 된 여성이다.


(3)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디트]

젠틸레스키.PNG
 
  젠틸레스키의 그림에서는 술에 취해 잠이든 적의 장군의 목을 베는 용감한 유디트의 모습이 그려져있다. 이 작품에서는 그녀의 여성성이 강조된다기 보다 용맹함이 두드러지며 하녀와 협동을 통해 목을 베는 모습을 통해 여성끼리의 유대를 엿볼 수 있다. 하녀와 유디트의 표정은 진지하고 단호하게 표현되었으며 그림자의 대비를 강조하여 어둡게 표현한 그림은 근엄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4) [구스타프 클림트 - 유디트]

구스타프 클림트 - 유디트.jpg

 
(5) [크라나흐 - 유디트]

대 루카스 크라나흐 - 유디트.jpg
 
  남성 화가인 클림트와 크라나흐의 그림에서 표현되는 유디트는 젠틀레스키의 유디트와 확연히 다르다. 먼저, 클림트의 그림에서는 유디트는 마치 관능의 여신인 것 처럼 표현되고 있다. 황금빛으로 둘러싸인 그녀의 표정은 방금 적의 장군을 죽인 용맹한 표정이라기보다 한 없이 유혹적이다. 크라나흐의 그림도 마찬가지이다.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앞에 두고 있지만 오묘한 표정을 띈 그녀는 단호해보이기보다 오히려 멍한 이미지를 준다. 장신구를 하고 드레스를 입은 그녀가 들고 있는 칼은 어설프다는 느낌을 주며 크라나흐의 유디트 역시 장군의 목을 벤 여성의 모습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젠틸레스키 외에도 물론 다양한 여류 화가가 존재한다. 그 중 프리다 칼로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최근 프리다 칼로의 전시가 열리면서 프리다 칼로라는 여성 화가에게 다시 사람들이 주목하게 되었다. 그녀는 불운의 교통사고로 인해 몸이 심하게 망가지게 되었고 평생을 코르셋을 입고 다녀야 했다.


(6) [프리다 칼로 - 부서진 기둥]

칼로1.PNG
 
  정신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고통받은 칼로는 자신의 모습을 그림 속에 그대로 담아냈으며, 자기 자신을 관능적인 여성, 관찰의 대상인 여성으로 표현하기보다 자의식을 지닌 여성의 모습으로 표현했다. 그림 속의 칼로의 모습도 자신의 고통을 가감없이 보여주면서도 관람자들을 또렷이 응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우리는 여러 신화와 역사적 이야기들은 여성이 볼 때와 남성이 볼 때 그림 속에 다르게 표현된다. 그러나 우리는 남성의 입장으로 쓰여진 미술사만을 접해왔고 여성 스스로의 강한 성 의식을 지닌 여성 화가들을 많이 접해오지 못했다. 여성의 의식 성장으로 페미니스트 운동이 가열된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여성 화가들에게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대의 페미니스트 여류 화가로는 게릴라 걸즈나 주디 시카고 등을 꼽을 수 있는데, 이러한 페미니스트 화가들에게 주목하여 현대 사회를 바라보고 역사 속에 사장된 여류 화가들을 중심으로 다시 한번 미술사를 바라본다면 미술사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까지도 다른 시각으로 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전혜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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