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너의 소통을 묻는다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문화전반]

글 입력 2016.06.25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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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볼 때마다 감사한 드라마가 있다. 요즘 tvN에서 방영하고 있는 ‘디어 마이 프렌즈’가 그렇다. 올해 상반기 ‘디어 마이 프렌즈’의 캐스팅이 공개되면서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았다. 한 편의 드라마에서 중심에 설 대배우들이 줄줄이 캐스팅되었기 때문이다. 작가가 노희경이라는 것 역시 드라마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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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출처 = tvN '디어 마이 프렌즈' 공식 홈페이지)


“죽기 좋겠다.”

 ‘디어 마이 프렌즈’는 평균 나이 75세 노인들의 이야기다. 초등학교 동문, 선후배 사이로 평생을 알고지낸 노인들 사이, 딸처럼 커온 작가 ‘박완(고현정 분)’이 그들의 이야기를 소설로 쓰기 위해 취재하는 방식으로 드라마가 진행된다. 삶보다는 죽음과 가까운 이들의 이야기를 드라마로 풀어내면서 심장을 후벼 파는 대사로, 배우들의 명품 연기로, 웃음과 눈물을 선사하며 매 회 화제를 모으고 있다. 노희경 작가는 ‘어른들의 이야기를 쓰면 정말 아무도 안볼까?’하는 의구심으로 드라마를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드라마가 3,4년 전에 나왔다면 과연 지금만큼 흥행할 수 있었을까? 고령화 문제와 개인주의의 심화 등 여러 사회 상황이 맞물리면서 이 드라마가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피붙이’라는 단어의 무게

 ‘박완(고현정 분)’은 ‘장난희(고두심 분)’의 딸이다. 바람 폈던 남편을 용서할 수 없었던 ‘난희’는 딸과 죽으려 한다. 자신에게 약을 먹인 엄마에게 ‘박완’이 30년 만에 얘기를 꺼냈다. 왜 자기를 죽이려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노트북을 던지고, 꽃병을 깨고, 자신을 말리려는 엄마를 온 힘을 다해 밀며 그렇게 추하게 엄마를 원망한다. 몇 일 후, ‘난희’가 ‘박완’에게 타준 허브티 한 잔으로 모녀는 30년에 걸린 화해를 시시하게 마무리한다. 가족끼리의 싸움은 늘 그렇다. 미치도록 싫다가도 나를 있게 한 사람이고, 나와 피를 섞은 사람이니 마음 한 구석에 언제나 치졸한 이기심과 미안함 사이에서 갈등한다. ‘디어 마이 프렌즈’는 ‘피붙이’라는 단어의 무게를 실감하게 한다.


세대의 소통은 나부터

 ‘관태기’라는 합성어가 등장했다. ‘관계’와 ‘권태기’의 합성어로 인간관계에 지친 사람들을 일컫는 말로 흔히 사용된다. 내 근처 친구들만 봐도 타인과의 관계를 ‘맞는다’, ‘안 맞는다’로 쉽게 규정하는 친구들이 많다. 나한테 꼭 맞는 사람이 과연 있기는 할까? 나도 내가 맘에 안 드는데, 타인이 내 맘에 들기란 얼마나 힘든 일인가. 결국, 타인과의 관계를 맞춰나가는 것은 분명 힘든 일이지만, 우리는 맞춰나가는 그 과정자체를 한 사람을 알아가는 데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이라는 것에 감사함을 느낄 수 있을 만큼 성숙해져야 한다는 뜻일지 모른다. ‘감히 칠십 평생을 죽어라 힘들게 버텨온 이모들을 내가 다 안다고 함부로 잔인하게 지껄이다니. 후회했다. 내가 몰라 그랬다고. 정말 잘못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4회 중 ‘박완’의 독백이다. 타인을 안다는 것은 인간이 할 수 있는 오만인지도 모르겠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우리는 맘대로 타인에 대해 규정하고, 지껄이고, 실수한다. 하지만 인간이기에 실수는 할 수 있고, 실수한 부분에 대해서는 ‘미안하다’ 말해 줄 수 있으면 될 텐데 실수한 것을 인정하는 것, 자신의 잘못에 대해 사과하는 것과 같은 당연한 사실들을 부끄러워하고 귀찮아하고 머뭇거리는 사이 우리는 ‘관태기’에 빠져버렸다.

 ‘디어 마이 프렌즈’에 등장하는 어른들 뿐 아니라 우리는 얼마나 많은 관계들을 놓치고 살고 있나?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위해 노력하는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이 없어진 사회에 드라마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들의 모습이 부러워보이지는 않는지, 부러워 보인다면 왜 우리는 그들처럼 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지.


[김마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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