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뭣이 부끄런지도 모름서 [시각예술]

Shame, 2011. Steve Mcqueen
글 입력 2016.06.24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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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내용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성서에 보면 신은 본인의 형상을 닮은 인간, 아담과 하와, 를 창조하고 한 가지 금기로 선악과를 따먹지 말 것을 명한다. 그 금기를 깨뜨린 인간이 가장 처음으로 느낀 감정. 부끄러움(shame). 선악에 대한 눈을 뜨게된 인간은 가장 먼저 본인들의 발가벗은 몸부터 가린다. 인간의 육신에서 인간스러운 향기가 나게끔 하는 감정은 결국 수치심이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 대목이다.
 
 우리가 벌거벗을때 느껴지는 수치심은 어디서 기인할까. 나체는 스스로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나체를 보고 느끼는 욕망이 수치심을 느끼게 하고 부끄러움을 갖게 한다. 그것이 스스로가 수긍할만한 감정선 상에 있지 않을 때 더욱 그렇다. 진정성은 서로의 육신을 갈망하는 욕망을 사랑의 오브제라 얘기하게 한다. 이외에 육체의 오르가즘만을 갈구하는 식의 욕망은 퇴폐, 욕정으로 치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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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가볍고 퇴폐적인 욕망은 죄악시 하는, 부끄러워 하는 대상이 된다. 부끄러움(shame)은 육신끼리 맺는 관계에서 지워진, 영혼적 교감의 빈자리를 내비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성(姓)을 단순히 행위가 아니라 ‘관계'라 부르는 이유다. 오늘날의 경우 마치 홀로코스트 처럼 대부분의 관계가 육체적 욕망의 부딪힘에 숨막혀 차가운 변사체로 무더기로 발견된다. 결국 이 영화는 러닝타임 내내 온 몸을 다해 마음을 노래한다.

 영화가 시작하자 마자 나오는 브랜든(마이클 패스벤더)이 누워있는 모습은 어쩌면 이 영화의 핵심이 되는 미장센이다. 그의 차갑고 공허한 눈빛이 현대인을 대변한다. 브랜든은 영화 내내 철저하게 관계를 거부한다. 그에게 관계는 욕망을 이루기 위한 가면극에 불과하다. 관계의 빈자리를 욕망으로 가득 채운다. 관계를 비우지 않고서는 욕망을 탐닉할 수 없는 것이다. 욕망이 지나간 빈자리에 공허만이 남게 되고, 욕망에 대한 갈증이 더욱 커질수록 관계가 들어설 자리는 좁아진다. 그렇게 스스로 욕망과 공허의 악순환에 침잠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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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랜든의 동생으로 나오는 씨씨는 브랜든과 정반대의 지점에 서 있다. 씨씨는 집요하게 관계에 집착한다. 그녀에게 관계라는 세계 밖에서 존재하는 공허란, 견딜수 없는 괴로움이다. 덕분에 브랜든의 집에서 흐르는, 숨막힐듯한 메마름을 온 몸으로 감지한다. 씨씨에게 브랜든의 집은 물이 말라가는 어항이었다. 관계라는 물 밖으로 나온 그녀는 견딜 수 없는 고통을 느낀 것이다. 끊임없이 브랜든에게 관심과 사랑을 갈구하지만, 끝내 그를 욕망의 늪에서 건질 수는 없었다. 그에게 처절하게 매달릴수록 그녀의 내면은 피로 물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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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티브 맥퀸 감독은 데뷔작 '헝거’ 때부터 눈과 귀에 더불어 마음까지 설레게 만든 감독들 중 하나다. 그가 사용하는 영화적 화법은 세련되고 아름답다. 브랜든을 연기한 마이클 패스벤더의 존재감도 제대로 드러난다. 아울러 영화내내 드러나는 공허와 처절함의 날카로움이 매력적이다. 셰임은 감각과 상처가 각각 씨실과 날실이 되어 직조된 태피스트리 같은 작품이다. 감정의 빈자리에 가득찬 욕망에서 느껴지는 감각의 공허와, 그 메마름에 아픔마저 말라가는 상처가 날카롭게 얽히고 섥힌다.


[최연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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