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불행하지만 아름다운 삶 '킬미나우' [공연예술]

글 입력 2016.06.24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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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텐 심각한 장애를 가진 아들이 있어. 나한테 나는 없어"
포스터에 실린 이 말이 연극의 모든 걸 말해준다.

연극의 제목인 킬미나우는 조이가 하는 좀비게임에서 자신이 좀비로 변하기 전에 자신을 죽여달라는 남자가 "킬미나우"라고 소리치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이는 나중에 제이크와 조이의 관계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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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미나우에는 촉망받는 작가였으나 선천적인 장애를 가진 아들이 태어나자 자신을 포기하고 아들을 돌보는 일에 헌신하는 아버지(제이크) 와 장애를 지니고 태어나 자신을 괴물이라 생각하지만 사춘기 남자로서의 신체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아들(조이)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조이의 욕구는 연극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처음 부분에 제이크가 조이의 성욕을 풀어주려고 마음먹고
서로 다른 생각을 하려고 노력하며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고개를 숙였을 때,
이때부터 연극이 마음이 확 와 닿았다.
장애를 가졌지만 몸은 성인이 다 된 아들에게 제이크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서 많은 고민을 했다.
제이크가 쓴 책에 '아이가 태어날 때 엄마와 아빠도 태어난다'고 나오는 것처럼
아빠인 제이크도 이 모든 게 처음 경험하는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아빠니까 의연한 척하며 아들을 안심시키고 자신은 마음을 다스리는 게 그렇게 심금을 울렸다.

제이크가 조이에게 헌신하던 관계는 갑자기 찾아온 불행을 기점으로 내용이 살짝 바뀐다.
제이크 또한 장애를 지녔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제이크는 많이 힘들어한다.
이 부분에서 장애를 가진 느낌을 가장 잘 아는 조이가 제이크를 안락사하자고 말을 꺼내고
그리고 그걸 들은 제이크의 여동생(트와일라)가 네 아빠만이 아니라 내 오빠이기도 하다고 할 때,
대화하는 세 명의 입장을 모두 이해할 수 있어서 너무 마음이 아픈 장면이었다.
제이크의 세상에 조이가 전부였듯이 조이 역시 태어나서 제이크의 보살핌 밑에서만 자랐기에
조이의 세상에 제이크가 전부였을 것이다.
그럼에도 장애에 고통스러워하는 아빠에게 안락사에 대해 말하는 그 마음이 얼마나 찢어졌을까.
또 조이는 그동안 자살에 대해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었을까.
다른 누가 아닌 조이니까 안락사를 말할 수 있었고 조이니까 듣는 우리도 그 말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하지만 트와일라 역시 부모와 다름없는 제이크에 대해 "내 오빠"라고 말할 권리가 충분히 있어서 더 애달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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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극 중간중간 감동을 주려고 하다 보니 중간 중간 굳이 저 말을 해야했나, 굳이 인물 관계를 저렇게 설정해야 했나 하는 아쉬움이 살짝 있었다.
너무 뻔한 대사를 당연한 장면에 넣어서 흐름을 반감시키고 트와일라와 조이의 친구(라우디)의 관계는 갑작스러워 보였다.
그럼에도 킬미나우에 감동을 받아 눈물을 흘린건 극이 너무나 사실적이었기 때문이다.
극은 처음부터 끝까지 현실적인 부분에 대해서 고민하고 갈등한다.
아무리 내 모든 걸 다 줄 수 있는 가족이어도 장애 앞에서는 짜증이 날만큼 무너지고 가족이기에 또 그 무너짐에 다시 후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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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갈수록 극은 점점 더 불행에 치닫고 이들의 관계는 점점 더 아름다워진다.
이런 불협화음이 이 연극을 그저 답답하고 불편하지만은 않게 만들어 준다.

연극이 끝난 후 커튼콜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감정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먹먹하고 무거운 분위기가 이어진다. 집에 오면서, 또 잠자기 전까지 계속해서 이 감정이 생각나는 건 우리가 이 극을 보면서 자신들의 가족을 생각했기 때문인 것 같다.


[홍다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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