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평범함을 특별하게 노래하다 - 장기하와 얼굴들 정규 4집 [문화전반]

내 사랑에 노련한 사람이 어딨나요
글 입력 2016.06.23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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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함을 특별하게 노래하다 - 장기하와 얼굴들 정규 4집

내 사랑에 노련한 사람이 어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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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평범하다. 거창하게 획일주의나 집단주의를
선동하거나 추구하려는 의도는 없다.
각자 고유한 모습을 갖고 사랑을 갈구하는 존재라는
 측면에서 공통분모를 삼고 있지 않은가.
이런 평범함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노력을 담은 앨범 하나를 소개한다.



방송 활동 그리고 무엇보다 밴드의 고향이라 할 수 있는 무대에서 게으르지 않은 장기하와 얼굴들이 2년 만에 정규앨범 '내 사랑에 노련한 사람이 어딨나요'를 내놓았다. 3집 이후에 ‘새해 복’이라는 싱글 앨범으로 귀엽게 새해 인사를 올리기도 했으나 이번에는 아쉽지 않게 10곡을 담았다.


장얼4집.jpg
 

 장기하와 얼굴들에 대해서 간단히 소개해보자면 리더 장기하는 많은 이가 알다시피 서울대 사회학과 출신이다. 물론 이것이 음악을 잘하는 충분조건과는 전혀 상관은 없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눈이 가긴 한다. 시작은 ‘싸구려 커피’라는 인디음악으로 많은 젊은이들의 공감을 일구어냈다. 시작은 ‘미미시스터즈’와 한 명의 드러머와 출발했으나 지금의 장기하와 얼굴들은 장기하(보컬), 정중엽(베이스), 이민기(기타), 이종민(건반), 하세가와 요헤이(기타), 전일준(드럼)의 완전체를 갖추었다. 데뷔 초보다는 세련되어진 외모 하지만 예전부터 세련스러운 음악은 변화를 거부한 듯하다.





이번 앨범에서 장얼스러운 부분들을 들추어 내보자. 판타지한 로맨스 이야기를 담기 보다는 일반적인 사랑이야기를 풀어냈다. 추상적인 내용보다는 구체적인 주제를 선택했다. 사랑 앞에서 작아지는 모습을 묘사했고, 과도하게 힘이 실린 화려한 사운드로 귀를 현혹시키려 든다기보다는 일반적인 감성을 소리로 녹여 낸듯한 말랑한 곡들도 자리 잡고 있다. 장얼스럽다는 것은 평범한 내용을 특별하게 노래하는 것이다. 그리고 일반적인 주제들을 신선하게 자신들만의 센스로써 풀어낸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센스는 뮤직비디오를 보면 느낄 수 있다.


4집 타이틀 곡 'ㅋ'


전체 트랙을 한바퀴 돌면 전반적인 가사 모두 한글로 구성되어있다. 10곡을 모두 한글로 채웠다는 점은 어쩌면 한글성애자라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예전 ‘비정상회담’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장기하는 한글로만 가사를 쓰고 싶다는 이야기를 한 적도 있다. 단순히 자신의 창작에 있어서 고집을 부렸다 보다는 한글의 고유의 맛을 살리려고 하는 움직임이 드러난다. 이런 모습을 대표적으로 보여준 타이틀 곡 ‘ㅋ’이다. ‘ㅋ’ 라는 노래를 듣고 있으면 제목처럼 자음 'ㅋ'이 정말 많이 나온다. 마치 이 곡을 하루 온종일 듣고 나면 꿈속에 모든 시공간이 'ㅋ'로 채워질 듯하고 조금 과장하면 'ㅋ'라는 자음에 노이로제가 심어질 수도 있겠다. 또한 ‘가나다’라는 노래는 끝말잇기 하듯이 작사했다. 마치 작사와 작곡을 맞은 장기하가 자신의 센스를 직접적으로 드러내 보이는 듯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번 앨범에서 장기하와 얼굴들의 솔직함이라는 무기가 느껴진다. ‘괜찮아요’ 라는 노래는 결국 떠나갈 사람이기에 취향이나 성향이 맞지 않더라도 초연하듯이 보이지만 노래 말미에 전반적인 사운드가 필업이 되다 끝이 나는 구성은 마치 소심이의 고백과 같이 느껴진다. 속으로는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싶지만 소심이의 고백은 어디까지나 집 안 화장실에서 머무르듯이 말이다.





장기하와 얼굴들에 대해서 장르 분류를 록, 인디 음악으로 해둔다. 물론 그룹사운드를 기반으로 하는 음악을 추구하기에 음악적으로 전문적인 분류를 통한 것이다. 하지만 내 생각은 장르는 그저 장기하라는 느낌이 든다. 식상한 것들과 거리를 두며 음악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누구보다 평범하고자 하는 태도를 고수한다. 강력한 록스피릿과 힙합에서의 스웩을 겉치레로 삼지 않고 그저 있는 그대로를 드러내 보이려고 하는 음악을 시도한다면 장기하와 얼굴들만큼 노련하게 하긴 쉽지 않을 듯하다. 여타 음악 매체에서도 장기하와 얼굴들의 노래를 커버한 영상은 좀처럼 힘들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다른 사람 누가 이렇게 맛깔나게 소화해낼까라는 의문이 든다. 단순한 노래 스킬, 음역대, 음색의 문제가 아닌 가사의 장음과 단음을 같은 디테일을, 음절과 음절사이의 호흡에서 뭔가 특별함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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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힙합, EDM 같은 강렬하고 자극적인 사운드 사이에서도 여전히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을 찾는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장르나 스타일이라는 범주를 무색하게 하는 장기하와 얼굴들 만에 느낌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창작의 고뇌에 빠져서 새로운 일이 선물처럼 나타나기를 하루하루 고대하기 보다는 그저 매일을 아무렇지 않게 음악에 옮겨 놓은 듯하다. 흉내내기 힘든 방식으로 말이다.

우리 오늘을 지내면서 혹시 어제와 같은 하루에 권태를 느꼈다면 평범함을 특별하게 노래하는 장기하와 얼굴들의 앨범 ‘내 사랑에 노련한 사람이 어딨나요’를 한번 들어보고 피식해보는 건 어떨까.


[이지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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