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영화 그건 너, 바로 너 (It had to be you, 2015) 리뷰 [시각예술]

글 입력 2016.06.22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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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had to be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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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서울국제여성영화제를 통해 본 작품이다. 영화를 보기 전에 봤던 줄거리의 내용처럼 굉장히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였다. 주인공인 소냐는 남자친구인 크리스가 프로포즈 할 계획이란 것을 알아채고 굉장히 혼란스러워한다. 그녀 스스로는 결혼에 관한 환상도 없을뿐더러 결혼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수차례 그의 프러포즈를 완고하게 거절한다. 동시에 영화는 그와 그녀가 얼마나 다른 사람인지도 아주 잘 보여준다. 

영화 델마와 루이스를 함께 보는 장면이 있는데 그때 두 남녀는 아주 상반된 반응을 보여준다. 소냐는 눈물까지 흘리며 감동하지만 크리스는 심드렁하게 지켜볼 뿐이다. 굉장히 공감 가는 장면 중 하나였는데 연애를 하다 보면 누구나 이런 순간을 겪기 마련이라고 생각한다. 사랑이라는 콩깍지에 씌어 보이지 않다가 어느 순간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처럼 정신이 돌아와 상대방이 나와는 정말 다른 사람이라는 걸 깨닫는 순간이 있다. 가령 잔인한 영화의 장면이나 전혀 웃음 포인트를 느낄 수 없는 프로그램을 보며 깔깔거릴 때라던가 영화에서처럼 누구나 일하고 싶어 하는 직장 꿈의 직장 구글에서 일할 기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에 만족하는 모습을 보일 때 말이다. 이처럼 서로의 가치관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이 있다. 

그리하여 두 주인공은 잠시 헤어진다. 그리고 떠난 로마 여행에서 우여곡절을 겪으며 돌아온 여주는 billie holiday의 노래 It had to be you를 부르며 크리스에게 프로포즈를 하는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여성의 모습으로 막을 내린다. 조금 아쉬운 것은 둘이 완전히 헤어지고 광고 음악가로서의 여주의 삶에 대해 더 보여줬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영화의 전체적인 주제가 결혼과 선택이다 보니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여성에게 결혼이란 무엇일까. 특히 한국에서 결혼의 의미란? 소냐의 어릴 적 상상처럼 당연히 H라인 치마에 블라우스와 하이힐은 신은 멋진 커리어 우먼이 될 거라는 기대와 같이 나 자신도 어릴 땐 결혼이 필수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남들도 다 하는 거니까. 그게 너무나 당연한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 하고 보여줬으니까. 하지만 나이를 먹어가며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일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국에서 결혼이란 무엇일까? 왜 결혼이 하고 싶은 거냐고 누군가에게 언젠가 물어본 적이 있다. 그 사람은 서른 전에 결혼해서 아기를 가져야 하지 않겠냐고 답변했다. 영화에서 크리스가 말한 "너랑 영원히 함께 하고 싶으니까" 와 같은 진부하지만 클래식한 답변이 아니었다. 재밌게도 우리 사회에서는 그것이 결혼하고 싶은 이유에 대한 대답으로 들을 수 있는 일반적인 답변인 중 하나인 것 같다. 늦게 결혼하면 아이가 기형 일까봐, 남들 다 하는데 나만 안하면 문제 있는 사람처럼 보일까봐, 외로우니까 등등. 결혼한 커플들 중 정말 절절히 사랑해서 결혼한 커플이, 아니, 소냐처럼 심사숙고하여 결혼을 주체적으로 선택하는 커플들이 과연 몇 퍼센트일지 궁금할 정도였다. 
내가 25살이 넘은 후 종종 들었던 말 중 하나는 
“너도 이제 결혼해야지. 남자친구는 있고?” 또는 “언제 결혼할 생각이야?” 와 같은 것이다. 마치 인생에서 결혼은 필수불가결한 것이고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기 때문에 그 문을 언제 통과할건지에 대해 끊임없이 물어보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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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어갈수록, 특히 서른에 다가갈수록 여성들은 항상 선택의 갈림길에서 선택을 강요당한다. 난 결혼할 생각이 없기 때문에 독신으로 늙어 죽을 거라고 할 때마다 많이 하는 말들은 “그런 애들이 더 빨리 가더라” or "왜??" 였다. 이런 말들을 통해 우리 사회가 생각하는 결혼과 여성에 대한 관점을 엿볼 수 있다. 노처녀 히스테리라는 말도 아주 오래전부터 존재해오고 있으며 결혼하지 않은 나이 많은 독신 여성을 비하하는 말로 여전히 사용된다. 결혼은 당연한 것이며 결혼을 해서 아이가 있고 남편이 있어야만 완성된 삶을 사는 것인가? 

결혼하지 않아도, 아이가 없어도, 남자친구가 없어도 여성들은 충분히 완성된 삶을 살 수 있다. 이제는 동성결혼도 합법적으로 가능한 세상이다. 더 이상 결혼은 남녀 간의 결합으로만 볼 수 없다. 이렇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여전히 결혼이 필수인지 선택인지 따지는 것은 너무 고리타분한 일이다. 인생은 B(Birth)와 D(Death)사이의 C(Choice)라는 명언처럼 모든 것은 선택일 뿐이며 영화에서 보여준 소냐의 모습과 같이 결정은 각자의 몫이다. 틀린 인생, 틀린 선택은 없다. 다른 인생, 다른 선택만이 있을 뿐이다. 다시 영화 이야기로 돌아오자면 연인들이라면 겪을만한 이야기를 현실적이면서도 가볍게 표현한 영화라 꽤 볼만했다. 한국에서 개봉한다면 다시 한번 보고싶다. 


[장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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