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흑인 헤르미온느? 안 될 이유가 있나 [예술철학]

흑인 헤르온느에 대한 대중의 비난은 옳지 못하다.
글 입력 2016.06.2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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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마에는 번개모양의 흉터가 있고 동그란 안경을 쓰고 있으며 검은머리와 비쩍 마른 몸매를 가진 소년.
이 글을 읽고 있는 대부분의 독자들은 '해리포터'라는 이름을 떠올릴 것이다. 
1997년 조앤.K.롤링의 <해리포터 시리즈>의 주인공인 이 소년은 전 세계를 자신의 모험에 끌어당기며 수 많은 사람들을 '해리포터 덕후'로 만들었다. <해리포터 시리즈>는 원작 소설의 성공을 바탕으로 영화도 성공을 거두며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이러한 해리포터의 브랜드화의 중심에는 영화 속 해리포터 삼총사(해리, 헤르미온느, 론)의 모습이 기존 독자들의 기대(혹은 상상)에 상당히 부합했다는 점이다. 말그대로 작품 속에서 그래도 튀어나온 것 같은 모습의 세 사람은 2001년부터 2011년까지 햇수로 10년간 해리포터 영화를 지키며 대중들과 함께 성장해왔다. 
 

해리포터.jpg
(사진출처 : 네이버 블로그 "Hooney + 섹쉬블랙")
"좌측부터 엠마왓슨(헤르미온느 역), 다니엘 레드클리프(해리포터 역), 루퍼트 그린트(론 위즐리 역)"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을 마지막으로 완결된 해리포터 시리즈. 수 많은 팬들이 완결의 진한 아쉬움을 달래가던 중에, 기존 스토리의 15년 뒤의 이야기를 담은 '해리포터와 저주받은 아이'(원제 = Harry Potter and the Cursed adult)가 연극으로 만들어진다는 소식은 전 세계의 관심을 다시 해리포터로 가져오기에 충분했다. 이러한 관심의 중심은 당연히 주인공 3총사를 누가 맡게 되냐는 것이다. 3총사의 역할을 맡은 배우가 공개되자 헤르미온느 역할을 맡은 배우에 대한 각종 비난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헤르미온느 역할을 맡은 노마 드메즈웨니가 흑인이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의 머리 속 헤르미온느는 영화 속 엠마왓슨처럼 하얗고, 금발의 곱슬 머리를 가진 여자로 각인되어있기 때문이다.


흑인헤르미.jpg
(사진출처 :엑스포츠뉴스 "흑인 헤르미온느 등장에 인종차별 논란 점화") 
'해리포터와 저주받은 아이'의 노마 드메즈웨니(헤르미온느 역)


 흑인 헤르미온느를 향한 팬들의 비난이 끊이질 않자 원작자 조앤.K.롤링은 SNS와 인터뷰를 통해 '헤르미온느의 하얀 피부색을 정한 적은 없으며 노마는 헤르미온느 역에 잘 맞는 배우'라며 노마를 향한 비난에 종지부를 찍었다. 실제로 그녀의 원작에서도 헤르미온느는 그녀의 인종 혹은 피부색에 대한 묘사는 나와있지 않으며 그저 갈색 눈동자와 곱슬 머리, 영리한 성격으로만 묘사되어있었다. 또한 본 작품의 감독인 존 티파니는 "사람들이 백인이 아닌 히어로를 상상해 본적도 없다는 사실이 매우 놀라웠다."며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접할 때,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평가를 하게 된다. 이 때의 가치관이 때로는 편견이나 선입견이 되어 다소 부정적인 평가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특히 다수가 옳다고 믿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각자의 편견 혹은 선입견이 더욱 강화된다. 이러한 현상은 타인으로부터 창피를 피하고 인정을 받으려는 인간의 본성에서 기인하기 때문에 '흑인' 헤르미온느에 대한 비난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본능에서 발생하는 문학 혹은 예술 작품에의 비난은 옳지 못하다. 가장 먼저, 원작 속 헤르미온느는 머글(마법사가 아닌 인간) 태생의 여자로서 예쁘지 않은 외모를 가진 것으로 묘사된다. 또한 마법사 세계 속 소수 종족의 권리보장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등의 상당히 진보적인 사고를 갖고 있는 캐릭터로 표현된다. 이러한 캐릭터 특징에서 보았을 때 헤르미온느는 무조건 백인이라는 주장을 펼칠 수 있을까
다음으로, 문학, 예술의 본질은 소통과 상상력에 있다는 것이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독자들은 작품 속 마법세계에 대해 모두가 똑같은 모습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사람들은 문학(혹은 예술) 작품을 접할 때 각자의 가치관과 상상력을 투영하여 자신만의 해석을 진행한다. 따라서 누군가에게 헤르미온느는 흑인일수도, 백인일수도, 황인일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문학(혹은 예술)작품의 모습을 다수의 가치관으로 사실화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마지막으로, 다수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일례로, 최근 종영한 웹툰원작드라마 <치즈인더트랩>캐스팅 사례를 들 수 있다. 당시 여주인공인 '홍설' 역에 어울리지 않는 외모의 배우 김고은씨가 캐스팅되었다는 이유로 방영 전부터 많은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드라마 방영 후 김고은은 뛰어난 연기력을 통해 대중들의 찬사를 이끌어냈다.  따라서 연극 상영 전부터 헤르미온느 역을 맡은 노마를 향한 비난이 단지 '헤르미온느는 '백인'이어야만 해'라는 다수의 생각에 근거한다면 이는 옳은 것이 아니다.
 우리의 마법사 '해리포터 삼총사'가 새로운 이야기와 함께 찾아왔다. 캐스팅에 대한 머리 아픈 비난은 잠시 접어두고 오랜 친구의 귀환을 환영할 마음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p.s. 해리포터는 역시 이 음악과 함께!
(출처 - Youtube 업로더 'emmawatsonlover1993')




[최태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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