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슬픈 영혼을 위로하는 현대판 음악굿, 앙상블시나위의 < 사랑이여 > 관람후기 [공연예술]

글 입력 2016.06.20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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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과 사랑에 대한 찬사만큼 화려한 미사여구가 많은 게 또 있을까. 그러나 실제 삶은 그 자체로서 우리에게 아름다움을 선사할 만큼 친절하진 않다. 많은 인연 속에 둘러싸여 있어도 또 다른 존재를 그리워하는 것이 인간이다. 충족될 수 없는 욕망과 결핍, 설명하기 힘든 기나긴 외로움과 걸음을 멈추고 싶게 만드는, 끝이 두렵기만 한 삶의 무게. 주변 누구에게도 그 막막함과 막연한 공허함을 온전히 보일 길이 없을 때 우리는 살아있는 것에서 괴로움을 느끼고 ‘나’라는 존재가 이 삶에서 소외된 것은 아닐까 하는 절망감에 빠지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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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18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주최된 공연 ‘2016 앙상블시나위 콘서트 <사랑이여>’는 한판의 굿처럼 춤과 시, 연주, 창, 합창 등이 어우러진 뜨거운 현장이었다. 공연은 두말할 것도 없이 눈물을 쏙 빼놓을 만큼 좋았다. 30,000원이라는 티켓가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그렇게 한바탕 울고 나서야 새삼스러운 사실 하나를 깨달았다. 인간은 어디에서 위로를 얻는가. 계속해서 나를 외롭게 만드는 그 질문에 대한 하나의 대답이기도 했다. 자기 생에 대한 무조건적인 믿음과 긍정에서가 아닌, 내 안의 부정성(否定性)의 숲, ‘인간성(원초적 감성)’에 대한 용서에서부터 위로는 시작된다고. 그리고 그러한 절뚝거리는 인간의 대열에 합류할 때, 멈췄던 걸음을 떼며 다시 살아갈 수 있다고. 타인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것은 당신도 나와 같은 것을 보며 같은 표정을 지을 수 있다는 연대감과 연민, 사랑이라고. 


  <사랑이여>는 바로 그러한 길을 걷고 있는 모든 자들, 꿈을 잃은 청춘을 위한, 뜨거운 만남을 위한, 슬픈 자를 위로하고 그리운 이를 기억하기 위한 현대판 굿이었다. 전통음악과 현대 악기의 조화 속에서 재즈, 무용, 시와 같은 타 장르와의 융합으로 메세지의 깊이를 더한 신선하고 충격적인 공연은 앙상블 시나위의 아쟁, 가야금, 피아노, 양금, 창과 더불어 멀티-인스트루멘탈리스트 정재일의 기타, 장재효의 판소리와 타악을 통해 우리 음악의 핵심인 ‘장단’ 속에서 무아지경의 단계까지 이르는 즉흥적인 연주를 선사했다. 절정으로 치닫는 연주자의 격정과 현란한 손놀림, 무대를 꽉 채우는 그들의 웅장하고 날카로운 소리는 현대적 ‘시나위(굿거리, 살풀이 따위의 무속음악)’의 진수를 제대로 보여주었다. 첫 시작부터 내 귀를 사로잡던 가사인 ‘이 땅 위에 영혼들 위하여/꽃으로 피고 진 이를 위하여/길 잃은 나그네를 위하여/이름 없는 희생을 위하여/힘없는 자의 간절한 기도로/사랑하는 자들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공연은 그 쓸쓸한 기도로 처음을 알리며 잠시의 쉬는 시간도 없이 프로그램 마지막까지 내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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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인상 깊었던 무대는 ‘시간의 경계’로, 무용이 있던 부분이었다. 몽환적이고 긴장감이 넘치는 웅장한 연주는 어두운 배경이 되고 조명은 오직 무용수만을 밝게 비춘다. 그러나 그의 움직임은 처음부터 끝까지 단일하다. 무대 오른쪽 끝에서 왼쪽 끝까지 천천히 한 걸음, 한 걸음 슬로우 모션으로 걸어 나가는 것. 그리 크지도 않은 무대이건만, 곡 하나가 진행되는 내내 그는 허공에 계단이라도 있는 것처럼 힘겹고 느리게 걷다가 엔진이 꺼지듯, 참았던 숨을 한꺼번에 내 쉬듯, 드문드문 멈추고 다시 일어서기를 반복하다 무대 밖으로 사라진다. 음악이 절정으로 진입해 들어가고 그가 겨우 무대 중간에 도착해 몸을 축 늘어뜨리며 잠시 멈췄을 때 내 눈물은 터지고 말았다. 연주가 잦아들고 곡이 끝에 다다랐을 때도 그 느린 걸음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의 모습에서 나를 보고, 흘러가는 시간을 보았던 것 같다. 


  황무지 같은 생 위에서 울고 웃으며, 사랑하고 이별하고, 무언가를 그리워하고, 기도하며 버티듯 끝끝내 살아내야 하는 것이 우리네 삶이다. <사랑이여>는 바로 그 삶에 대한 위로이자 음악적 증언이었다. 프로그램의 메시지에서 뿐만 아니라 음악인들의 연주에서도 느낀 바가 많았다. 한음 한음을 자유롭게 내기 위해 얼마나 고심하고 피나는 노력을 했을지, 자기 자신을 완전히 자유롭게 놓아버릴 정도로 즐기면서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통의 시간이 있었는지 느껴져 존경스러웠고 반성하는 마음도 들었다. 모든 것을 걸고 하는 이들의 모습이 저런 것이란 걸, 그래서 이 무대가 정말 소중한 것이고 관중석의 많은 이들도 그것을 고스란히 느끼는 것이란 걸. 처음부터 끝까지 진심을 대해 진정성을 전달하는 이들의 모습에 감동하고 치유 받은 날이었다. 최근 심신이 지쳐 생각이 많고 아무것도 받아들이지 못할 것만 같았는데, 잊지 못할 무대 중 하나가 될 것 같다. 



주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주관/ 아시아문화원, 앙상블시나위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광주광역시, 광주문화재단, (주)남화토건 유당 문화재단
스텝/ 무대연출_진영준, 조명_최보윤, 음향_김병극, 사진_옥상훈, 매니저_김수미, 프로듀서_양수연
출연/ 앙상블 시나위(아쟁_신현식, 가야금/소리_김양화, 양금_정송회), 
한국무용_백경우, 현대무용_정영두, 전자음악_카입, 기타_정재일,
타악_장재효, 합창_광주시립합창단&살레시오 초등학교 합창단 '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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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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