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공공미술, 지친 일상에 여유와 여백을 선물하다 [시각예술]

글 입력 2016.06.20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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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미술, 지친 일상에 여유와 여백을 선물하다.


 나 또한 미술은 소수 계층에 의해 향유되는 문화라고 인식하던 시간이 있었다. 미술은 소위 말하는 ‘시간’이나 ‘돈’의 여유가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것이라고. 모처럼 쉬는 날, 미술관에 가서 봐도 봐도 어려운 미술작품을 둘러보며 어리둥절한 채 시간을 낭비할 바에야 침대에 누워 편히 휴식을 취하는 편이 되려 생산적일 거라고. 
  
 그러나 참 신기하게도 지금, 시대가 변하면서 많은 것이 따라 변하게 된다는 상투적인 말이 참 와 닿은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어느덧 한 명의 유명 행위 예술가의 퍼포먼스에 갑론을박 한다거나, 건축법에 의해 세워진 옥외작품을 하나의 랜드마크로 인식해 ‘신촌역 빨간 잠수함 앞에서 보자’라고 말한다거나, 각종 SNS에 러버덕과의 인증샷을 올린다거나 하는 일들이 이미 특별할 것 없어졌다. 
 
 다시 말해, 고상하고 엄숙해야 했던 ‘예술’은 공공미술을 통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하나의 대중문화로 자리잡았다는 것이다. 미술은 이미 미술관에서 탈출해 우리가 즐겨가는 길거리, 공원 등 아주 가까운 곳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고, 이로 인해 대중들 또한 미술에 대한 감상과 접근이 보다 쉬워졌다. 어느 덧, 많은 사람들이 휴일에 미술관과 전시회를 찾는 일이 전보다 잦아졌고, 전시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SNS에 전시회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공유하는 일이 꽤나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것으로 자리잡았다.

  개인적으로 조각이나 건축 등 다른 미술 분야보다 비교적 회화에 관심이 많았던 나 또한 최근들어 공공미술이 예술의 보편화와 대중화에 끼치는 영향과 파장에 대해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매우 인정하고 있고, 이제는 꽤 많은 작가와 작품들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공공미술이 대중이 느끼는 예술에 대한 거리감을 다소 해결했다는 것, 이로 인해 예술을 즐겨보고자 하는 욕구가 생겨 예술 입문의 발판을 마련하게 해주었다는 것은 인정할만한 사실이다. 때문에 우리 사회의 공공미술의 위치와 대중성에 대한 이야기를 간략하게 마치고, 이미 우리에게 친숙하거나 기본적으로 알아두면 좋을 만한 공공 미술분야의 유명작가들을 간단히 소개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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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출신의 미국 공공미술 작가로 클래스 올덴버그는 위와 같은 그의 재치 넘치는 작품으로 공공미술 분야의 유명한 작가이다. 위쪽의 사진은 Spoon bridge이라는 이름으로 1988년에 완성된 작품이다. 그는 진부한 일상의 물건들을 거대한 크기로 과장시키거나 재료나 질감들을 다르게 하여 기존 사물에 대한 고정관념을 완전히 무너뜨린다. 물건의 실용성보다는 심미성에 주목한 그는 일상 속 진부하고 평범한 대상을 고급문화의 영역으로 끌어올림으로써, 상업주의, 대량생산, 패스트푸드 문화, 평범한 대상의 신격화라는 이슈들을 탐구했다. 역동적이고 신선한 그의 작품들을 볼 때면 마치 거인국에 온 듯 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올덴버그라는 작가가 우리에게 익숙할 법도 한 또다른 이유는 우리가 청계천을 지날 때 마다 쉽게 눈에 볼 수 있는 spring의 작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작품이 들어올 때 꽤 논란이 있었지만 지금은 이미 청계천의 랜드마크로 인식되어 청계천에 온다면 꼭 기념 사진 한 장 찍어 가게 되는 하나의 명소로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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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대표적인 현대미술가인 제프 쿤스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작가 중 한 명이자 그의 작품이라면 한 번쯤은 접해보았을 만한 우리에게도 아주 잘 알려진 작가이다. 위쪽 사진의 작품명은 puppy로 2000년에 완성된 작품이며, 베르사유 궁전에서의 전시회 중의 모습이다. 전시 당시 베르사유 궁전에서의 그의 전시회를 크게 반발한 세력들이 있었음에도 불구 하고 고급예술과 저급예술의 경계를 전복시키고자 했던 그의 의지로 많은 논란 속에서도 전시회는 진행되었고, 고전적이자 화려함의 극치인 베르사유 궁전과 그의 캔디컬러 키치 조각들의 합은 낯설지만 흥미로운 연출이었다 평가 받기도 했다. 

  ‘키치의 제왕’이라 불리는 그는 키치 취향과 팝적 감수성으로 예술의 권위와 순수성에 대해 도전 위한 작품들을 많이 제작했다. 강아지, 꽃, 인형 등과 같은 오브제나 대중매체 속의 콘텐츠를 작품의 소재로 삼았는데 이러한 일상 속 비예술적인 것들을 예술적인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놀라운 능력을 보여준다. 
  
  대량 생산된 레디메이드로 보여지는 그의 작품들은 이것이 예술인가 그렇지 않은 가 고민에 빠지게 하는데 쿤스는 “예술은 작품 자체에 있는 게 아니라 그 대상을 바라보는 모든 개개인에게 존재한다.” 라 말한다. 따라서 우리는 그의 예술에 대해 계속 질문할 필요가 있으며, 그것이 그가 말하는 그의 작품의 가치를 더욱 높이는 일이라 생각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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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에 기사들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공공미술이자 설치미술 작가와 작품들을 간략히 살펴 보았다면, 최근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 가장 큰 화제가 되었던 공공 미술은 플로테라인 호프만의 <러버덕 프로젝트>라고 볼 수 있다. 사실, 이 기사의 주제를 선정하는 계기라고 할 수도 있는 러버덕 프로젝트는 프랑스 생나제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일본 오사카, 호주 시드니, 브라질 상파울루, 홍콩 등 전 세계 각 국에서 전시되며 가는 곳마다 갖가지 화제를 만들어냈다.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 러버덕은 일상에 지친 시민들에게 잠시 나마의 여유를 선사했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즐거워하며 동심으로 돌아간 느낌을 받기도 했다.
 작가인 호프먼은 “예술은 콧대가 높고 똑똑한 사람만 한다고 생각해 일반인이 접할 기회가 많지 않은데 그런 예술에 대중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었다”고 말했다.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던 석촌호수 근처에 살고 있는 나는 몇 번이고 이곳을 지나쳤는데, 당시 러버덕 앞에는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로 늘 북적여 있었다. 때문에 나는 우리의 인생에서 행복을 느끼는 순간이 딱히 거대하고 엄청난 것으로부터 오는 것 만이 아닌 작은, 사소한 것으로부터 찾을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이것이 공공미술이 우리에게 주는 궁극적 의미라고 깊게 깨달은 순간이 었다.

공공미술은 대중이 예술을 더욱 친밀하게 느끼게 하기 위한 시도,그리고 삶과 동떨어져 있지 않는 가까이 있는 것이라 단언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우리는여전히 때때로 이 작품은 무슨 의미를 담고 있는 걸까 하고 갸우뚱하게 만드는 작품들도 자주 마주하곤 한다. 그러나생각해 보건데, 공공미술에서의 심오하고 깊은 의미를 찾는 것은 오히려 무의미한 일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등교 길에, 출근길에, 산책길에 빽빽한 건물 속에서 지나치게 많은 사람과 자동차들 속에서 잠깐의 여유나 여백을 느끼는 것. 그리고이러한 것들이 일상 속 자연스러움이 되는 것이 공공미술의 가치이자 더욱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양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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