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자생하는 인디문화로의 발전을 위하여 [공연예술]

아직 발전중인 대한민국의 인디문화. 그 바람직한 변화는 무엇일까?
글 입력 2016.06.17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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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생하는 인디문화로의 발전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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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언제부터 공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저 음악을 좋아하였던 것 같기도 하고,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였던 것 같기도 하고 그냥 재미있는 게 좋았던 거 같기도 하다. 아무튼 어느새 내 방 한구석에 그저 생각 없이 모으던 공연 티켓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것을 보면 스스로도 놀랍긴 하다.  물론, 특히 요즘 젊은층 사이에서는 취미 또는 여가생활로 공연을 즐기는 사람들이 매우 많다. 나도 일단은 그런 젊은 층 중에 한 명으로 글을 적어보려고 한다.
 여러 공연 분야들 중에서도 내가 가장 관심을 가졌던 것은 인디 문화, 특히 인디밴드들의 공연이다. 마냥 관람하는 취미가 아니라 실제로 직접 무대를 만들고 기획하며 인디밴드들을 만나 그 문화를 즐긴지 이제 1년 정도 된 거 같다. 대학생 신분으로 한계는 있었지만 그래도 조금이나마 나름 인디문화에 대한 철학이 생기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계획이 생겼다.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조금씩 인디 레이블, 기획사에서 일하고 있는 많은 대표님들, 종사자들 그리고 인디밴드들을 만나서 이야기하다 보니 나는 그저 허무맹랑하고 눈에 보이는 것만 쫓고 있었지 사실 인디문화에 대한 고민은 전혀 하지 않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그저 취미로 인디 음악을 좋아하는 수많은 사람들과 전혀 다를 것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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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 밴드 '밴드 코로나' 공연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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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 문화란?


 그렇다면 '인디 문화'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아마 의외로 이 질문에 답을 못하는 사람들이 많을 수도 있다. '하위문화, 대중적이지 않은 문화, 나만 아는 문화' 등의 답이 나올 수 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최근에 한 TV 개그 프로그램에서 이를 풍자한 것도 본 기억이 있다.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르는, 나만 알고 있는 인디밴드'를 응원하며 따라다니다가 막상 그 인디밴드가 유명해지면 더 이상 응원하지 않는 팬의 형태를 패러디한 내용이었다. 나 또한 그저 웃기는 했지만, 이것 역시 인디 문화가 만들어내는 큰 특징이자 매력임은 사실이다. 그 성격상 인디 문화의 콘텐츠들은 대중적이지 못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는다. 혹은 그럴 여력도 없고, 심지어 그럴 필요도 느끼지 않기도 한다. 그래서 수많은 인디밴드들 중에 '나만 아는 인디밴드'는 있을 수밖에 없으며 마치 내 것인 듯한 매력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인디는 인디펜던트(indipendent)의 약자로 '독립'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다. 말 그대로 자체적으로 제작하는 모든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제작자에게 전혀 영향을 받지 않고 자신의 스타일대로, 자신이 원하는 대로 만들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자신만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것이 인디문화의 가장 큰 특징이자 매력이라고 생각했다. 독립 출판, 독립 영화 등 인디 문화에도 여러 분야들이 있지만 특히 인디 음악의 영향력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만의 가사를 담고, 자신만의 멜로디와 분위기로 노래를 하는 그들을 보면(물론 자신의 취향과 맞아야 하겠지만) 그 열정이 너무 멋있어 보였고, 노래를 하는 모습이 행복해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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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 밴드 '여일밴드' 공연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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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 문화의 현실
 

하지만 단순히 인디 공연을 보러 다니는 관객의 입장을 넘어 공연을 기획해보고 관련 업무를 경험하다 보니 조금은 참혹한 인디문화의 현실을 알 수 있었다. 흔히들 막연히 알고 있는 인디밴드들의 어려움은 실제로 느껴보지 않고서는 사실 안다고 해서는 안된다. 작년 겨울쯤이었나, 한 유명 인디 페스티벌 기획홍보팀장님이 하신 얘기가 생각난다. 인디밴드들은 성공하기 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열정이 부족한 거 같다는 누군가의 말에 '그들이 포기하는 이유는 열정이 부족해서가 아니라고, 열정 따위로는 따질 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가 존재한다.' 고 하시며 열분을 토하시던 장면이 생각난다. 나 또한 실제로 그렇다고 생각한다. 이미 그들의 열정이 있고 없고의 문제와는 차원이 다르게, 생계유지라는 현실적인 부분에서 생활이 가능하느냐의 문제가 있는 것이다. 물론 당연히 그 수많은 인디밴드들이 모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모두 유명해지고 모두 돈을 많이 벌어서 성공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은 분명히 인디문화 자체가 너무 수동적이고 소극적이어서 더 열악한 환경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제는 '자생할 수 있는 인디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접 일을 하며 만나본(보통은 정말 인지도가 낮은) 인디밴드 들은 작은 공연 무대에도 불필요할 정도로 감사해했으며 대부분은 그들의 공연에 대한 대가가 없어도 따지지 않고 달려왔고, 심지어 앞으로 또 만나기를 약속하고는 했다. 처음엔 기획하는 입장에서도 그저 감사했으며 멋있어 보이고, 어쩌면 나 또한 당연하게 생각하던 때도 있었다. 아직 배우는 입장에서 경험이 부족하기도 했고, 생각이 어리기도 하여 열정을 가진 인디밴드들의 무대를 통해 돈을 벌어들인 다는 것(예를 들면 티켓값)이 부정적으로 보이기도 했고, 다른 수익구조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또는 인디밴드의 공연 중에 내가 생각하는 정도 보다 티켓값을 많이 받는 기획공연들이 있으면 괜히 혼자 욕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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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 밴드 '체리팩토리' 공연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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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생하는 인디 문화


 하지만 위에서 말했듯 굉장히 당연하게도, 현실적으로 '인디 문화'에 돈은 필요하다. 글의 서두에 '인디'라는 뜻에 대해 설명했는데, 인디 문화는 그저 열정적이며, 가난하고 힘들다는 뜻은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다. 그들은 정당한 값을 분명히 받아야 한다. '나는 하고 싶은 일하고 있으니까, 돈을 받지 않더라도 어느 무대든 달려가서 내 이름을 알리고 공연을 해야 해. 아직 무명이니까' 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왜냐면 그것은 지극히 정당한 값이기 때문이다. 돈을 밝히고 돈을 벌자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당연히 돈을 받지 않는다.'라는 생각만큼은 버리자는 것이다. 일정 수의 밴드가 그런 생각을 가지고 노래를 하다 보면, 다른 다수의 무명 밴드들 또한 따라가게 될 수밖에 없다. 같은 음악을 한다고 보았을 때 돈을 받는 밴드를 굳이 부르지는 않을 테니까.
 이것은 인디 문화가 '자생'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그 당시에는 돈을 못 받더라도 자신의 인지도를 높여서 좋은 것처럼 보이지만, 인디 문화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인디문화의 발전을 저해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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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길거리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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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 문화의 변화


 사실 이 부분에서 더 중요한 것은 인디 공연을 즐기는 관객들의 관람 문화이다. '조금이라도 더 싼 공연, 공짜 공연을 보자.', '인디밴드니까 티켓값을 지불하긴 아까워. 내가 자리를 채우는 것만으로 잘하는 일이야.' 라는 생각은 바꿔야 한다. 관람 문화 또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큰 돈을 내자는 것이 아니라 그 공짜 근성을 버리는 것이 인디 문화의 자생을 위한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글을 쓰는 지금도 내가 말하고 있는 것이 타당하고 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확신은 없다. 하지만, 유럽의 경우에서 약간의 해답은 찾을 수 있다. 나 또한 유럽 여행을 다니며 크고 작은 공연들을 경험해 보았다. 보통의 경우 '공짜 공연'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냥 당연하게 아티스트들은 그들의 노래에 대한 정당한 값을 받으며 관객들 또한 그 무대를 즐겼다면 1파운드라도 내는 것이 당연한 문화였다. 액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1파운드를 내는 것과 안내는 것은 인디 문화에 너무나 큰 차이이다. 그 1파운드로 인해 그들은 '자생하는 법'을 알아서 찾아 2파운드를 버는 법을 알게 되며 또 그에 맞는 값어치의 무대가 늘어난다. 그러면서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인디문화를 대하는 자세가 달라지고, 관람 문화가 바뀌어 동시에 하나의 인디 문화가 변화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조금은 다른 이야기이긴 하지만 공연의 기반이 되는 이런 인디문화가 성장했을 때 각종 페스티벌로 인해 천편일률 적으로 흘러가는 공연예술 시장에 변화를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돈을 벌자는 것이 아니라 문화를 바꾸자는 것이다. '공짜 근성', '인디밴드들은 이래도 돼. 원래 열정페이 인거야.' 라는 생각을 버리자는 것이다. 물론, 그에 걸맞은 공연이 만들어져야 하고, 관객들이 내는 돈에 걸맞은 콘텐츠가 준비되어야 한다. 이 부분은 기획자가 해야 할 일이며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티스트나, 기획자나, 관객들이나 조금씩 조금씩 인식을 바꾸다 보면훨씬 성숙하고 발전하는 인디문화를 가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선인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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