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서울을 거닐다-2-서촌 [여행]

글 입력 2016.06.16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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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거닐다.

  (2) 서촌


 [ 윤동주 시인의 언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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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미술관에서 전시회를 관람하고 큰 길을 따라 10분 정도 걸었더니, 윤동주 시인의 언덕에 도착했다. 윤동주 시인이 연희전문학교에 다녔을 때, 효자동 길을 따라 인왕산에 올라 시상을 다듬었다고 한다. 당시 식민지였던 경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이 언덕에서 윤동주 시인은 자신의 미래와 민족의 앞날을 고민했을 것이다. 윤동주 시인의 언덕 표지석과 그 옆 <서시>를 새긴 시비를 가볍게 읽고 언덕을 한 번 둘러보았다. 몇몇 사람들이 사색에 잠겨있고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생각보다 조촐한 이 공간에 수 많은 생각들이 모여있다. 혼자 온 젊은 청년은 무슨 걱정이라도 있는지 한숨을 쉬며 저 멀리 보이지 않은 한 지점을 바라보며 바람을 쐬고 있었다. 그 청년 옆을 지나가며, 시원하게 흩날리는 이 바람을 따라 그의 근심걱정도 날려버리길 바랬다. 언덕 주위로 예쁜 꽃이 펴있고 그 울타리엔 윤동주 시인의 시가 누군가의 손에 의해 쓰여져 있다. 날 좋고 바람 좋은 이 공간에 서서, 윤동주 시인이 사색했듯이 나와 조국(?)의 미래를 괜시리 걱정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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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인 오락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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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스타그램’에 줄기차게 등장하는 이 동네 서촌에 뜬금없이 오락실 하나가 있었다. 최대한 예전의 모습을 간직한 채로.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쳐 갈 수 없듯이 나도 옥인오락실에 들렀다. 촌스럽지만 센스있는 인테리어에 피식 웃었다.
사실 오늘날 오락실이 그렇게 많진 않다. PC방이야 많지만 오락기계가 놓인 오락실은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심지어 이 곳 옥인오락실엔 최신 오락기계는 없고 전부 어렸을 적 많이 봤던 오락기계뿐이었다. 나도 모르게 어린 시절 가장 많이 했던 ‘보글보글’ 기계 앞에 섰다. 그 때 그 마음으로 게임을 하고 나니, 기분이 묘했다. 이미 지나가버린 그 시절을 다시 되돌릴 순 없지만, 사소한 방법으로 그 때의 기억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일까.


 
 [ 누하의 숲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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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가정식을 판매하는 누하의 숲. 위에는 치킨남방정식, 아래는 스키야끼 정식이다. 참고로 밥과 반찬의 종류는 자주 바뀌고, 정식 메뉴도 점심과 저녁이 서로 다르다고 한다. 인테리어마저 ‘일본스러운’ 이곳은 종업원들끼리 일본어로 대화하고 실제 건강한 일본밥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일본가정식인만큼 그들의 식사 문화까지 알려준다. 한 손으론 밥 공기를 들고 입에 가까이 가져가 젓가락을 이용해 먹는다고. 조용조용한 분위기에서 일본에 온 느낌 그대로 받으면서 건강한 식사를 하고 싶다면 무조건 추천한다. “이따다끼마스!”



[ 하루 종일 서울을 거닐 땐 이렇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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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구체적이고 다양한 루트로, 서울의 부암동과 서촌을 거니는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부암동에 위치한 카페 ‘산모퉁이’에서는 (밥값보다 비싼) 아메리카노를 한 잔 마시며 탁 트인 서울을 바라볼 수 있다. 주택가 사이의 꼬불꼬불한 골목들을 15분정도 걷다 보면 서울미술관에 도착할 것이다. [서울을 거닐다-1-서울미술관]에서 소개한 서울미술관에서 전시회도 관람하고 석파정까지 구경한다. 부끄러워하지 말고 예쁜 각도를 찾아 햇살 가득 담아 사진 한 장 남겨두는 건 잊지 말고! 서울미술관에서 큰 길을 따라 내려와 서울 3대 치킨 중 하나인 ‘계열사’에서 치맥! 대낮에 무슨 맥주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먹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다만 조금은 까칠한 사장님이 있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윤동주 시인의 언덕’을 둘러보며 소화도 시키고 바람도 쐬며, 소소한 사색에 잠기자. ‘건강한 행복이 이런거구나.’ 싶을 것이다. 경복궁역 방향으로 내려오다가 오른편 골목에 ‘통인스윗’이 조촐하게 위치하고 있다. 촉촉하고 달콤한 에그타르트는 이 집에서 가장 유명하다. 오후 세시쯤 타르트가 갓 구워져 나오는데 인기가 많아 못 먹을 수 있으니 서두르길. 바로 근처에 아이유 앨범사진 촬영 장소로 유명한 대오서점이 있다. 가정집이기도 했던 이 곳에 담긴 사연들을 읽다가, 사진 찍을 땐 아이유와 같은 포즈를 취하는 게 필수다. 그리고선 [서울 거닐다-2-서촌]에서 소개한 ‘옥인오락실’과 ‘누하의 숲’으로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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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모퉁이 / 서울미술관 / 계열사 / 윤동주 시인의 언덕 / 통인스윗, 대오서점 / 옥인오락실, 누하의 숲
 



이곳에 머물렀던 개인들의 추억들, 모두가 공감하는 과거의 시간들을 지금까지 그대로 간직한 동네가 부암동과 서촌이다. 걷다보면 뜨거운 햇볕에 조금 더울 수 있지만, 마음이 든든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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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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