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Back to the QUEER, 퀴어영화제의 문화예술성 [문화전반]

글 입력 2016.06.16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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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남성이 손을 잡고 길을 걷자 그들을 향해 온갖 조롱과 비난이 쏟아진다. 심지어 한 행인은 두 남성 중 한 명의 어깨를 밀치며 욕설을 내뱉기도 한다. 이는 러시아에 관한 강의를 듣던 중  접했던 러시아에서의 동성애 혐오 정도를 보여주는 한 실험 영상 속 모습이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바다 건너편 이국땅인 미국은 지난해 동성결혼을 합법화했다. 물론 모두의 동의하에 이루어진 일은 아니었겠지만 대중들 사이에서 어느 정도 동성애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Ordinance_Against_Rainbow_Flag_Draftedin_Louisianna07.jpg▲ -구글 이미지 발췌
 
 
 이처럼 게이, 레즈비언, 트렌스젠더 등 성소수자를 뜻하는 퀴어는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그리고 사회 전반적으로 그 어느 것보다도 뜨거운 논쟁거리이자 찬반이 극명하게 대립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소수자에 대한 문제가 항상 그래왔듯이 말이다. 하지만 이토록 민감하고 예민한 ‘퀴어’라는 주제로 2001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맥을 이어온 문화행사가 있다. 바로 무지개영화제라는 이름으로 첫 발을 내디뎠던 퀴어영화제이다. 
  


 퀴어영화제의 기조

퀴어의 창을 열다
  
퀴어의 창(昌, Sing)을 열다
퀴어의 언어로, 퀴어의 소리로 스크린을 채우겠습니다.

퀴어의 창(窓, Window)을 열다
퀴어의 시작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연대와 소통의 끈을 이어나가겠습니다.

퀴어의 창(槍, Spear)을 열다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와 차별에 퀴어영화라는 창으로 저항하겠습니다.

퀴어의 창(倉, Warehouse)을 열다
퀴어의 역사를 잊지 않으며, 퀴어의 역사와 변화를 담아내겠습니다.


제16회 퀴어영화제 Back to the QUEER의 방향성   

‘퀴어’적인 것들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영화제   
퀴어 커뮤니티와 함께하는 영화제   
퀴어의 역사를 기억하는 영화제    



 영화제가 16번 개최되는 2016년에 이르기까지 퀴어영화제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나로서는 퀴어영화제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두 가지 이유 때문에 굉장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영화제가 꽤 오랜 시간동안 이루어져왔다는 사실 때문에 한 번, 그리고 퀴어영화제가 굉장히 문화 예술적이라는 생각 때문에 한 번.





인간의 삶을 이야기하다
 

 퀴어영화제는 네 가지 의미의 ‘창’을 통해 자신들의 기조를 표방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두 번째 창(窓)은 퀴어의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보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이에 걸맞게 2016 퀴어영화제 역시 퀴어 커뮤니티와 함께하며 그들의 삶과 시선을 담은 영화를 관객들에게 선보이고자 한다.

  
 

 퀴어영화제의 폐막작으로 선정된 제이슨 벤자민 감독의 <맞춤수트>는 바로 이러한 퀴어영화제의 방향성과 목표를 적절히 잘 녹여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맞춤 수트> 시놉시스


뉴욕 브루클린의 맞춤양복점 빈들&킵. 수트를 맞추기 위한 예약페이지에는 
스타일, 정체성, 생각들을 적는 특별한 칸이 있다. 
“트랜스젠더 남성입니다”, “트랜스남성인 12살 손자를 위해 옷을 맞춥니다”
고객들은 빈들&킵에게 개인적인 이야기를 적어 보낸다. 
그리고 빈들&킵은 줄자를 들기 전에 
고객이 스스로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남들에게 어떻게 보일 때 기분이 좋은지에 대해 경청하며 꼭 맞는 수트를 만든다. 
영화는 빈들&킵과 그곳을 찾는 고객들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사랑, 재난, 범죄, 가족 등등. 영화는, 그리고 문화예술은 인간의 삶을 이야기해왔고 또 그럴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퀴어 영화에 있어서는 퀴어의 삶을 이야기하고 그것에 주목하려는 노력이 더욱 더욱 의미 있게 느껴졌는데, 그것은 평범한 사람의 삶이 아니라 ‘소수자의 삶’ 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지사지로 생각해!’ 일상 속에서 흔히들 쓰는 말이지만 사실 역지사지만큼 어려운 것도 없을 것이다. 내가 그 사람이 아닌데 어떻게 그 사람처럼 생각을 하겠는가. 그나마 역지사지가 가능한 것은 내가 상대방과 비슷한 상황에 처해봤거나 그 상황에 대해 간접적으로 자주 노출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소수자의 삶은 이 두 가지에 모두 해당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이는 퀴어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데 크나큰 걸림돌이 된다. 그렇기에 퀴어영화제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과 그것이 선택한 영화들은 퀴어가 아닌 사람들이 퀴어의 입장에서 ‘역지사지’를 해볼 수 있는 하나의 소스를 제공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영화제이고, 영화는 문화예술이니까, 문화예술은 언제나 그랬듯 인간들의 삶을 담아냈으니까 퀴어영화제가 문화 예술적이지 않다면 그게 오히려 더 이상할 것이다. 하지만 다른 영화제나 문화 예술에 비해 유독 퀴어영화제에 대해 ‘문화 예술적’라고 느꼈던 것은 다름 아닌 퀴어의 삶을 오롯이 담아내고자 하는 그 ‘인간적인’ 모습에 있었던 것이 아닐까.

 

 

고민과 문제의식을 담아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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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ck to the Queer, 퀴어로 돌아가다."


 2016 퀴어영화제의 슬로건이다. 여기엔 수많은 의미들이 내포되어 있겠지만, 그 중 가장 근본적인 문제의식은 바로 퀴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라고 할 수 있다. 퀴어는 무엇인가, 퀴어영화는 무엇인가, 퀴어 영화의 의미는 고정되어 있는 것인가? 이와 같은 퀴어와 퀴어영화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 근간을 두고 있는 제16회 퀴어영화제는 그들의 고민과 문제의식을 행사의 섹션 중 하나인 ‘실험영화단편 : 퀴어의 경계 혹은 무엇’을 통해 다채롭게 드러내고 있다.  


movie_image.jpg▲ -네이버영화 발췌
 

 총 2번으로 나뉘는 실험영화단편 중 첫 번째인 실험영화단편1(6월 17일 상영)은 ‘나를 표현할 수 있는 몸의 영역은 어디까지 인가?’라는 주제로 총 6편의 영화를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이성애 중심주의, 성별이분법 등에 맞서 뮤지컬 퍼포먼스를 기획하는 내용의 <도덕적으로 올바른 뮤지컬>, 평범한 길거리에서 펼쳐지는 가장 희한하고 섹시한 플래시몹을 보여주는 <카르미나 부리나>는 뮤지컬 퍼포먼스와 플래시몹이라는 독특한 스토리로 그들이 생각하는 퀴어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movie_image1.jpg▲ -네이버영화 발췌
 

 뒤이어 상영되는 실험영화단편2(6월 19일 상영)에서는 실험영화단편1과는 조금은 다른 각도에서 기존 퀴어 영화의 지평을 넓혀줄만한 다섯 가지 단편을 소개한다. 그중 애니메이션 <남겨진 후에>는 레즈비언이었던 이들의 말년, 죽음, 그리고 그 이후를 케빈이라는 인물을 통해 조명하고 있으며, 또 하나의 애니메이션인 <종이처럼 얇은>의 경우, 17살 소녀의 전환치료를 통해 그것의 폭력성을 고발하고자 한다. 이는 우리에게 익숙했던 퀴어 영화에 대한 이미지를  벗어나 새로운 시각에서 퀴어와 퀴어 영화의 모습을 제시하고 있다. 
 

 문화예술은 참 다양한 방식으로 향유된다. 그저 시간을 때우고 웃고 즐기기 위해 영화를 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영화를 통해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을 쌓아가는 사람이 있듯이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 외에도 문화예술은 대중들에게 있어서 어떠한 사안을 공론화시키고 싶을 때, 혹은 어떠한 사안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싶을 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하나의 창구로써 역할을 해왔다. 흑인 인종차별 문제에 대해 미국사회에 경종을 울린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가 그러했듯이. 


 서울광장에서 열렸던 퀴어축제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극과 극을 달린다. 사회의 소수자임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갖고 길거리로 나와준 그들을 응원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서울광장에서 진행된 퀴어축제를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리는 이들도 있다. 후자의 경우, 퀴어축제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을 수 있지만 성 소수자를 혐오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아마도 그건 퀴어축제의 본질을 흐리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콘텐츠들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퀴어에 대한 대중들의 공감과 성 정체성의 자유를 추구하고자 시작했다는 퀴어축제에서 그것의 본질과 진정성을 찾아볼 수 없다는 의견이 일각에서는 나오고 있으니까 말이다. 이와 같은 작금의 현실에 비추어 봤을 때,  퀴어영화제는 영화라는 문화예술을 통해 퀴어에 대한, 그리고 퀴어 영화에 대한 깊은 고민과 문제의식을 본질을 흐리지 않으면서 영화제에 담아내고자 노력하고 있기에 그것이 충분히 문화예술적이라는 인상을 받을 수 있었다.  



 

 2016년 제16회 퀴어영화제는 6월 17일부터 6월 20일까지 롯데시네마 브로드웨이에서 23개국 59편의 퀴어 영화를 대중들 앞에 선보인다. 뿐만 아니라 감독과의 대화(GV), 게스트와 함께하는 주제별 기획 토크 퀴어무비토크(Q톡), 그리고 Current Issue(커런트 이슈)로 선정된 상영작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라운드 테이블(RT)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퀴어영화제가 정말 퀴어의 삶을 담아내고, 퀴어 및 퀴어영화에 대한 고민을 충실히 반영하는 모습을 보여줄지 그렇지 않을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그들이 스스로 표방하고 있는 기조와 슬로건, 그리고 선정작이 내게 보여주었던 문화예술성에 걸맞는 모습으로 대중들 앞에 서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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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설명이 첨부되지 않은 이미지 및 영상은 모두 퀴어영화제 공식 홈페이지 출처입니다.
**퀴어영화제 공식 홈페이지 :)   http://kqff.co.kr/



[반채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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