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동경하다 : 감성 일본 여행 에세이 (6) - The last

글 입력 2016.06.14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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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시물은 시리즈로 이어집니다!
(마지막화 입니다.)

▼아직 못보신 분들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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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편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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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에 곁들이는 BGM ♬♪
I Will - Chelsy









또 다른 꿈이 시작되는 곳, 아사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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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사쿠사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색. 붉은색. 나는 그와 같은 붉은색의 기모노를 예쁘게 차려입고 길거리로 나섰다. 센소지 절로 들어가기 전, 나를 반겨주는 카미나리몬. 이 곳은 센소사의 문이라고 할 수 있다. 문의 오른쪽엔 바람의 신상, 왼쪽엔 천둥의 신상이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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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미나리몬을 지나자마자 시작되는 나카미세도리. 도리라는 말은 일본어로 '거리'라는 뜻이다. 얼핏보면 한국어와 참 비슷한 부분이 많은 일본어가 너무 신기했다. 날은 무척이나 더웠고, 거리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특히나 수학여행을 온 것 같은 학생들과 관광을 온 외국인이 무척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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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카미세 도리를 쭉 걸어오면 본격적으로 센소사가 시작된다. 그리고 그 앞엔 이 연기가 자리잡고 있는데, 전설에 의하면 이 연기를 몸에 쐬게되면 액운이 날아간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은 이 향 앞에 서서 눈을 감고 손을 모으고 저마다 무언가를 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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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센소사에 다니시는 사촌고모는 이번 장소까지 동행해주셨다. 기모노를 입고있던 나는 한걸음을 걸을 때마다 외국인들의 관심가득한 시선을 받았고, 5분에 한번꼴로 사진을 같이 찍자는 요청을 받았다. 당황하는 나를 보며 고모께서는 예쁜 미소를 지으시며 진심으로 예쁘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고모와 함께 다녔기에, 기모노를 입은 나의 사진을 담을 수 있었던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이렇게 머나먼 타지에서 친척을 만나 사랑과 보살핌아래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어서 참 행운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점심으로 가키아게동과 텐동을 시켜 먹었는데, 기모노를 입었던 나는 옷 때문에 몸이 꽉 조여져서 밥의 1/3을 남기다시피했다. 고모가 사주시는 마지막 식사이기에 그 어느때보다 더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아쉬운 마음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점심식사 후 각자의 볼일을 보기위해 헤어졌다. 멀어져가던 고모의 모습은 아직도 기억에 선하다. 여행 내내 고모께서는 '다음번엔 꼭 너희 가족 네명이서 놀러오렴.'이라는 말씀을 하곤 하셨는데, 고모의 그 말씀 덕분이었는진 몰라도 나에게는 반드시 우리 가족 네명이서 일본여행을 오겠다는 작은 꿈이 생겨버렸다. 언젠가 8개의 다리가 이 땅 위에 우뚝 서있을 그 날까지- 열심히 살자.







캐리어와 배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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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모와 헤어지고난 뒤. 나는 크루즈선을 타고 오다이바로 가기 위해서 선착장으로 왔다. 아사쿠사에서 오다이바까지는 배로 1시간이 조금 안걸리는 위치에 있다. 금액은 만오천원 아래로 꽤나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사실 이 루트는 내가 모르고 있던 것인데, 우연히 고모께서 추천해주셔서 이용해야겠다고 결정하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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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착장 바로 맞은편에 있는 아사이 건물과 도쿄 스카이트리. 강을 건너 스미다 구 까지 걸어다녀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촉박했기에 아사히 건물 까지만 가보고 발걸음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이곳에서서 저 경치를 보고 있을 때의 그 뭉클함과 붕 뜬 기분이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무언가가 내 마음 속에 들어와 자꾸 나를 간지럽히고 있는 것 같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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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도 신기했던 이 풍경. 하늘에 광고용 비행기가 떠다니고 있었다. 요즘의 우리나라에선 쉽사리 볼 수 없는 풍경이라 그랬는지- 나는 재빠르게 카메라를 꺼내들었다. 정말 나도모르게 "와아-"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던 풍경. 마치 만화 속 한 장면에 들어와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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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루즈의 풍경은 굉장히 따듯하면서도 여유롭고 반짝반짝 빛이 났다. 날씨가 계속 더워지면서 온통 검은색 옷으로 도배를 하고 있던 나는, 조금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풍경은 아름다웠으나 계속 사진을 찍고 휴대폰으로 가족, 친구들과 영상통화를 하며 갔기에 조금 배멀미가 났다. 더워 죽겠는데 배멀미라. 한국이었다면 분명 짜증을 냈을테지만, 그래도 그곳에 있었기에 그 참을 수 없는 고통마저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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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낯설었던 아파트 풍경. 바로 강 앞에 있는 아파트. 그리고 저마다 널린 빨래가지들. 일본 사람들의 삶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느낌이었다. 애니메이션 아따맘마와 크레용 신짱(짱구는 못말려)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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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다이바행 크루즈선은 다른 역에서 도중에 승객을 태우는 구간과 또 도중에 한 번 갈아타는 구간이 있었는데, 첫 번째 승객이 합쳐지는 구간에서, '오다이바까지 가실 승객들 께서는 잠시 그대로 앉아서 대기해주세요-'라는 말을 못알아들어서 그 무거운 캐리어를 들고 크루즈를 내렸다, 탔다를 반복했다. 뭔가 멍청이가 된 기분이었다. 전 날 어마어마한 쇼핑을 해버렸기에, 이미 내 캐리어는 포화상태였는데, 그 무게가 어찌나 무겁던지. 그냥 버리고 가고 싶었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그리고 환승하는 구간에서는 정말 여행에서 처음으로 한국인 여행객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그들은 혼자 여행온 내가 신기해보였는지 계속 나를 관찰하다가 내 캐리어에 붙어있는 '00투어' 스티커를 보고 쑥덕이기 시작했다. "한국인이야. 한국인인가봐"라는 그들의 말에 웃으며 대답하고 싶었으나, 배멀미가 났던 나는 말이 길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아 그대로 눈을 감고 크루즈가 강물을 가로질로 올라가는 소리를 감상했다.







영원의 도시 오다이바


   오다이바 역에 내리니 뭔가 싱숭생숭해졌다. 정말 계획없이 오게된 곳이라 막막한 기분이 들어 그랬는지, 한국에 돌아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초조했는지, 아무튼 뭔가 꿀꿀하면서도 우울하면서도 외로운데 신기하고. 그런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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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아쿠아시티를 둘러보며 스타벅스에서 브라우니 맛차 프라푸치노를 사마셨다. 정말 외딴 섬이라 아무도 없을 것같았는데, 쇼핑센터 내에는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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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쿠아시티 바로 뒤에 있는 후지TV 본사 건물. 일본 드라마나 예능, 심지어 애니에서까지 나오는 장소라서 괜시리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마찬가지로 오다이바도 꽤나 유명한 관광지였기 때문에, 이 곳에는 수학여행을 온 것으로 보이는 학생들이 참 많았었다. 건물 내 기념품 샵에서 조금 시간을 보내고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조금 높은 곳으로 올라오니 오다이바의 풍경이 보이기 시작했는데, 오다이바에서 도쿄 도심으로 나가기 위해 사용하는 거의 유일한 교통수단인 유리카모메 철도를 보며 굉장히 신기한 그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섬 하나가 저런 철도로 이어져있다는 것이 굉장히 신기하면서도 뭔가 너무 계획된 도시 같아 조금 삭막하면서도 무서운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전반적으로 미래도시 느낌이 가득했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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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지TV 건물에서 나와 커다란 다리 위로 걸어가 다이버 시티를 지나 비너스 포트까지 가는 길. 이 길을 걸으면서 정말 처음으로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예쁜 풍경을 나 혼자 보고 있다는 현실과 이 거대한 곳에 혼자 남겨졌다는 사실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나보다. 지금 생각해보면 별로 외로울 것도 없었는데, 여행이 점점 끝나간다는 것을 몸소 느끼면서 괜히 더 다양한 감정들이 나를 스쳐 지나갔던 것 같다.

   신기하게도 이 도시는 사람이 다니는 길은 거의 하늘로 나있고, 차가 다니는 길이 바닥에 나있었는데, 그랬기에 건물에서 건물로 이동하는데도 거의 높디높은 육교의 생김새와 비슷한 다리를 건너야만 했다. 어느 부분에서는 차도와 인도가 만나기도 하는데, 거의 대부분의 길은 두 곳이 나뉘어져있었다. 뭔가 알면 알수록 철저하게 계획된 미래형 도시 같다는 느낌이 마구 들었다. 도시를 돌아다니는 무인열차부터 시작해서, 저마다 특이한 모양을 하고있던 거대한 건축물들 그리고 엄청나게 여유로워보이는 사람들까지. 마치 비현실적인 공간에 몰래 들어온 느낌이었다. 일본이 망해버려도 이곳만은 유일하게 잘 돌아가고있을 것만 같은. 그런 말도 안되는 독립적인 공간. 모든 것이 멈춰버려도 이곳만은 영원이라는 시공간속에서 계속 될 것 같은, 그런 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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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이 많이 찾는다던 비너스 포트 쇼핑센터. 오다이바 안에 있는 쇼핑센터는 거의 다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유일하게 이곳만 이렇게 유럽 거리의 느낌을 하고 있었다. 마카오의 어느 호텔 쇼핑센터가 떠오르는 곳이었다. 생각보다 사람이 많지않아 뭔가 우중충한 분위기였다. 오다이바에서는 별다른 쇼핑을 하지 않았다. 딱히 살것이 없어서 그런 것이기도 했지만, 그냥 후딱 둘러보고 나가자~라는 생각이 더 컸기에 그랬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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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자로 가기 위해 유리카모메를 타러 오다이바 카이힌 공원역으로 왔다. 유리카모메는 다 좋은데 단점이 있다면, 열차의 칸 수가 적어 수용인원 또한 적고, 요금이 상당히 비싸다는 것이다. 한번 타는데 800엔 정도라니. 정말 어지간한 고속버스 요금이었다.

   빠르게 다음 장소로 이동하고 싶었으나, 바로 도착한 열차는 만차 상태였다. 원래의 나라면 그 작은 체구를 들이밀며 기어코 탑승했겠지만, 캐리어라는 짐이 있었던 나는 얌전히 다음열차를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이 어마어마한 도시는 보이는 것처럼 많은 회사가 있었고 또 많은 회사원들이 출퇴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잠시 잊고있었나보다. 퇴근길 혼잡도는 우리나라와 다를 바 없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유리카모메는 마치 서울의 9호선 같은 느낌으로 붐볐다.

   오다이바. 오다이바. 꿈과 같았던 한폭의 작품같은 도시. 오는 것도 떠나는 것도 참 복잡하고 골치아프구나. 다음에 좀 더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기를 희망하며 안녕-







화려한 밤의 네온사인 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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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리카모메 종점인 신바시역에 내려 긴자로 가기위해 환승하는 길. 신바시에서 긴자로 이어지는 풍경이 너무 도시스럽고 일본스러워서 또 카메라를 꺼내들었다. 또다시 탄성이 절로 나왔다. 빨리 긴자에 가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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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긴자에 온 이유는 아무것도 없었다. 단지 밤의 네온사인이 궁금했을 뿐. 도쿄 쇼핑의 중점에 서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긴자. 사실 내가 가진 예산으론 이 곳에서 무언가 만족스러운 쇼핑을 하기엔 턱없이 부족했지만, 그래도 보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전부터 느끼는거지만 나는 이런 도시적인 풍경과 사람들이 오가는 소리, 자동차의 경적소리 등등에 활력을 얻곤한다. 너무 꿈의 도시같았던 조용하고 한적했던 오다이바에 있다가 이렇게 바쁘게 움직이는 긴자에 오니 비로소 다시 살아난 느낌이 들었다.

   카메라에 담긴 긴자의 야경은 정말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화려했다. 도쿄 여행을 하면서 느낀것은 '아 이곳은 어느 지역을 가도 거대한 번화가가 형성되어있구나'라는 것이었는데, 도대체 이렇게 삐까뻔쩍하고 바삐 움직이는 도시가 어떻게 서울보다 빛 공해 수준이 낮은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주거지역과 상업지역을 확실히 분리지었기에 이런 화려한 네온사인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쯤되면 먼저 틀어두었던
노래가 끝났을테지요.

지금부터는 이 BGM과 함께
떠나는 날의 아쉬움을
가득 담아봅시다.


가자 끝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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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자에서 꽤나 길을 헤멘 모양이다. 길눈이 밝다고 자만하던 나는 결국 마지막에 와서야 작은 실수를 하고 말았다. 마지막 종착지인 롯본기로 가기 위해서는 회색의 히비야선을 탔어야 했는데- 분명 롯본기는 회색 이라고 그렇게 외웠었는데- 나는 바보같이 히비야선이 있는 긴자역부터 걷고 걸어 유라쿠초역에서 JR 야마노테선을 타고 말았다. 

  열차에 탑승하자마자 아뿔사- 하고 말았다. 또다시 신바시로 돌아가는 열차에 가만히 앉아 '이 멍청이!!'라는 말을 몇번이나 반복했는지 모르겠다. 다른건 몰라도 길에 대한 실수는 내 스스로가 용납하지 못했다. 결국 나는 다이몬역까지 가서 그곳에서 오에도선으로 갈아타기로 결정했다. 돈도 시간도 배로 드는구나 이거. 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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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다이몬역에 온 것은 신이 나를 이곳으로 이끈게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다행이었다. 다이몬역에 내려 환승을 하는데 내 눈앞에 이런 풍경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화려한 도쿄의 야경 속에 우뚝 솟아오른 도쿄타워. 드디어 처음으로 제대로 대면하는 도쿄타워는 생각했던 것 보다 더 크고 웅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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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에도선을 타고 롯본기로 향하는 길. 9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 이 시간까지도 지하철은 많은 사람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떠올리기만 해도 눈물이 글썽거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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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구글 이미지에서만 보던 저 롯본기 롯본기 간판을 실제로 보게되었다! 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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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본기에 온 이유는 단 하나. 도쿄타워가 있는 야경을 보기 위해서였다. 나는 곧바로 롯본기힐즈로 향했다. 역에서 천천히 10분정도 걸으면 갈 수 있는 롯본기힐즈는 엄청나게 고급스러운 상류층의 오오라를 내뿜고 있었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나는 이용권을 끊고 전망대가 있는 52층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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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내 눈앞에 펼쳐진 도쿄의 야경. 보자마자 눈물이 핑 돌았다. 정말 이루 말할 수 없는 감격이었다. 나의 여행은 이곳에서 끝나야한다는 운명이 정해져있던 것 같았다. 정말 마지막에 어울리는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서울 남산타워만큼이나 익숙한 이 도쿄타워를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이지만, 처음으로 두 눈에 담은 동시에 그 특유의 향수를 느끼게 만들었다. 앞으로 10분. 그정도만 보고나면 또다시 언제 보게될지 모르는 아이. 먹고 있는데 배고프고, 보고 있는데 보고싶다-라는 말이 있지않은가. 정말 이렇게 눈 앞에 있는데도 마냥 그립기만 했다. 

   도쿄타워는 내가 도쿄라는 도시를 떠올릴 때 가장 중점이 되는 상징적인 곳이다. 데스노트의 사신 류크가 떠오르기도 하고, 지금껏 봐왔던 각종 드라마의 장면들이 스쳐지나가기도 한다, 다른 세계의 여행자들이 찍은 도쿄타워의 사진이 파노라마처럼 스쳐지나가기도 하고, 마지막으론 가을날 저녁, 허름한 골목길에 있는 이자카야에서 한잔 걸치고 나왔을 때 건물들 사이를 뚫고 눈 앞에 정면으로 펼쳐지는 어마어마한 도쿄타워가 자꾸만 생각난다. 이 장면이 왜자꾸 떠오르는지는 잘 모르겠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공간을 만들어내서 상상하는 것도 참 웃긴일이긴 한데- 나는 생각한다. 언젠가 꼭 저런 위치에 있는 이자카야에 가서 그 쌀쌀한 밤, 도쿄타워의 모습을 눈에 담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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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때 타지 못했던, 히비야선을 타고 JR 야마노테선으로 가기위해 플랫폼에 내려왔다. 여지껏 타봤던 도쿄 내 지하철 중에서 가장 허름했다. 몇주전 우리나라 수도권 지하철 3호선을 타고 일산에 갔던 일이 떠올랐다. 정발산역을 보며 '여기 왜이렇게 허름해..?'라고 이질감을 느꼈던게 엊그제 같은데, 히비야선 롯본기역은 그곳보다 더하면 더했지, 절대 덜하진 않은것같다.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유흥의 도시. 그 지하의 실상은 이러하다. 문득 이렇게 생각하니 뭔가 온몸에 힘이 빠지고 아이러니한 기분이 들었다.








또다른 에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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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비야선을 타고 JR로 갈아타기 위해 걸음을 옮기는데 에비스역이 낮과는 다르게 또 너무 화려하고 아름다워서 조금 더 둘러보다 공항으로 이동하기로 결정. 어차피 저녁도 못먹은 상태였기에, 이곳에서 해결하기로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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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마지막 식사는 첫 식사와 마찬가지로 로손 편의점에서 끝나게 될 줄 알았는데, 다행스럽게도 내 마지막 식사는 쉑쉑버거에서! 한국엔 아직 들어오지 않아서 궁금했었는데, 이렇게 먹어보게 되어 좋았다. 그러나 맛은 그닥 뭐 내 스타일은 아니었던 곳. 이곳에서 일본인 친구를 사귈 수 있었는데, 시간이 없어서 짧은 인사만 마친 채 빠이바이-

   밤의 에비스는 낮의 에비스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마지막까지 정말 구석구석 잘 보고가는구나-하며 작은 것에도 참 감사할 수 있엇던 시간.






이륙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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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의 첫 시작을 함께했던 시나가와역에서 나는 여행의 마무리를 하고있었다. 밤 11시가 넘은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내가 생각하기에 시나가와역은 서울의 신도림 같은 느낌이었다. 2호선을타고 서울의 곳곳으로 퍼지는 사람들과 1호선을 타고 안양이나 수원으로 내려가는 사람들이 모이는, 굉장히 늦은 시간까지도 분주한 곳. 시나가와역은 JR 야마노테선과 JR 게이힌토호쿠선 그리고 게이큐 구코우선과 다이시선으로 이어지는 게이큐 본선이 다니는 규모가 상당히 큰 역이었다. 도쿄의 아랫동네인 가나가와현에 사는 사람들은 분주히 열차에 탑승하기 시작했다.

  일본 지하철은 참 어려우면서도 쉬운 것 같은 느낌이다. 철도 하나로 끝에서 끝까지 이어지니, 나중에 돈을 많이 벌면 이것저것 패스권을 구입하는 대신에 교통카드에 돈을 잔뜩 충전해놓고 계획없이 오로지 철도로만 일본 전국여행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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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으로 가득찼던 열차는 환승역인 게이큐 카마타역을 지나면서 사람들을 뱉어내기 시작했고, 결국 공항까지 오는 구코우선 열차에 남아있던 사람들은 정말 극소수에 불과했다. 점점 비어가는 열차. 그리고 마침내 텅텅빈 열차. 시계는 자정을 가르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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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항. 정말 마지막. 돌아가는 비행기 티켓까지 받아들고 정말 일본과의 작별인사를 하기위해 마음을 가다듬기 시작했다. 정말 아무나 붙잡고 떼를 써서라도 돌아가기 싫었던 그날 밤. 아직도 붙잡을 수 있을 것 같이 기억이 생생한 밤. 아쉬움이 많이 남았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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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는 시간이 너무 아까워서 하네다 공항을 조금 둘러보기로 결정했다. 에도시대의 거리를 잘 표현해낸 4층의 거리가 꽤나 인상깊었다. 역사적으로 일본을 떠올리면 많이 불편한게 없지않은데, 그래도 문화적인 일본을 떠올리면 참 흥미롭고 관심이 생기는 것 같다. 공항 하나에도 이렇게 그들의 문화를 잘 담아내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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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면세점에서 선물을 한아름 사다들고 드디어 떠난다. 나의 고향 서울로. 내 여행은 생각보다 만족스럽고 대견스러웠던 것 같다. 첫 해외여행을 혼자 떠난다는 것이 조금은 처량해보이기도 했지만, 혼자 떠났기에 더 많이 볼 수 있었고 더 깊숙이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거처를 떠나와보니 항상 곁에있던 사람들의 소중함이 느껴지기도 했고, 내가 앞으로 투자해야할 것, 과감히 버려야할 것들에 대한 생각이 차츰 정리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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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아가는 비행기는 새벽 3시가 되어서야 하늘로 떴다. 이륙하기 전까지도 가기 싫은 마음에 심장이 쿵쾅거렸으나, 이륙을 하는 그 순간, 이젠 정말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몸도 머리도 느꼈는지, 심장 박동이 조금 느려졌다. 긴장이 풀리니 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왜자꾸 눈물이 날 것같은지 모르겠는데- 정말 모르겠는데- 아니 이미 알고있는 것을 애써 부정하려는 것일수도 있지만. 아무튼 그냥 눈시울이 붉어졌다.

    몇분정도 비행을 하고나니 정말 모든것이 작게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이륙하는 그 순간부터 창문에서 눈을 떼질 못했다. 모든 풍경, 그러니까 마지막까지 내 눈 아래에서 빛나는 그 빛들을 놓치기가 싫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불빛들은 사라지고, 시골마을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마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첫 장면이 떠오르는 마을들일것 같았다. 언젠가 마냥 도시스러운 곳이 아닌 그런 전원적인 풍경을 담고 있는 곳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흘러가는 지난 3일이라는 시간 속에서 나는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배우게 되었다. 정말이지- 감사함의 연속이었다. 긴 여운은 마음속에서 여운으로 남겨둘때가 가장 아름다운 것 같다. 이미 지금까지 많은 말을 해왔기에 끝에서 또 다시 구구절절 하고싶은 마음도 없다. 다만 이러한 행운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신께 감사를 드린다면, 나는 지난날의 나에게 감사인사를 하고 싶다. 이러한 용기를 내준 나와, 결심을 한 나, 그리고 실행을 한 나와, 지금 이 곳에서 여행을 잘 마친 나에게까지. 모든 순간의 내가 모여 이러한 빛나는 추억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혼자 여행가는게 망설여지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자신을 믿고 계획을 실천에 옮겨라. 앞으로 살아가는데 있어 자기 자신을 믿지 못한다면, 그대가 이뤄낼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온전히 혼자가 되어 새로운 세상에 발을 들이고 그것을 경험하며 느끼는 모든것들은 언젠가 그대의 피와 살이 될것이고, 그 경험들은 곧 그대 자신이 될 것이다. 도전을 망설이지 마라.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라. 다른 것이면 몰라도 '여행'에 '실패'란 없을테니.








   지금까지 모든 시리즈를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저의 일본여행기가 부디 단 한명의 마음에라도 닿아서            
    큰 울림이 있었기를 진심으로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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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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