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독도여행가는 길목에서 멈칫, 앙상블 < 라 메르 에 릴 >의 제8회 정기연주회

글 입력 2016.06.10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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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라 메르 에 릴>연주회를 보고 왔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생각보다 더 포근했고, 생각보다 고민이 많아진 공연이었습니다. 포근했던 이유는 공연의 의도와 연주곡들을 소개해주신 앙상블 <라 메르 에 릴>의 기획과 바이올린을 맡으신 최연우선생님의 재밌는 진행과 연주자 분들의 위트 때문이었고, 고민이 많아진 것은 음악으로 독도를 알리는 방법이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공연은 연주로 전하고자 하는 마음을 대신 전달합니다. 연주자의 그런 연주가 관객에 따라서는 다르게 전달되기도 하죠. 그런 의미에서 앙상블 <라 메르 에 릴>의 연주회에서는 좀 더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도록 어떤 점에 집중해서 공연을 봐야 할 지 연주자와 관객, 공연에 대한 심리적 거리를 줄여주는데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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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그램 곡들은 모두 앙상블 '라 메르 에 릴' 바다와 섬이라는 앙상블의 이름처럼 국토나 섬, 바다에 관한 곡 위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물론 첫 곡인 생상스의 타란텔라 같은 경우, 원래 주제와 100퍼센트 부합하는 것이라곤 생각이 들지는 않았습니다. 나의 조국의 목소리나, 차이코프스키의 'Souvenir de Florence'의 경우 다른 나라에서 소중한 지역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나타냈다는 점에서 약간 관련이 있습니다. 물론 선곡이 현악기가 빛날 수 있었던 선택인 것은 분명합니다. <명태>의 경우 익숙하기도 하고, 우리나라의 자연스러운 느낌과 더불어 바리톤 선생님의 재치있는 표현이 빛났습니다. 

  그렇지만 연주곡 중에서 <바다의 아침>, <독도, 사랑의 찬가>, <섬, 노래하다> 곡은 한국 작곡가들이 독도에서 영감을 얻고 독도를 위해 만들어진 곡이어서 새롭고 더 기억에 남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 중 <바다의 아침>이라는 곡이 가장 좋았는데요. 비올라, 첼로 뿐만 아니라 해금이 함께 연주되는데 묘하게 어우러지는 느낌이 참 좋았습니다. 뒤에 스크린에는 독도의 일상이 펼쳐져서 음악이 어떤 모습을 묘사했을지 상상해보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바다의 울렁거림을 표현한 것같은 부분, 파도가 일렁이다 잔잔해지고 아침에 해가 뜨고 다시 또 희망찬 느낌으로 이어지는 부분, 갈매기들이 삼삼오오 모여 끼룩끼룩 대는 모양새를 표현한 것 같은 부분까지. 단순히 무조건 독도가 좋은 곳이고 우리는 독도를 좋아해야 한다는 의무적인 이유보다는 친근하게 다가가려는 연주회의 의도와도 가장 맞아떨어지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독도, 사랑의 찬가>와 <섬, 노래하다>의 경우 독도를 의인화해서 표현한 점이 기억에 남습니다. 베이스의 아주 낮은 목소리로 가사가 들리다보니 오랜 시간 혼자 그 곳에 단단하게 자리 잡고 있었을 강인한 모습과 의지가 드러났습니다. 이 두 곡을 들으면서 독도라는 섬에 대한 여러 예술인들의 서로 다른 입장이나 의견을 다양하게 보여주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저에게 섬은 강하면서도 여린 느낌이고, 속을 알 수 없어서 더 궁금하고, 감옥이 될 수도 있고 이상향이 될 수도 있는 여러 가지 상상을 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해석의 여지가 생기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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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그라폴리오 배예슬 작가님의 '독도랑 어깨동무')


  처음에 공연을 시작할 때 '다 함께 독도로 여행을 떠나자'는 말씀을 하셨는데 사실은 여행을 가는 길목 에 멈춰선 기분이었습니다. 아마 그 이유는 왜 하필 독도인지, 왜 독도와의 심리적인 거리를 좁히고 싶었는지 프로그램을 보고 제가 확실히는 설득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독도가 영토분쟁과도 직결되는 등 세상의 풍파에 시달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우리나라의 수많은 섬들 중 어디 하나 빠질만한 섬도 없다는 생각도 들었구요. 프로그램 전체만 보면 반드시 독도여서라기 보다는 우리나라의 멋지고 소중한 섬과 바다에 관한 것이라면 모두 해당이 될 것 같아서 완전히 푹 빠지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독도와 관련된 여러 단체나 행사가 많기 때문에 서로 교류를 더 많이 하면서 서로를 굳건히 하는 것도 의도를 살리기에 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의도도, 열정도, 고민의 흔적이 좋아서 뿌듯한 공연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풀리지 않는 생각거리가 많아졌던 앙상블 <라 메르 에 릴>의 제8회 정기연주회였습니다.  앞으로도 공연이나,전시회 등 다양한 방법으로 독도를 알리신다고 하는데 시간이 갈수록 어떻게 더 정교한 모양으로 다듬어질지 행보가 궁금합니다.


-이 리뷰는 문화의 소통을 강조하는 ART insight와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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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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