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하이든 천지창조 : 창세기의 재해석

글 입력 2016.06.10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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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 Werde Licht! (빛이 있으라) 하이든의 오라토리오 [Die Schöpfung, 천지창조]

   무와 유의 경계를 가르듯, 강한 오케스트라 유니슨의 울림이 천지창조의 시작을 알린다. 음 표와 악기들을 사용해 우주의 혼돈(Chaos)과 천지창조의 광경을 이처럼 생생하게 그려낼 수 있는 작곡가가 또 있을까? 예술의 전당 콘서트 홀에서 2016년 6월 7일(화) 저녁 8시, 서울오 라토리오 정기연주회(위대한 유산시리즈 9)로 하이든의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세계 3대 오라 토리오로 손꼽히는 [천지창조]가 이번 공연의 레파토리이다. 




작품 이야기 [천지창조]

   1808년 3월 27일(하이든이 서거하기 바로 전 해이다.) 이제는 늙고 쇠약해진 하이든이 휠체 어를 타고 엄청난 환호성을 받으며 관중들 앞에 나타났다. 이 공연은 하이든이 참석한 자신의 마지막 공연이었다. 음악이 끝나고 청중들이 열광적으로 환호하자 하이든은 두 손을 하늘을 향 하여 높이 들고 말하였다.

   “ 나에게서 나온 것이 아닙니다 . 모든 것은 저 위 [ 하늘 ] 로부터 나왔습니다 .” 

   프란츠 요셉 하이든(Franz Josep Haydn:1732~1809)은 1791년과 1794년에 2회에 걸쳐 영 국을 방문하여 헨델의 ‘할렐루야’를 듣고 감격하여 눈물을 흘렸다는 일화가 있으며, 작곡동기 나 기법으로 보아 헨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 자신도 헨델의 ‘메시아’처럼 기념비적인 위 대한 작품을 남기겠다고 결심하고 빈(Wien)에서 1796년부터 [천지창조]를 작곡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1798년 4월에 그의 후원자와 친구들 앞에서 비공개로 연주했을 때 극찬을 받았다고 한 다.(공식적인 초연은 1799년)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하이든은 만년에 종교음악을 작곡할 당시 가장 행복을 느꼈다고 한 다. 특히, [천지창조] 작곡에 전념하고 있던 시기는 하이든의 생애에서 가장 풍요하고 행복한 때였다. 그는 이전의 어느 때보다 더 완전히 작곡에 몰두할 수 있었으며, 그의 본성 가장 깊은 곳에 깃든 힘을 최고로 표현할 수 있었다. 그는 [천지창조]의 곡들 하나하나가 완성될 때마다 끝에 ‘Laus Deo(신께 영광을)’라고 기록하며 진정한 그의 마음을 표현하였다.
 
    [천지창조]는 묘사적 서법을 사용하였으며, 친숙하기 쉬운 아름다운 멜로디로 그의 성품을 잘 표현하고 있다. 내용은 천지 만물을 창조한 신을 찬미하는 것으로 전곡은 모두 3부로 되어 있는데, 대천사 가브리엘(소프라노), 우리엘(테너), 라파엘(베이스)이 <천지창조> 과정을 노래한다.
   1부의 숭고한 웅장함, 2부의 아기자기한 유머감각과 정취, 3부의 우아한 아름다움에 이르기 까지 [천지창조 - Die Schöpfung]는 노장 하이든이 평생 쌓아올린 음악적 성취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이제 막 창조된 세상에 첫 발을 내딛는 흥분을 느끼게 해주는 가슴 벅찬 걸작이다.


제1부
창조이전의 혼돈상태로 시작하여 태초에 신이 천지를 창조하는 과정, 즉 빛과 하늘 물 과 바다, 산과 들, 강과 시내, 초목을 창조한 과정을 표현하고 있다.


제2부
지상의 동물과 사람을 창조하는 과정. 물고기와 새, 사자, 호랑이, 말, 양 등 크고 작 은 짐승들의 특성을 익살스럽게 표현하고 있다. 마지막 창조물인 사람을 지은 후 모든 만물이 함께 신께 찬미를 노래한다.


제3부
에덴동산에서의 삶을 노래하는 장면. 아담과 에바(이브) 그리고 모든 천군천사들이 신 의 크신 위엄을 찬양한다.






공연 리뷰

   우리 친할아버지, 친할머니께서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시고, 외할머니께서는 불교 신자이시다. 어린시절부터 <종교>를 가져야 한다는 무언의 가르침을 받아왔지만, 현재 나는 무교인 상태로 살아가고 있다. 딱히 종교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종교를 믿는다는 것은 '편히 기댈 마음의 안식처를 찾는 느낌'이라고 생각하는 나에게 정말 종교나 신의 존재가 딱히 필요할까? 내가 내린 결론은 'no'였다. 내 주변엔 굉장히 많은 기독교 신자 지인들이있다. 그들의 신앙심을 옆에서 지켜보고있자면 어느순간에는 경이롭기까지하다. 어떤 존재에 대한 순수한 믿음이 쉽게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기에 그들이 더 신기했다.

   그리고 때는 대학교 2학년 1학기. 서구 문화의 배경이라는 수업에서 성경을 다루게 되었다. 성경을 한 학기에 다루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정해진 파트만 배우는 것이었기에 그리 부담스럽진 않았다. 구약,신약 성경 중에서도 널리 알려지고 상식적인 느낌으로 접근할 수 있는 몇개의 장들만 배웠었는데, 대개 우리가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할 때 맨 처음 1장을 반복해서 가장 많이 읽듯, 나도 그 과목을 공부하면서 성경의 가장 처음을 장식하는 <창세기>를 계속하여 반복해서 읽고 또 읽었었다. 물론 각자가 생각하기에 '세계의 시작'은 다 다르겠지만, 일단 성경에서 이야기 하는 '세계의 시작'은 하느님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빛이 있으라"라는 구절이 계속해서 입에 맴돌정도로 창세기를 읽으면서 나는 하나의 문학작품처럼 그렇게 성경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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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드디어 하이든이 만든 걸작 <천지창조>로 내가 그렇게 읽었었던 창세기를 다시 들여다 볼 수 있게 되었다. 공연을 보기 전부터 과연 성경을 어떤식으로 풀어나갈까? 하는 궁금증이 있었다. 종교의 성스러움을 나타내기에 오라토리오라는 형식이 가장 잘 어울릴 수 있겠지만, 어찌보면 지루할 각 구절을 과연 어떤식으로 노래에 담아낼까, 악보에 그려낼까 하는 생각이 었었기 때문이다.

   공연이 열리는 강남 예술의 전당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얼핏 보기에도 상당히 많은 수의 종교인들이 참석한 것 같이 보였다. 아무래도 하느님,예수님을 찬양하는 노래이기 때문에 그런가보다 싶었다. 잠시, 비종교인인 내가 이 공연을 진심으로 느끼고 즐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스쳤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열렬한 박수갈채를 들으니, 공연이 시작되기 전부터 흥분되고 기대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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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 3부로 진행되는 <천지창조>. 여러명의 남녀 성악가들과 합창단 그리고 오케스트라단은 그 등장만으로도 웅장했다. 1부에서는 혼돈상태를 나타내는 것으로 시작되었는데, 혼돈을 나타내는 그 표현법이 참 다채롭고 풍부하다고 느꼈다. 태초에 신이 혼돈으로부터 탈출한 이 세상에 다양한 것을 창조하기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일, 그리고 그것을 해낸 신에 대한 찬양. 노래는 대충 이런식으로 흘러갔다. 무언가 하나 끝낼때마다 계속해서 뒤에 신을 찬양하는 가사가 이어졌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반복된 가사. 지루할법도 한데 나는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졌다. 하이든이 얼마나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는지, 그가 죽은지 몇백년이나 지난 지금에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2부에서도 맥락은 비슷했다. 사실 이때부터 조금 반복되는 내용이 지루하다고 느껴졌다. 계속해서 무언가를 창조하는 같은 레파토리가 진행되면서 그걸 듣는 나의 귀와 보는 눈은 조금 지치기도 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조금 초점을 달리 맞춰보기로 했다. 바로 '오케스트라' 말이다. 그들은 2시간씩이나 계속되는 연주에도 굴하지 않고 계속해서 악기를 연주했다. 특히 바이올린 연주자들은 체력이 정말 대단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서 모두가 하나의 소리를 낸다는 것. 결코 쉽지 않은 일이리라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들은 그것을 제대로 해내고 있었다. 정말 모두가 모여 하나가 된 셈이다. 나는 오케스트라에 대한 지식은 별로 없었지만, 작곡을 공부하는 같이 온 친구는 굉장히 심혈을 기울여 악기 하나하나를 보거나, 귀로 여러가지의 소리를 뜯어보고 분석하는 것 같아 보였다. 

   인터미션 후 나머지 2부를 마저 연주한 뒤, 3부가 시작되었다. 이곳에서는 성악가들이 아담과 이브가 되어 노래하는 장면이 주를 이룬다. 최초의 인간. 그러니까 우리 인간의 뿌리라고 일컬어지는 그들은 에덴동산에서 신의 보살핌 아래, 행복한 삶을 살아간다. 그들은 자신의 안전을 보장해주는 신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이렇게 보니 신은 정말 '전지전능'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존재라는 느낌을 받았다. 어느 종교를 믿느냐에 따라 인간의 기원이나 종의 기원 혹은 세계의 시작이나 종말을 받아들이는 것은 다르겠지만, 상식적으로 통용되고 가장 널리알려진 종교신화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만큼 '창세기'가 자리매김 하고있는 것 같다. 책상에 앉아 작은 글자들을 읽으며 그 장면을 상상하는 것 보다는 아무래도, 음악과 노래속에서 상상하는 것이 더 다채롭고 수월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혼돈, 시작, 찬양, 행복 등의 분위기나 감정들이 공연을 통해 내개 더 잘 스며들었다. 

   종교를 노래하는 것은 아무래도 한계가 있을것이라고 생각한 나의 뒤통수를 시원하게 날려준 좋은 공연이었다. 그 당시 종교가 지배했던 서양 사람들의 마음이라던가 사회의 분위기라던가. 이런 것들을 한번 더 생각해 볼 수 있게 만드는 시간이었고, 지금껏 내가 느끼고 향유했던 성경에 조금 더 음악을 끼얹으니 더 다채롭고 즐거워지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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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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