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영화를 좋아한다는 것 [문화전반]

글 입력 2016.06.08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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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영화를 좋아한다. 영화를 많이 보기도 하며 스스로 리뷰도 해보고 영화에 대한 공부도 하곤 한다. 당연하게도 이 모든 행위들은 나를 즐겁게 해준다. 그래서 이런 행위들이 영화를 좋아하는 마음을 만들어 준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이런 생각에 의구심이 들게 되었다. 친구는 지인들과 영화를 보러 갔다고 했다. 영화 <아가씨>를 보러 갔다고 해서 나는 그 분들이 영화를 좋아하냐고 물었다. 그러자 다른 친구가 영화를 안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냐고 반문했다. 분명 별 뜻 없이 한 말이었겠지만 나에게는 왠지 모를 충격으로 다가왔다. 애초에 내가 사람들이 영화를 좋아하냐고 물어본 의도는 내가 박찬욱 감독의 작가주의적 성향이 대중들과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했기에 그 사람들이 그 거리감을 감수하고 갈 정도로 ‘영화’에 대한 흥미가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에서 나온 것이었다. 하지만 다른 친구의 반문으로 이것은 나의 오만함이라는 것이 밝혀져 나에게는 그 말이 충격적으로 다가왔으리라 생각한다. 


 영화는 무척 다양한 형태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때로는 거대 자본이 들어간 블록버스터로 때로는 철학과 고뇌가 들어간 작가주의 영화 등으로 다가온다. 영화가 이렇게 다양한 형태로 나오는 것은 사람들의 취향이 그만큼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영화는 매우 다양하게 소비되기도 한다. 친구들과 또는 애인, 가족끼리 가볍게 놀러가는 용도로 소비될 수도 있으며 집에서 쉬면서 시간을 때우는 용도로 소비될 수도 있고 영화를 공부하려는 용도로 소비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사람들의 다양한 취향과 의도를 지금까지 무시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나는 언제나 영화를 좋아한다면 ~는 봐야지, 영화를 가려서 보면 안 되지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영화를 시간 때우기로 보는 행위와 영화를 아무 생각 없이 보는 것도 탐탁지 않게 생각하였다. 이런 생각들 모두 사람들이 영화를 좋아하는 방식을 전부 무시한 채 나만의 생각만을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영화라는 것 자체가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만들어가는 일종의 종합예술의 형태를 띄고 있다. 물론 혼자서 만들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그러지 않는다. 영화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수많은 전문분야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힘을 합쳐 만드는 것이 영화기에 영화는 인간의 사회적인 면모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술의 예라고 볼 수도 있다. 참여하는 사람들마다 각자의 생각이 있고 그들 간의 의견충돌 또한 자주 일어나겠지만 자신의 생각들을 교환하고 수정해가면서 영화의 완성이라는 하나의 목표점에 도달하는 것이 영화의 진면목일 것이다. 영화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나는 남을 배척하며 이런 영화의 본질과 멀어져 갔다. 그리고 오히려 나야말로 영화를 좋아한다고 떳떳하게 말할 수 없는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친구의 말을 떠올리면 다른 사람의 생각도 무시하지 않고 이해해보는 것이 진정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첫걸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권중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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