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2016 SIMF : 비엔나에서 온 편지, 아름다운 마지막을 장식하다.

글 입력 2016.06.04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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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고 웅장한 공연보다는
각 악기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던,

2016 서울 국제 음악제
폐막 공연
<비엔나에서 온 편지>

그 장소에서 영광의
마지막을 함께하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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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째 만남인데, 무언가 조금 익숙해진 강동아트센터는 여전히 저무는 햇빛에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공연 시작 전, 공연장 주변을 둘러보고있는데, 지지난주 오페라 <카르멘>공연을 보러왔을 때 만났던 강아지를 또 만났다. 무언가 시공간이 멈춰버린 것 같은 느낌. 강아지야, 너는 나를 기억 못하겠지만, 나는 너를 기억한단다!  설레는 마음을 따라 공연장 안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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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친동생과 함께 왔다. 실용음악, 일렉기타를 전공하는 동생에게 더욱더 폭 넓은 음악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자 데리고 온건데. 이 말썽꾸러기. 시작 전부터 궁시렁댄다. 본인은 이런 음악과 잘 맞지 않는다나. 어쨌든 동생이 뭐라하던 누나는 동생과 함께하는 이 순간이 마냥 즐겁기만 하다. 얘는 결국 같이 와줄거면서 말이 많다. 아 그리고 운좋게도 아주 좋은 좌석이 걸렸다! 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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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시작 전. 가만히 놓여있는 피아노를 바라보며, 20분 뒤 아름다운 음표들로 채워질 이 공간을 상상해보았다. 3중주 공연은 태어나서 처음본다. 매일 화려함으로 장식한 대형 프로 오케스트라 공연만 보다가 이렇게 넓은 무대에 오로지 세명의 사람과 세개의 악기만 오른다고 생각하니 더 기대되었다. 과연 그들은 어떤식으로 이 무대를 아름답게 장식해나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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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zart: Duet No.1 In G Major For Violin And Viola, K. 423
모차르트: 바이올린과 비올라를 위한 2중주 1번 G장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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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번째 곡이 시작되었다. 바이올리니스트 알텐부르거와 첼리스트 김민지는 노래 시작 전, 짧게 눈을 마주치며 시작할 타이밍을 잡더니, 이내 누구보다 빠르게 첫 음을 공연장에 널리 퍼트렸다. 나는 첫 파트를 듣자마자 '아 프로의 연주란 이토록 깔끔하고 영롱한 것이구나'라고 생각했다. 둘 다 굉장한 실력자라는 것을 단 10초만에 알아차릴 수 있었고, 무엇보다 듣기싫은 현악기 특유의 찢어지고 갈라지는 소리가 나지 않았다. 굉장한 노력을 기울인 모양이다. 단지 몇초의 시간만에 그들의 음악인생까지 파악해버렸다. 
   1악장은 빠르게 전개되었으며, 나는 그들의 연주 실력에 감탄하느라 음하나하나를 음미하며 즐길 수는 없었지만, 듀오가 연주하는 음악의 분위기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었다. 6분이 조금 넘는 1악장은 상당히 빠른 템포로 진행되지만, 서로 주거니 받거니하며 리듬을 이끌어나가는 모습이 꽤 흥미로웠다.

   2악장은 1악장과는 다르게 조금 느린 템포로 시작되었다. 마치 15세기 비엔나의 어느 대저택에 사는 명문가의 귀족들이 저녁식사를 할 때 깔리는 음악같은 느낌이었다. 음악이 느려지면서 본격적으로 '곡'에 대해 집중할 수 있었는데, 둘이 연주하며 각 악기의 아름다움을 뽐내기에 최고의 곡이었던 것 같다.

   3악장은 어쩐지 조금 익숙했다. 내가 즐겨듣는 다른 클래식음악들이 오버랩되면서 즐겁게 리듬을 탈 수 있는 파트였다. 공연을 조금 보다보니 연주자들의 제스쳐나 작은 행동들이 눈에 들어왔다. 알텐부르거는 음악에 맞게끔 몸을 움직이며 '나 지금 리듬 타고 있어요'라는 것을 몸소 보여주었고, 김민지는 다채로운 표정연기로 소리 없이 그냥 눈으로 보는이들마저 매료시킬 것만 같았다.








Beethoven: Piano Trio In B Flat Major Op.97 '
베토벤: 피아노 3중주 내림나장조 Op.97 '대공 트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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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맑고 단정한 인상을 지닌 피아니스트 김정원이 악보를 넘겨주는 조수와 함께 무대에 입장했다. 사람들의 박수갈채와 함께 시작된 연주. 나는 또 다시 감탄을 금치 않을 수 없었다. 프로 연주가의 연주 실력이란 이런거구나. 라고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김정원이 피아노를 치기위해 건반에 내려놓는 손가락 하나하나가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기 위한 도구 같았다. 그의 피아노는 굉장히 '세련되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할 것 같다. 음 하나하나가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그리고 현대적으로 풀어져나간다. 비엔나에서 공부했다던 그는 확실히 표현하는 방식이 남달랐다.

   아까는 두 악기가 주거니 받거니 했다면, 이번에는 세 악기가 왔다갔다 하며 서로의 선율을 아름답게 이어나갔다. 곡의 중간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파트는 반복되는 두개의 음을 피아노 vs 현악기 둘이 번갈아가쳐 연주하는 것이었다. 피아노와 엇갈리는 음을 연주하는 현악기. 굉장히 색달랐던 것 같다.

   연주는 꽤 긴 시간동안 이어졌다. 이 때 내 동생은 처음으로 고비를 맞았다. 마치 자장가처럼 쏟아지는 음표들의 향연에 내 동생은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거나 머리를 앞으로 꾸벅꾸벅 숙이며 졸음과의 전쟁을 치루고 있었다. 나는 옆에서 현실과 꿈을 왔다갔다 하는 동생의 정수리를 바라보며 작게 미소를 지었다. 








F.Schubert: Piano Trio no.2, Eb Major, Op.100
슈베르트: 피아노 3중주 제 2번 Eb장조 Op.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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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악장이 유명한 슈베르트의 곡. 다소 어두운 곡의 분위기. 알텐부르거와 김민지 그리고 김정원의 감정표현은 물이 오를대로 오른 상태였다. 특히 김민지는 곡과 하나된 것 같은 표정연기를 선보이며 그렇게 곡에 묻어나고 있었다. 연주는 점점 더 무르익어갔고 관객들은 침을 삼키며 무대에 집중하고 있었다.

   이 곡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현악기를 손가락으로 튕기는 것이었다. 특히나 알텐부르거의 이 연주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마치 마림바를 연주하는 것처럼, 통통튀는 스타카토식 연주가 내 귀를 간지럽혔다. 

   계속되는 연주에 지칠법한데도, 연주자들은 끊임없는 혼을 연주에 담았다. 아래서 그들을 올려다보며 문득 그들이 '음악의 신'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하게 내리쬐는 조명때문이었을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관객들의 앵콜이 이어지자 그들은 이후로 비엔나 왈츠와 크라이슬러의 사랑의 슬픔이라는 곡을 추가로 더 연주했다. 본 공연과는 달리 상큼?하면서도 빠르고 즐거운 분위기로 이어지는 연주덕분에 나는 마치 비엔나에 와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앵콜을 시작하기 전에 조금은 수줍게 잘 맞지 않아도 예쁘게 봐달라는 말과는 달리, 연주에 들어가자마자 표정이 싹 바뀌면서 프로로 바뀌는 모습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초여름밤을 아름답게 물들일 수 있었던 좋은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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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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