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영화 '나의 소녀시대'가 흥하는 이유 [시각예술]

글 입력 2016.05.30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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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소녀시대 포스터.jpg
 

대만 영화 ‘나의 소녀시대(Our Times)’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CGV에서만 상영 중인데도 현재 30만 관객을 돌파했다고. 1994년을 배경으로 당시 고등학생들의 순수하고 설레는 로맨스 이야기다. 유덕화 마누라가 꿈인 아주 평범한 소녀 '린전신(송운화 분)'과 학교를 싸움으로 주름잡는 불량청소년(?) '쉬타이위(왕대륙 분)'의 서로의 첫사랑 밀어주기 작전을 통해 전개된다. 사실 이 영화는 정말 유치하다. 일부 영화 비평가들은 영화 ‘나의 소녀시대’가 멜로/로멘스 영화의 클리셰를 역시나 답습했다며 비판하기도 한다. 솔직히 말해, 익숙한 스토리라인과 뻔한 해피엔딩은 클리셰 범벅이긴 하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이렇게나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는 뭘까. 



[잘생기면 다 다.]

나의소녀시대6.jpg▲ "잘 생긴 게 다냐?"고 물으신다면... "네.. 보시는 바와 같이..."
 
그 첫번째 이유는 간단하다. 남자 주인공 쉬타이위 역의 왕대륙이 (정말) 잘 생겼기 때문이다. 스토리가 유치한 것도, 마지막에 세월을 정통으로 맞은 성인 쉬타이위의 모습도, 다- 용서할 수 있다. 사람들 눈은 다 똑같나 보다. 현재 한국에서만이 아니라 (대만은 물론이고) 중국, 홍콩, 싱가포르 등에서 왕대륙의 인기는 대단하다. 그의 얼굴을 보면 잘생김이 뚝뚝 흐른다. 빛나는 쉬타이위가 영화관 큰 스크린에 잡힐 때면 “헙-!” 하고 숨이 멎는 관객들이 정말 많다. (는 나다!) 그와 ‘랜선 사랑’에 빠져 몇 번이고 영화 ‘나의 소녀시대’를 본 관객들도 심심찮게 찾을 수 있다. (는 역시 나다!!) 지난해 9월 16일 있었던 '나의 소녀시대' 관객수 1천만 돌파 기념 행사 중 있었던 이벤트의 일환으로 감독 프랭키 첸과 남자 주연배우 왕대륙이 키스를 한 것이 큰 스캔들로 퍼졌다. 이미 중화권에서는 한 차례 논란이 있었던 사건으로 프랭키 첸이 직접 해명했다. "난리가 일어났지만... 사실 현장의 다른 사람들도 알고 있었다. 내 남편도 이를 알고 있었다. 회사의 모두가 알고 있었던 일. (중략) 왕대륙은 아주 명쾌한 사람이고 나를 잘 따르는 배우일 뿐이다. 이것이 진실."  정확한 내용이야 본인들이 잘 알겠지만, 일단은 이렇게 일단락 짓는 게 낫겠다. 한국에서의 인기를 왕대륙 그도 실감하나보다. 오는 6월 5-6일 왕대륙은 내한을 앞두고 있다. 영화 ‘나의 소녀시대’와 왕대륙이 서로 윈윈하는 상황에서 앞으로 그의 행보가 기대된다. 



[‘행운의 편지’는 누구나 받아봤겠지만.]
 
나의소녀시대7.jpg▲ 이 편지는 1964년 네덜란드에서 시작되어.....17명에게 보내지 않으면.... 3대가... 교통사고가....

앞서 말했듯이 누군가에게 영화 ‘나의 소녀시대’는 유치찬란할 수도 있고 클리셰 범벅일 수 있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만큼 누구나 공감하고 이해할만한 이야기라는 것. 심지어 대만영화임에도 영화 속 유머 코드는 한국인까지 빵빵 터지게 만든다. 어린 시절, “이 편지는~”으로 시작하면서 행운이라곤 눈꼽만큼도 담기지 않은 ‘행운의 편지’를 받아본 경험이 다들 있을 것이다. 이 영화 ‘나의 소녀시대’는 그 편지를 시작으로 평범한 여학생 린전신과 소위 일진 쉬타이위가 가까워진다. 그 시절이 아니고선 보낼 일도, 받을 일도 없는 ‘행운의 편지’라면 모두 다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어찌 보면 진부한 소재나 주제는 관객들의 공감으로 이어져 인기를 크게 얻고 있다고 본다. 또한, 배우들의 호들갑스러운 연기와 촌스럽고 어색한 모습이 영화 몰입에 방해를 줄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 부분에서 웃음을 자아낸다. 

유치하지만 “피식”하고 웃음짓게 하는 ‘나의 소녀시대’의 스토리는 현재 성인이 된 린전신이 과거를 회상하며 전개된다. 관객들의 입장에선 비어있던 부분들을 하나씩 채워가는 것이다. 야망이 넘치던 고등학생 때로 돌아가 이런(평범한 연애를 하고 평범한 직장에서 그저 그런 하루를 사는) 어른을 본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홀로 고민하는 린전신의 모습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린전신의 입장에서 고등학교 때 이야기를 풀어가지만, 마지막에 남자 주인공 쉬타이위와 오우양 두 명의 시선에서 보여주면서 퍼즐을 완성한다. 오히려 그저 그런 청춘 영화, 또 하나의 복고 영화로 머물 뻔했지만 전개 구조를 살짝 비틀자 더욱 더 풍성해졌다. 



[이번에도 ‘응답’했다.]

복고 열풍이 참으로 오래간다. 영화 ‘나의 소녀시대’를 보면 왠지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가 떠오른다. 분명 국적이 다른 콘텐츠인데도 비슷한 감성을 전달한다. 아마도 80-90년대를 다시 떠올리며 그 때의 향수에 젖게 만드는 영상 분위기, 크고 작은 소품들(의상), 그 시절 나도 좋아했던 연예인까지 등장하니 그럴 수 밖에. 자꾸만 반복되는 복고 열풍은 식지 않는다. 이러한 현상에 김헌식 동아방송대 교수는 “주로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의 향수를 자극하고 있는데, 그 안을 보면 그 당시 문화를 소비했던 주체들의 경제력이 왕성해진 것을 알 수 있다. 이들은 현재 소비의 핵심 주력군이다. 때문에 복고 열풍이 꽤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의소녀시대4.jpg
 
나의소녀시대5.jpg▲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 심쿵 ㅠ,ㅠ
 
영화 ‘나의 소녀시대’ 역시 1994년 고등학생 시절을 배경으로 하고, 현재 린전신과 쉬타이위의 모습은 30대 후반~40대 초반이다. 문화 콘텐츠 소비를 주로 이끌어가는 30대 층을 정확하게 타겟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고등학생 때의 린전신과 그 친구들은 유덕화 등 당대 인기 스타들의 사진을 모으고, 방과후 서점에 가서 아기자기한 학용품을 둘러보는 게 유일한 낙이며, 학생이라는 이유로 자유가 없다는 것에 반대하며, 물풍선을 던지고 노는 것 하나만으로 재미있어 한다. 그리고 그 추억을 갖고 있는 관객들은 단지 이번에도 ‘응답’할 뿐이다.



황지현.jpg
 

[황지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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