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누구나의 로망이지만 로망으로만 남기 쉬운, 악기 배우기 [문화 전반]

글 입력 2016.05.30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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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하지는 못하지만 끈을 놓지 않고 악기를 배운지 벌써 4년차에 접어들었네요. (말이 4년차이지 그냥 놓지 않고 불고만 있으니 실력은 년수에 비해 부끄러운 수준일 것 같습니다.) 어제도 나름대로 무사히 준비하던 연주회를 끝내서 홀가분한 마음이라 오늘은 그런 마음을 담아 글을 써보려 합니다. 많은 분들이 위시리스트 중에선 악기 하나는 배워야지 하시지만 실제로 악기를 선뜻 배우거나 배운다고 해도 꾸준히 배우기는 쉽지가 않은데요. 오늘은 그래서 나름 4년차동안의 생각을 담아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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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타나 바이올린, 피아노, 플룻 같이 우리에게 익숙한 악기들이 많지만 사실은 알려지지 않은 악기가 더 많습니다. 사실 알려진 악기는 대체로 현악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기타, 허프,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콘트라베이스 등 이름은 익숙하지 않아도 무슨 악기인지는 알 수 있을 정도로 생김새가 비슷한 편입니다. 제가 하고 있는 악기는 관악기 중 색소폰인데요, 잘 알려지지 않았을 수도 있으니 간단히 관악기들 이름을 한번씩 불러보려고 합니다. 리코더, 피콜로, 플룻이나 클라리넷, 오보에, 잉글리쉬 혼(오보에와 비슷하게 생겼어요) , 바순, 색소폰 등을 목관악기라고 부릅니다. 대체로 입에 닿는 부분에 리드라는 나무조각을 피스에 대고 리드를 떨리게 해 소리를 냅니다. 대부분 각 음에 해당하는 버튼을 누르거나 막아서 소리를 내는 구조입니다. 오보에, 잉글리쉬 혼, 바순의 경우에는 리드를 겹으로 써서 겹리드악기라고 하기도 합니다. 반짝반짝 금빛이 도는 색소폰도 그래서 금관이 아니라 목관입니다. 플룻의 경우는 리드를 쓰지는 않지만 입모양으로 소리를 내는 게 마치 공기로 리드역할을 한다고 공기리드같다고 말하기도 하고, 처음 만들어질 때 나무로 만들어졌다고도 해서 목관에 포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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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부분 금빛을 띄고 있는 나팔 모양의 악기를 모아 금관악기라고 부릅니다.(은색도 있어요!) 트럼펫 뿐만 아니라  호른, 유포늄, 트롬본, 튜바 같은 악기는 모아놓고 보면 생김새가 비슷합니다.  이 악기들은 목관악기와 달리 리드 대신 금속으로 만들어진 입모양이 둥근 피스를 울려서 소리를 냅니다. 각각의 음을 낼 수 있는 버튼이나 구멍이 없고, 몇 개의 버튼으로 모든 소리를 내거나 슬라이드로 음을 조정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목관과는 또 달리 좀더 시원시원하면서 울림이 큰 소리가 나는 게 큰 매력입니다. 이외에도 합주를 할 때는 각종 감초처럼 효과음을 내주는 퍼커션과 멋진 드럼이 함께합니다. 사실은 어떤 악기를 배우느냐는 그리 중요한 게 아닌 것 같아요. 관심만 있다면 고민하지 않고 도전해보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악기를 배우면서 좀 더 특별한 뭔가가 생기는 기분은 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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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기를 배우다보면 괜히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같지만, 인생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교훈을 배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야 전공자도 아니고 그리 대단한 실력을 가진 것도 아니지만 그냥 문득 들곤 하는 생각들이 있습니다. 첫번째는 '자세'와 '조화'입니다. 사람도 늘 어떤 일을 하든 마음가짐이나 자세가 중요하다고 하는데 악기 역시 그렇습니다. 색소폰의 경우 내 몸에 편하게 악기가 닿을 수 있게 입모양(앙부슈어)를 잡아야 합니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한다고 해도 처음부터 자세가 잘 잡혀있지 않으면 좋은 소리를 내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인생에서도 어떤 일을 어떤 자세로 임하냐에 따라서 생각하는 관점이 달라지고 행동이 달라지곤 하듯이요. 악기를 배우다보면 '조화'와 '균형'의 중요성을 새삼 느낄 때가 있습니다. 우리는 생활 곳곳에서 팀플이나 프로젝트처럼 정해진 과제로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평생 수많은 사람들과 인간관계 속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치이곤 합니다. 조화를 정말 잘 느낄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악기일 거에요. 악기가 둘 이상만 되어도 서로 같이 숨을 쉬어야 하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고, 누구 하나가 무턱대고 크게 호흡을 넣어 혼자만 튀어나온다거나  자신감없이 호흡을 넣는 둥 마는 둥 하지 않아야 합니다. 물론 그 악기를 함께 부는 사람 자체와도 조화를 이뤄야 하는 점들도 생기구요. 악기를 배우면서 서로를 이해하면서 여러 소리가 있더라도 또 하나의 멋진 소리를 내기 위해 고민하고 균형점을 찾아가려고 노력하는 면이 삶의 어떤 순간에든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너무 거창한 이야기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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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은 쉬운 것 같은 바흐의 한 마디입니다. 제 때 제 키를 누르면 알아서 연주가 된다니! 저 쉬운 걸 하기 위해 필요한 두 번째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운동도 그렇고 뭐든지 꾸준히 하는 게 가장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10000시간을 투자하면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일만시간의 법칙'이라는 말이 있죠. 재능이 있는 사람이라고 해도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시간이 좀 덜 들고 실력이 좀 더 빨리 는다 뿐이지 어느 정도 꾸준한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그것 역시 문제가 되겠죠. 오죽하면 유명한 자기계발서에서는 현악기의 경우는 기타만 봐도 손에 굳은 살이 생길 정도로 손이 아파도 꾸준히 연습하는게 중요하다고 하죠. 관악기의 경우는 입으로 부는 악기다보니 손보다는 입으로 길고 일관성있게 호흡을 불어넣는 '롱톤' 연습이 필요합니다. 어떤 음이든 흔들리지 않고 쭉 뻗어나가는 소리를 찾아가면서요! 물론 그 후에는 다른 악기처럼 스케일, 흔히 말하는 손가락 연습 역시 필요합니다. 저도 처음 악기를 배웠을 때는 혼자 롱톤을 한다고 덩그러니 앉아서 머리도 어지럽고 입도 아프고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언제쯤 다른 사람들처럼 소리도 내고 곡도 연주하나 싶어서 조급한 느낌이 들던 때도 많았습니다. 다들 저 멀리에 있는 것 같은데 저만 제자리 걸음인 것 같은 때도 많고 조금만 연습해도 실력이 쑥쑥 느는 사람도 있는 것 같아서 슬퍼질 때도 있습니다. 그렇게 지지부진한 것 같다가 그냥 나한테 집중하고 하다보면 늘겠지하면서 시간이 지나고 나면 어느 순간 다른 사람들이 뭔가 달라졌다고 이야기를 하는 순간이 찾아오곤 합니다. 저도 4년 전의 저의 모습을 생각해보니 지금은 헷갈리던 곡도 연주할 수 있게 되고 기분이 신기할 때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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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으론 악기도 그렇고 우리 생활 곳곳 역시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마음과 생각을 잘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이 비슷합니다. 말하지 않으면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잘 알 수가 없고, 그 말도 상대방이 잘 이해할 수 있게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게 무엇보다도 필요하고 합니다. 악기로 음악을 연주할 때도 나는 표현한다고 했지만 실제로 들어보면 원하던 만큼, 원하는 대로 표현이 안 되거나 덜 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 때마다 듣는 사람까지 울릴 수 있게 내 입장말고 상대 입장에서는 어떻게 전달될까에도 집중해야 한다는 면이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쓰고 보니 너무 자기계발서 같은 두루뭉술한 내용같아서 잔뜩 찔리는데요. 그래서 눈으로 귀로 직접 느껴보실수 있도록 제가 몸담고 있는 사회인 윈드오케스트라 위튜티(Wetutti)의 며칠 전 연주회 영상을 몇 가지 나눠보려고 합니다. 악기를 혼자 연주하는 것도 좋지만 크고 작게든 연주회를 하고 그 기록들이 쌓이면 나중에는 내가 이 자리에 함께 해서 이런 음악의 일부분이 되었구나, 하면서 신기할 때가 있습니다. 저 역시 색소폰을 어떻게 부는지 소리조차 나지 않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렇게 연주회 영상을 보다보면 조금씩 예전의 저와 절 비교해보면, 그래서 자신있게 누구든지 악기를 배우고 연주할 수 있다는 나름의 증명이랄까요, 부끄럽고 민망하지만 공유드리려 합니다!

연주회는 1부와 2부로 나눠지는데 1부의 대표곡으로 파가니니의 유명한 테마를 관악곡으로 편곡한 변주곡 < Fantasy Variations on a theme by Niccolo Paganini >입니다.


휘몰아치면서도 알 수없는 매력의 소유자, < Symphony No.5 1. Trauermarsch > 말러 5번 1악장 입니다!


어딘가로 떠나고 싶은 멋진 보사노바 곡 입니다.


이제는 전설이 된 레드 제플린의 모음곡, < Led Zeppelin on Tour >입니다.


뒤로 갈수록 익숙한 오! 들어본 기억이 나는 속이 시원한 < Deep Purple Medley >입니다.


  사실은 여담이지만 이렇게 올려드린 연주곡같이 휘몰아치는 곡을 연주하지 않아도, 악기를 연주하다보면 스트레스가 풀린다는 점을 들어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잘 연주되지도 않는 것 같은 악기가 어떻게 스트레스를 풀어주냐고 하실 수도 있을 거에요. 사람마다 스트레스를 푸는 법은 다르지만 악기를 바로 처음 배우는 그 기간을 지나고 나면 악기와 친해진 기분도 들고 울적할 때든 화가 날때든 제 마음을 대신 풀어주는 것 같은 기분이에요. 특히 관악기는 부는 것이다 보니 호흡을 가득 넣어 불다보면 막혔던 가슴이 탁 트이는 기분도 느낍니다.  나중에는 서로 말을 하는 친구는 아니지만 말은 없어도 친근하고 반가운 또 다른 친구가 될 수도 있구요. 

  여행처럼 새로운 걸 보고 느끼고 오는 것도 좋지만, 악기를 배우면 그 만큼 숨겨져 있던 내 마음이 한꺼풀씩 보이는 것 같고 또 음악을 듣기만 하는게 아니라 참여할 수 있다는 게 뿌듯한 순간이 많아요. 걱정이 앞서서 고민이 많아서 늘 위시리스트에 몰아두셨던 분들!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중고 저렴한 악기들도 많고, 생각보다 근처에 악기를 배울 수 있는 곳들이 찾아보면 많습니다. 제 추천으로 드럼을 배워보고 싶었는데 고민만 하시던 고등학교 선생님께서는 요즘 드럼의 재미에 푹 빠지셨다고, 저에게 도전해보라고 해준 것을 고마워하시던 기억이 납니다. 남은 올해 반년의 목표로 악기 배우기는 어떠신가요! 저처럼 평범한 사람도 하는 것이니! 어떤 자격이나 요구조건이 있다고 거리감 두시지 마시고 로망을 현실로 만드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 글은 문화예술의 소통을 강조하는 'ART insight'와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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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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