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디자인으로 범죄를 예방하다- 'CPTED' 셉테드 디자인

글 입력 2016.05.29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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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CPTED 라고 들어보셨습니까?
 

CPTED[셉테드]
'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의 첫 글자를 딴 것으로,
건축설계나 도시계획 등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범죄를 예방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을 말합니다. 
한마디로 디자인으로 범죄를 예방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얼마 전 강남역 인근의 화장실에서 불특정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묻지마" 살인이 벌어졌습니다. 
특히 아동, 여성, 노약자 와 같은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가 증가하고 있고, 충동적인 '묻지마'식 범죄가 많아져서 시민들은 더욱 불안에 떨고 있죠.
 
이러한 상황에서 셉테드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는데요,
범죄 예방을 강화하기 위해, 가해자 처벌에 관한 방안을 넘어서서,
장소에 대한 문제, 
즉 ‘어떤 환경에서 범죄가 발생하는가?’에 대한 물리적 공간의 차원에서의 
예방이 이루어진다는 의미입니다.
 
셉테드는 건축물 설계 시에 시야를 가리는 구조물을 없애 
범죄에 대한 자연적 감시가 이뤄지도록 하고, 공적인 장소임을 표시하여 경각심을 일깨우며, 
이용자의 동선이 일정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등 
범죄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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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아파트 단지 내에 놀이터 주변에 낮은 나무 위주로 심어 시야를 확보하고,
CCTV와 가로등 등의 시설을 설치하는 것, 
지하주차장의 여성 전용 주차공간을 건물 출입문에 가깝게 배치하거나, 
아파트나 다세대 주택 밖의 가스배관을 사람이 오를 수 없게 미끄러운 재질로 만들거나, 
공공장소의 엘리베이터를 내부를 볼 수 있도록 투명유리로 설치하는 것 등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이와 같이 공간 설계에 따라 범죄 예방이 가능하다는 생각은
1960년대 미국에서 선보인 이후 1970년대 초 미국의 ‘오스카 뉴먼’이라는 학자가 시행한 연구를 통해 대중적으로 관심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는 뉴욕 어느 두 마을의 주민 생활수준이 비슷함에도 불구하고 범죄 발생 수는 3배가량 차이가 나는 현상에 의문을 품고, 두 마을의 공간 디자인이 범죄의 빈도 차이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발견하였습니다.
 
2000년대에 들어서야 셉테드에 주목한 우리나라는 2005년 경기도 부천시가 처음으로 
셉테드 시범지역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 이후 서울시는 지난 2012년 마포구 염리동을 시작으로 관악구 행운동, 중랑구 면목동 등에 셉테드를 적용하며 서울형 범죄예방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염리동 소금길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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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염리동의 소금길이 대표적인 셉테드 구역입니다.
좁고 어두워 밤늦게 걷기 겁나던 골목길을 산책로로 조성해놓은 건데요.
회색 전봇대엔 노란색 옷을 입히고, 낙후된 담벼락엔 벽화를 그려 넣었고
계단은 밝은 색으로 칠했습니다. 높이가 낮아 도둑이 쉽게 넘어올 만한 담장 위에는 조형물을 설치해놓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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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1.7km길이의 소금길은 A코스와 B코스로 나뉘어 있으며
꽃이 피어나는 소금길이라는 테마로 꽃 이름을 붙여 능소화길, 해당화길, 해바라기길, 라일락길, 옥잠화길, 쑥부쟁이길의 총 6개의 길로 구성 되어 있습니다. 
바닥에 그려져 있는 노란 점선은 염리동 소금길의 친절한 가이드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걷다 보면 가로등마다 번호가 붙어있어 
소금길 지도상에서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기가 용이하며 
골목 곳곳에 부위별 운동법이 나와 있어 산책 중간중간 따라 하는 재미는 덤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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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근에 이러한 소금길과 같은 범죄 예방 디자인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그 실효성에 대한 문제가 우려되고 있습니다. 
셉테드 디자인의 유지, 관리 문제가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데요, 
골목을 돌아서면 돌계단이 부서져 있거나 쓰레기가 방치되어 있는 모습이 보이고,
계단에 칠해진 페인트는 군데군데 벗겨져 오히려 미관을 해치는가 하면
이마저도 어두워지면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중랑구의 경우 셉테드 사업 이후 5대 범죄 발생률이 1%밖에 줄지 않았고
마포구는 도리어 올해 서른 건이 늘었다고 합니다.
사업을 주관한 서울시와 해당 자치구는 서로 관리에 대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셉테드 사업 계획 단계에서부터 유지관리의 문제를 함께 고민해야 하고,
장기적으로는 주민들이 함께 참여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뿐만 아니라, 제대로 된 단일법 제정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우리나라도 최근 대두된 여러 문제점들을 차차 보완해서 
해외 선진국들처럼 셉테드 디자인의 기반이 보다 탄탄해지길
범죄예방에 실질적 도움이 되길 기대하는 바입니다. 



[반승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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