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오페라 카르멘을 보는 5가지 포인트

서울오페라페스티벌의 하이라이트, 비제의 ‘카르멘’
글 입력 2016.05.27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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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오페라 카르멘을 보는 6가지 포인트
서울오페라페스티벌의 하이라이트, 비제의 ‘카르멘’


플랭카드.jpg


5월 20일 금요일, 강동아트센터에서 오페라 ‘카르멘’을 관람했습니다. 연주는 서울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맡았습니다. 오케스트라의 연주도 좋았고 배우들의 연기도 흠잡을 데 없었습니다. 오늘 저는 굉장히 다양한 포인트에서 카르멘을 볼 수 있었는데 하나하나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1. 프랑스어로 된 대사

 오페라는 모든 대사가 노래로 처리되는데, 이 공연은 원어 공연이었습니다. 그리고 조르주 비제는 프랑스인이었기 때문에 대사도 모두 프랑스어였어요. 요즘 프랑스어를 공부하고 있는 제 입장에서는 Je commence(나는 시작한다)같은 간단한 문장을 알아듣거나 ecouter(듣다) aimer(사랑하다) adore d’amour(사랑) 등의 단어를 꽤 많이 알아들을 수 있었어요. Non(아니), oui(응), partir(떠나다), passer(지나치다) 등도요. 개인적으로 언어는 알아듣는 맛에 배운다는 생각도 들면서 재미있었습니다. 저는 한국어 오페라를 관람한 적이 없어서, 과연 대사를 알아들을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프랑스어도 이렇게 들리는 걸 보면 한국어로도 충분히 무리없이 들리겠더군요!


2. 아이를 데려온 엄마 관객

 이런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공연 시작시각을 착각하여 15분정도 초반을 놓치는 실수가 있었습니다. 원래는 8시 15분에 입장 가능했는데 다행히 극장 측의 허가로 중간에 측면 좌석 box석으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 때 6살, 8살 정도 된 아이들과 어머니가 들어갔습니다. 6살 남자아이는 엄마 등에 업혀서 ‘졸려’를 반복했고 여자아이는 똘망똘망해보였어요. 공연이 총 두 시간 반인데 이 아이들이 잘 견딜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역시나 10분이 채 지나지 않아 아이들은 떠들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는 끊임없이 엄마에게 무언가를 물었고, 결국 엄마 품의 남자아이는 ‘나 집에 가고 싶어. 집에 가자’라고 반복하기 시작했죠. 심지어 조용한 극장에서 ‘의자 차지 마!’라는 여자아이의 말은 장내를 울렸습니다.
 저는 이런 공연을 볼 때 옆에서 소리가 나거나 작은 불빛이라도 나면 정말 신경이 쓰이고 거슬려해요. 심지어 보조배터리(샤오미) 작은 불빛도 신경 쓰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자꾸 떠들고, 남자아이는 집에 가고 싶다고 보채고.. 정말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오죽하면 엄마가 아이들을 데리고라도 이 공연을 보러왔을까 하는 걸 생각해보면 아이어머니께 말씀드리기가 너무.. 그랬습니다. 안쓰러웠고, 저의 미래 또한 저렇게 되는 것인가 생각했습니다.  결국 아이 어머니는 30분 후 인터미션 때 ‘안 되겠다. 내가 너희를 데리고 뭘 보러 오는 게 아니었어. 집에 갈 거야. 가자.’라고 하면서 아이를 데리고 나가셨습니다. 여성의 삶은 역시 출산 전과 출산 후가 정말 크게 영향을 받고, 완전히 달라지는구나 또 느낄 수 있었어요.


3.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의 시각 차이

 이 공연은 고2 음악시간에 선생님이 보여주신 작품입니다. 스토리를 전체적으로 파악하고 있었는데, 보면서는 더 충격적이었습니다. 카르멘은 돈 호세를 사랑하다가? 혹은 사랑하는 척을 하여 돈 호세를 꾀어내어 탈주합니다. 그렇지만 카르멘의 잘못은 딱 거기까지입니다. 소위 말하는 꽃뱀짓을 한 것. 그렇게 카르멘 대신 한 달을 교도소에서 살다가 나온 호세는 카르멘을 찾아가는데 이미 그 때 카르멘은 투우사 에스카미요에게 완전히 반한 상태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르멘은 미인계로 호세를 꾀어내어 그를 군대에서 내쫓기게 만들고 방랑생활을 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카르멘은 변심하여 그에게 ‘우리와 맞지 않으니 떠나라’고 합니다. 더 이상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그리고 그녀는 에스까미요와 결혼식을 올리는데, 그 이후 호세를 만나 ‘더러운 년!’ ‘나를 사랑한다고 말해. 그러면 살려줄게. 같이 떠나자 먼 곳으로. 나랑 함께. 위협하는 것도 지겨워. 제발 나와 떠나자.’ 소리를 듣지만 카르멘은 ‘차라리 죽겠어. 나는 당신과 가지 않아. 나는 에스카미요를 사랑해. 나를 보내든지 죽여.’라는 자세로 결국 호세에게 살해당합니다.
 무언가 오버랩되어 보이신다면, 정확히 저와 같은 시선으로 공연을 감상하셨던 것입니다. 호세와 카르멘이 단 둘이 만나는 마지막 장면에서 저는 정말 끊임없이 입을 벌리고 경악하며 공연을 봤습니다. 소름이 끼칠 정도였어요. 여성인권은 저 때와 한 치도 다름이 없단 말인가요? 여성의 이별 통보로 인해 여자친구를 살해한 남자친구들?
아, 저는 정말 절망했고 저 당시 카르멘은 얼마나 대단한 여성상으로 보였을까 감탄했습니다. 카르멘은 주체적입니다. 정말 당당해요. 자신의 성을 이용하여 이익을 취하지만 그것은 주체적 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집시여인이라는 사회적 한계도 있었겠지만 저는 그녀가 그 생활 속에서 주체성을 찾았다고 봅니다. 차라리 날 죽이라고, 죽음은 나의 운명이라며 받아들이는 그녀가 경이로울 지경이었습니다. 그런 위협을 받으면서도, 저 자가 나를 죽일 것임을 알지만 ‘난 절대 싫다’를 고수하는 그녀에게 감탄했어요. 
분명히 카르멘은 소위 말하는 ‘나쁜 년’입니다. 호세의 마음을 이용했으니까요. 하지만 그 뿐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다른 남자와 행복한 삶을 살아서는 안 되는 것도 아니고, 그것이 그녀가 죽어야 할 이유는 되지 않습니다. 그에게 원한을 살 수는 있지만 ‘나의 의견에 따라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호세가 카르멘을 죽여서는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아. 경악스러운 공연이었습니다. 비제는 대단해요.


4. 무대의 연출

 제가 예전에 봤던 DVD 영상과 비교하자면(물론 그 무대는 최고의 무대였으므로 DVD가 출시되었겠죠?), 무대 규모는 더 작지만 그렇다고 해서 소품의 이용이 잘 안되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전체적으로 무대 연출과 안무는 꽤 귀여웠습니다. 매 번 막이 시작할 때마다 무용수들이 몇 분 간의 인트로같은 무대를 꾸몄는데, 그 때 나오는 자막들은 이 무용의 내용이 있음을 이야기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오페라 형식에 익숙하지 않았던 것인지 몰라도 처음에는 자막의 오류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무용 부분에서 신경 쓰이는 부분도 가장 컸어요. 특히 2막 처음의 춤추는 장면에서는 카르멘 상대 남자배우가 경악스럽게 춤을 못춰서 정말 신경이 쓰였습니다. 그리고 여자 배우들도 집시 여인을 표현하는 것 같지 않고, 예쁜 무용을 하는 것 같아서 안타까웠습니다. 카르멘은 한이 서린 집시 여인이며 그녀와 함께 다니던 여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녀가 살았던 삶의 배경은 분명 순탄치 않았습니다. 하지만 막상 집시여인같은 분위기를 뿜어내던 것은 주연 카르멘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본 무용수들은 모두 예쁜 손과 예쁜 표정 예쁜 몸짓이었습니다. 좀 더 배역에 맞는 연기와 연출을 했으면 좋았을 것입니다.


5. 배우들

배우들의 역량은 정말 훌륭했습니다. 카르멘, 돈 호세, 에스카미요, 미카엘라 모두. 카르멘의 메조소프라노 음색은 ‘트랄-랄-라’를 반복할 때 그 진가가 나옵니다. 아. 정말 섹시했습니다. 매혹적이라고 해야할까요. 단순히 성적으로 훌륭하다는 것이 아니라, 그녀가 가진 매혹을 온 몸으로 온 소리로서 극장안에 뿜어내는 듯 했습니다. 카르멘의 의상이 빨강이라면(아, 이것도. 카르멘 의상이 정말 예뻤습니다. 아름다웠습니다. 특히 2막에서 입고 나왔던 층이 많이 진 겹겹이 러플된 빨강 드레스와 짧은 검은 가디건. 노출이 없지만 ‘매혹’ 그 자체였다.) 미카엘라는 차분한 톤다운 블루로 표현한 것도 좋았습니다. 역할의 특성을 아주 잘 보여주었습니다. 정말로, 다 좋았습니다, 배우들은. 오케스트라와의 호흡도 잘 맞았습니다(레멘다도와 단카이로 이중창 할 때 배우들이 조금 빨랐던 것 빼고? 하지만 카르멘이 들어오자마 끝내주게 맞는 박자. 역시 메인 롤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걸 느낄 수 있었죠.) 처음 박스 석에 앉았을 때는 오케스트라 피트도 일부 보이고, 특히 지휘자를 전면에서 보이고 있는 작은 모니터가 배우들에게만 보이는 방향으로 두 개 설치되어있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더 정확하게 시작과 끝을, 그리고 중간 박자를 맞추어보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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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관람한 오페라였습니다. 사실 이 날, 예술의전당에서도 똑같이 카르멘 공연이 있었고 무대가 더 컸기 때문에 강동아트센터의 카르멘에 큰 기대를 하지 않고 갔습니다. 하지만 제 예상은 ‘무대의 크기 따위로 작품을 판단하는 오만’에 대한 반격이었고 일갈이었습니다. 아주 완벽한 공연이었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충분히 만족스러운 공연이었고, 오페라가 얼마나 즐거운 것이고 얼마나 뛰어난 종합예술인지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오페라 ‘비제’가 제시한 카르멘’이라는 여성이 얼마나 진취적인지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카르멘 오페라는 꼭 다시 보고 싶고, 아마 내년에도 서울오페라페스티벌을 찾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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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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