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혼자 있다는 것, 혼자 간다는 것 - [무연사회]를 읽고 [문화 전반]

글 입력 2016.05.24 22:24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무연사회란 무엇일까?

 일본의 방송사NHK무연사회 프로젝트팀은 무연사회를 혼자 살다 혼자 죽는 사회라고 말한다.
 우리가 우스갯소리로‘인생은 혼자 사는 거야’ 라고 말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혼자 살기는 힘들다. 혼자만 살기에는 개인이감당해야 할 짐이 너무 크다. 사회는 이미 하나의 거대한 시스템이 되었다. 옛날의 사회와 같이 부락공동체가 있는 것도 아니며 이웃과 타인과의 거리도 멀어졌다. 즉, 어느 누구도 애를 써서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타인과의 교류를 무시하다 보면 결국 시스템에서 배제되기 시작하며 사회구성원으로써의 입지가 사라진다. 개인 외적으로도 문제가 생기지만 내적으로도 큰 문제가 발생하는데 그것이 바로 고독이다. 인간은 끊임없이 관계를 추구한다. 어딜 가서라도 꼭 아는 사람을만들려고 하며 대화를 하려 한다. 대화상대가 없을 경우에는 자기 자신과 대화하는 혼잣말을 하기까지 한다.

 인간이 이만큼 필사적인 이유는 고독이 그만큼 무서운 것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고독의 긍정성을 예찬하기도 하지만 이는 고독이 잠시만 우리에게 머물러 있을 경우에 한정해서 말하는 것이다. 우리의삶 내내 고독이 함께한다면 인간은 아마 미쳐버릴지도 모른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이러한 문제점들을 떠안으면서까지혼자 살려고 하는 것일까?

 NHK팀은 그 이유를 개인주의, 비정규직의증가, 핵가족 사회로의 추세, 독신가정의 증가 등에서 찾았다. 앞서 말했듯이 사회가 거대한 시스템화되면서 각 개인들은 점점 시스템의 프로그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되어버렸다. 이러한 인식의 영향으로 사람들은 타인에 대해 신경을 쓸 겨를도 필요도 없게 되어 개인주의의 심화가 발생하게되었다. 또한 인간의 프로그램화는 인간성의 상실 또한 초래하게 되었는데 이는 인간을 그저 노동력으로만 환원하려는 비정규직제도의 증가를 낳게 되었다. 개인주의적 인식의 증가와 비정규직의 경제적 악화는 가정의책임을 회피하려는 사람들을 만들게 되었고 그에 따라 독신가정과 저출산과 같은 사회적 문제들이 발생하게 되었다.

 이를보면 사회의 시스템화가 혼자 사는 사람들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지만 그것이 유일한 원인은 아니다. 여기에는 인간내적인 문제 또한 포함되어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타인을 갈구할 수 밖에 없지만 그와 동시에 자기 보존적 동물이기에 타인과의 교류를 꺼려할 수 밖에 없는 아이러니함을 가지고 있다. 타인은 개인을재단하고 정의하려 한다.

 이 과정에서 개인의 주체성은 타인에 의해 침범 당하게 된다. 인간은 자신 스스로 자신에 대한 정체성을 키워가지만 타인이 그 정체성을 재단하며 멋대로 자신이 생각한 주체로서의 자신이 아닌 객체로서의 자신을 상정하기에 주체성은 타인을 만날수록 점점 상실 되어간다. 그리하여 인간은자기보존을 위해서라도 타인을 마주하기 꺼려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인간이 혼자 살게 되는것은 사회에 의해 타의적으로 성립되는 것이 아니라 자의적으로 성립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편하게 말하자면 그저 만나기 싫어서 만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과학과 사회의 발전은 이런 욕구를 충족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인터넷의 발달로 사람을 대면하지 않아도 대화를 할 수 있게 되었고 자신을 숨기고 대화를 할수도 있게 되었다. 결과적으로는 인간은 혼자 살 수 없는 존재이면서 혼자 살고 싶어하는 존재이다. 이런 모순된 인식은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해 많은 논의를 불러 일으킨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타의적이던 자의적이던 사람들이 혼자 살게 되는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다운로드.jpg
 

 이책은 혼자 사는 것에도 중점을 두지만 더욱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혼자 죽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무연사하는인구가 3만명을 넘어갔다. 아마 지금쯤이면 더욱 그 수가 늘어나 있을 것이다. 혼자 사는 것은 혼자 죽을 가능성을 높인다.
 그렇다면 혼자 사는 사람들을 줄이는 것이 그 해결책이 될 것이라 난 생각한다. 혼자 살지 않던 사람이 혼자 죽을가능성은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그런데 앞서 봤듯이 혼자 사는 것을 자의적으로 택한 사람들 또한 존재한다.

 이런 경우, 나는 이 분들이 혼자 죽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 본다. 그들은 자의적 선택에 의해 사회를 등지고 혼자 산 것이다. 자의적 선택에 의한 독신은 자신이 혼자 죽을 것이란 것도 인지하고 그것을 받아 들였다는 것이다. 그 누가 혼자살기로 결심했으면서 자신이 죽을 때는 누군가가 곁에 있어 줘야지 라고 생각할 것인가. 그런데 문제는 사람이죽고 나면 죽은 사람이 자의적으로 독신을 선택했는지 아닌지를 모른다.

 오직 추측만이 있을 뿐이다. 그렇기에 이 분들에 대한 논의는 논외로 하고 사회적 시스템에 의해 타의적으로 독신을 선택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적 시스템을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 제일 시급한 것은 사회안전망의 구축이다. 혼자 죽는 사람들은 어찌보면 사회에서 소외된 자들이다. 죽기 전까지 집에서 있었다는 것은 아픈 사람이 병원에 가지 못했다는 것을 말해주기도 한다.

 그 사람이 죽고 싶어 병원에 가지 않은 것이 아닌 이상 이러한 사실은 사회안전망의 큰 구멍이라 볼 수 있다. 나는 이런 사람들에 대하여 관심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사회안전망을 점점 튼튼하게 만들다보면 무연사도 줄어들 것이고 더욱 살기 좋은 세상이 될 것이라 믿는다. 이 다음으로 사회의 시스템화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개인주의, 비정규직의 증가, 핵가족 사회로의 추세, 독신 가정의 증가 등과 같은 원인들이 결국 무연사를 조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원인들이 사라지려면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야 한다. 이것은 아주 천천히 이루어지는 것이라 장기적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권중하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