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음악계의 판타지 장르, 뉴에이지 [문화전반]

글 입력 2016.05.23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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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브이 방송이나 SNS, 유튜브와 같은 매체들을 접하다 보면 가사도 없고 가수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음악적 선율에 매혹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고전적이고 어쿠스틱한 악기들이 서로 결합한, 혹은 신디사이저와 같은 전자 악기로 새로움과 신비로움을 더한, 재지(Jazzy)하면서도 팝(Pop)적인 느낌의, 때로는 포크 리듬이 느껴지는 연주음악들! 그러한 종류의 음악을 뉴에이지라고 부른다. 보통은 광고 등의 BGM으로 많이 사용되기 때문에 어디어디에 나온 ‘브금’이라는 용어로 뭉뚱그려 일컬어지지만 ‘뉴에이지’는 본래 하나의 독립된 음악 장르다. 영화음악, 프로그레시브 메탈/록까지도 그 계열에 포함될 정도로 범주가 매우 넓다. 근래에 들어서는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감성이 깃든 음악이라면, 무드 음악 정도면 모두 ‘뉴에이지’라고 통칭하는 분위기다. 


  사실 그렇기 때문에 음악계 현상의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이 장르에 부합한다고 쉽게 규정할 수 없다. 그러나 기원을 따져 본다면, 뉴에이지는 본래 종교적 개념에서 나타났다. New age. 새로운 시대. 즉, 신비주의적 사상을 기반으로 유일신 사상을 부정하고 범신론적이며, 개인의 영적 각성을 추구하며 일어난 문화 운동을 말한다. 동양철학과 종교 등의 사상을 담은 것들로 정서 치유를 시도하면서 초기 뉴에이지 음악들은 굉장히 명상적이고 자기 수양적이며 자연적인 특징을 지녔다. 그러나 뉴에이지 음악이 점차로 종교적/의식적 목적보다 음악적 맥락을 따라가는 추세로 바뀌면서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아지게 되고 연주음악들의 경향 자체가 크로스오버, 퓨전음악의 성격이 띄게 되었다. 지금에 와서는 일반적인 피아노 연주곡까지도 뉴에이지라 부른다. 본래 운동의 목적이 유일신을 부정하는 것이라 한때는 ‘반기독교적’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기도 했지만 지금은 이렇듯 장르의 범위가 넓어져 초기 운동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음악 장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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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신교 신자 이루마 역시 한국의 대표적인 뉴에이지 아티스트다. ‘River Flows In You’, ‘Kiss The Rain’, ‘When The Love Falls’ 등 유명곡들이 많아 아마 국내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이름을 날린 작곡가이자 연주가이지 않을까 싶다. 지난달 카네기홀 대극장에서 첫 미국 단독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진행하였다는 소식을 듣고 여전히 식지 않은 그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이루마의 따뜻하고 서정적인 음악 세계에 대해선 두말하면 입이 아프니 넘어가겠다. 그 외에도 한국에는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1세대 뉴에이지 아티스트 김광민과 이루마와 함께 2세대를 이었던 여성 아티스트 전수연이 있다. 김광민의 1집 [지구에서 온 편지(Letter From The Earth)]는 그와 친하게 지냈던 음악 친구 고(故) 유재하를 기리는 앨범으로 뉴에이지 감수성에 재즈 느낌을 가미하여 촉촉하고 쓸쓸한 호소력 짙은 곡들로 구성되어 있다. 90년대 명반으로 소개되기도 한다. 초등학교 교사이기도 한 전수연은 앨범 [Sentimental Green]로 데뷔하였다. 여자 유키 구라모토라는 별명이 이해가 될 정도로 그녀의 연주는 깨끗하고 서정적이고 낭만적인 선율로 울림을 주는 면이 있다. 그녀를 더 알고 싶다면 특유의 청명한 소리와 무르익은 감수성이 잘 드러나는 2집 [꽃‧花‧flower] 수록곡들을 들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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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 유명 아티스트도 잠깐 언급하자면, 우리와 친근한 감수성을 지닌 일본의 아티스트를 먼저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이름인 히사이시 조, 유키 구라모토, 류이치 사카모토 등은 이미 뉴에이지 연주자로서 뿐 아니라 세계적인 영화 음악가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일본은 오래 전부터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등에 특유의 섬세하고 아련한, 상상력을 극대화시키는 거장들의 뉴에이지를 동원하여 영상에 환상적이고 독보적인 분위기와 색채감을 부여해 왔다. 그런 것들을 보면 일본만큼 뉴에이지가 생활 깊숙이 조성되어 있는 나라도 드물 것 같단 생각이 든다. 이 외 서구 아티스트 앙드레 가뇽, 조지 윈스턴, 데이비드 란츠부터 스티브 바라캇, 브라이언 크레인 등에 이르기까지 뉴에이지 스타들은 꾸준히 우리에게 고도로 디지털화된 환경 그 너머로 우주와 숲, 바다와 사막, 광활한 초원이 생생하게 펼쳐지는 이미지 세계를 선사해 주고 있다.


  뉴에이지를 영화로 치자면 판타지 장르 즈음에 비견되지 않을까. 과거 음악이 추구했던 절대적이고 형식적인 미학에서 벗어나 개인이 자유롭게 명상하고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공간적 음악’인 것이다. 이러한 특징의 음악이 수행하는 역할이 많아지고 일상 가까이에 존재한다는 것은 ‘뉴에이지라는 경음악이 신비롭지만 유용하기도 하고 친근하기도 하다’는 특징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본다. 세계를 하나로 묶던 이성과 종교, 과학/사회적 이념, 종래의 미학적 틀이 더 이상 사람들에게 새로운 가치와 감정을 환기시키지 못하자 그 주류와 규범을 벗어난 가치들을 발견하게 된 것이고 뉴에이지는 그러한 시대의 음악 현상인 것이다. 대단히 복잡한 과정에서 비롯된 산물이긴 하지만 근현대적 사상과 동서양 경계가 허물어진 선율과 리듬이 녹아 흐르는 컬러풀한 음악 장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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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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