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정답은 위험하다 [문화전반]

글 입력 2016.05.19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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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은 모두 정답을 찾고 있다. 시험에서 정답을 찾는 거야 당연하지만 사람들은 자신의 삶 속에서도 정답을 찾으려 한다. 돈 버는 법, 사회생활 하는 법 그 밖에 모든 살아가는 법을 다른 사람과 매체에 의지하여 알아내려 한다. 문제는 문화예술의 측면에 왔을 때 더욱 심해진다. 정답을 찾는 행위에 행위자 본인의 고유한 생각은 배제된다. 그저 정답을 알고 외우는 행위만 존재할 뿐이다. 사람들의 사상이 결여된 행위도 문제이지만 정답을 찾는 행위 그 자체에도 많은 위험이 내포되어 있다.
 

 
 정답을 찾는 것은 매우 경제적인 행위이다. 문제들의 답이 하나라면 답이 나온 문제에 대하여 그 문제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없다. 생각할 것도 없이 다음 문제로 넘어가면 그만인 것이다. 이런 식으로 문제들을 줄여나가고 한 문제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은 문제풀이에 매우 효율적인 방법이다. 이 때문에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답을 찾는 행위가 각광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효율적이라는 것을 다르게 생각해보면 우리가 다른 의견들을 무시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세상의 문제들에 대한 생각들 중에 꼭 정답만이 각광받을 필요는 없다. 문제들에 대한 많은 생각들은 그 자체로도 존중받을 필요가 있다.

 생각들의 존재 자체에 대한 퓌지스가 열려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도구적 이성의 지배를 과도하게 받고 있다. 우리에게 모든 것은 우리가 규정해야 할 어떠한 것으로 나타나며 우리는 그것들을 규정하는 것이 이성의 발로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다. 이러한 생각들이 우리로 하여금 정답이외의 생각들을 우리 스스로 기억의 심연 속으로 묻어버리도록 하며 오로지 하나의 생각 즉, 정답을 숭배하게 만드는 것이다. 우리에게 더 이상 사유의 찬란함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도구적 이성의 완전한 지배, 자본주의 원리에 대한 무조건적인 신봉은 하버마스를 인용해서 ‘생활세계의 식민화’를 낳는다. 정답을 찾는 행위는 앞서 말했듯이 가장 자본주의적인 행위이다. 이러한 행위는 ‘체계’안의 원리로 남아있어야만 한다. 하지만 우리들은 이것들이 ‘생활세계’로 넘어오는 것을 허락할 뿐만 아니라 장려하기까지 한다. 특히 예술의 부문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 보인다. 예술이 아무리 자본주의의 원리에 침식해간다 하더라도 나는 예술의 본질이 ‘생활세계’에 있으며 합리적 이성의 산물이라 본다. 하지만 우리는 예술에 대한 생각에서 마저도 정답을 열심히 찾고 있다.

 난해한 영화를 봐도 바로 해석본을 찾거나 감독의 말을 찾으려 한다. 그리고 그 ‘정답’을 가지고 남의 생각을 재단하며 옳고 그름을 따진다. 음악을 들어도 전문가의 평, 해석을 찾는다. 미술을 보아도 역시나 과거의 기준과 전문가의 이론을 찾는다. 이렇게 찾은 ‘정답’들은 결국 자신의 생각이 되지만 정작 자신이 생각한 것은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만들어진다. 이렇게 ‘체계’는 ‘생활세계’의 본질성, 주체성마저 제거해버리는 심각한 어찌 보면 성공적인 식민화를 완성한다.
 

 
 정답을 찾는 행위는 우리에게서 사유를 앗아가며 우리를 도구적 이성의 노예로 만든다. 물론 행위 자체도 하나의 생각이기에 이를 부정할 수는 없다. 다만 하나의 생각을 정답으로 보고 그것만을 쫓는 것이 바람직하지는 않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우리에게는 사유와 행위의 자유가 있다. 정답을 찾아가는 것은 이 모두를 포기하는 행위이다. 그래서 정답은 위험한 것이다.
[권중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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