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2016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개막: 출발Commencement [공연예술]

글 입력 2016.05.17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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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개막 공연에 다녀왔다. 한-불 수교 130주년을 기념해서 Parfums de France, 프랑스의 향기라는 테마로 구성된 이번 SSF. 5월 17일 개막 무대부터 29일의 마지막 무대에 이르기까지 기대되는 프로그램들이 가득하다.


그 중에서도 이번 SSF 공연 중에 개막 공연을 선택한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개인적인 시간적 여유의 문제이고, 둘째는 라인업이다. 모든 무대가 기대되지만 특별히 첼리스트 조영창 선생님을 비롯하여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피아니스트 문지영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이 무대는 놓치고 싶지 않았다.






 Programs

풀랑크_ 호른, 트럼펫, 트럼본을 위한 소나타, FP33a
F. Poulenc_ Sonata for Horn, Trumpet and Trombone, FP33a
미샤 에마노브스키(Hr.), 로망 를루(Tr.), 제이슨 크리미(Tb.)

모차르트_ 오보에 4중주 바장조, K.370
W. A. Mozart_ Oboe Quartet in F Major, K.370
올리비에 두아즈(Ob.), 이경선(Vn.), 최은식(Va.), 문웅휘(Vc.)

보르네_ 플루트와 피아노를 위한 비제 카르멘 주제에 의한 화려한 환상곡
F. Borne_ Fantaisie brillante on Bizet’s Carmen for Flute and Piano
마티어 듀푸르(Fl.), 선우예권(Pf.)

생상스_ 플루트, 클라리넷, 피아노를 위한 타란텔레, Op.6
C. Saint-Saens_ Tarantelle for Flute, Clarinet and Piano, Op.6
마티어 듀푸르(Fl.), 로망 귀요(Cl.), 선우예권(Pf.)


INTERMISSION


시벨리우스_ 피아노 5중주 사단조
J. Sibelius_ Piano Quintet in g minor
문지영(Pf.), 강동석(Vn.), 박재홍(Vn.), 김상진(Va.), 조영창(Vc.)






총 5곡으로 구성된 이번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개막 공연은 1부에 4곡이 배치되어 있었다.


1부의 첫곡은 풀랑의 호른, 트럼펫, 트럼본을 위한 소나타. 미샤 에마노브스키, 로망 를루, 제이슨 크리미가 무대에 서서 온전히 금관악기 3대로만 구성된, 아주 독특한 편성이었다. 곡이 시작되자마자 왜 이 곡이 2016 SSF 첫 공연의 첫 곡인지 조금 알 것 같았다. 마치 축제에서 듣는 팡파레 같은 느낌이 물씬 나는 곡이었기 때문이다. 둥글둥글한 금관악기들의 소리가 가득 채워지면서 포근한 느낌이 들었는데 이 와중에 3악장에서 익살스러운 듯하면서도 세련된 불협화음을 가미한 게 풀랑의 매력인 것 같았다.


이어서 모차르트의 오보에 4중주가 이어졌다. 이 무대에는 바이올리니스트 이경선, 비올리스트 최은식, 첼리스트 문웅휘와 더불어 오보이스트 올리비에 두아즈가 섰다. 유정아 사회자의 설명에 따르면, 이 곡은 모차르트가 오보이스트 프리드리히 람을 위해 작곡하였다고 한다. 모차르트의 실내악 작품 중에서 유일하게 오보에가 포함된 곡이라고 하는데, 특별히 자신의 지인을 위해 만든 곡이기 때문인지 작은 오보에 협주곡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활기찬 1악장에서 부드럽고 조금은 서글픈듯한 아다지오를 지나서 3악장에 이르는 그 여정 속에 오보에의 매력과 기교가 한껏 드러나는데, 특히 3악장은 아주 인상적이었다. 오보에의 영롱하고 날카로운 음색이 여과없이 드러나서 좋았다.
커튼콜이 끝나고 퇴장할 때에 첼리스트 문웅휘가 올리비에 두아즈에게 after you 하며 서로 웃는 모습까지, 아주 완벽했다:)



세번째 곡은 보르네의 플룻과 피아노를 위한 카르멘 판타지였다. 고대하던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이번 공연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무대이기도 했다. 도입부는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 났다. 카르멘 자체가 세비야를 무대로 하고 집시를 다루는 작품이다보니 선율들이 그런 느낌이 드는 건 당연한 것일 텐데, 아무래도 플룻의 오묘한 음색이 이 곡과 아주 매력적으로 조화를 이뤘기 때문에 더욱 이국적인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카르멘에서 직접적으로 선율을 따오는 대목은 크게 하바네라, 집시의 노래, 투우사의 노래였는데 원곡의 주제 멜로디를 살리면서도 플룻의 기교를 적절히 보여주면서 피아노와의 앙상블까지 이루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정열적으로 끝맺어진 무대에 객석에서 감탄이 나왔다.



1부의 마지막 곡은 생상스의 타란텔라였다. 앞서 무대를 꾸민 선우예권과 마티어 듀푸르와 함께 로망 귀요가 무대에 섰다.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의 가벼운 터치로 곡이 시작되는데 그 리듬감 넘치는 노트에 로망 귀요가 함께 까딱 까딱 몸을 움직이는 것에 미소가 지어졌다. 이어서 플룻과 클라리넷이 아주 부드럽게 피아노의 선율을 감싸면서 곡이 발전되어 가는데 타란텔라 춤을 연상시키면서도 좀 더 부드러운 느낌이 들었다. 아주 격정적으로 끝나는 이 작품은 극적인 종결까지 아주 매력적이었다.




인터미션 후 2부는 온전히 시벨리우스의 피아노 5중주를 위해 준비되어 있었다. 이 무대는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의 시작부터 함께 해 온 원년 멤버인 강동석 음악감독, 박재홍 선생님, 김상진 선생님, 조영창 선생님과 더불어 부조니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문지영이 함께 했다. 여태 문지영 양의 무대를 보고 싶었는데, 오랜 기간동안 음악을 마주해오신 노장 선생님들과의 무대인 데다가, 시벨리우스가 부조니의 연주에 영향을 받은 후 작곡했고 또 부조니가 이 작품을 초연하기도 했으니 부조니 콩쿠르에서 우승한 문지영 양에게는 여러모로 의미 있는 무대가 될 것 같았다. 그리고 다음 달 LG아트센터에서 있을 문태국&문지영 듀오 리사이틀에 일정을 못 맞출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이번 공연을 예매한 것도 있다.


시벨리우스의 피아노 5중주는 장엄미가 넘치는 대곡이었다. 2월에 투르쿠(시벨리우스의 피아노 5중주 전 곡이 초연된 지역이다)와 헬싱키를 갔던 나로서는 그 혹독한 겨울과 눈으로 뒤덮인 핀란드의 침엽수림이 연상되는 곡이기도 했다. 피아노의 트레몰로로 잔잔하게 시작되는가 하더니 현악기들이 파도치듯 밀려오기 시작했다. 실내악인데도 불구하고 부담없이 소담한 스케일이 아니라 오케스트라처럼 두꺼운 화음과 묵직한 감정이 절절히 묻어났다.

장대하게 시작하여 비극적인 어두움으로 끝맺어지는 이 작품은 5악장의 휘몰아치는 듯한 어두운 감정들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개인적으로 실내악을 들을 때에는 오케스트라보다는 조금 가벼운 무게와 감정을 기대하며 들었는데, 시벨리우스의 피아노 5중주는 내가 즐겨 듣던 실내악의 공식을 완전히 파훼하는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그 비극적이고 영웅적인 장엄함이 아주 매력적이었다. 실내악을 듣다가 압도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시작(Commencement)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번 SSF 개막 무대는, 각 음악가들이 20~30대의 젊은 시기에 썼던 작품들로 구성이 되어 있었다. 강동석 음악감독은 딱히 '음악을 시작하는 젊은 시기'의 작품을 선별한 것이 아니었다고 하는데, 선곡을 하고 나니 이렇게 구성이 되어 있었다고 한다. 참 절묘한 선택이 아닐 수가 없다.


유정아 사회자는 시벨리우스의 청년기를 이야기하면서, 법대생이었던 시벨리우스가 자퇴하고 음악을 시작하려 할 때 바이올리니스트를 꿈꿨지만 입시에서 탈락하면서 작곡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는 것을 소개했다. 비록 그 순간에는 분명 실패한 것 같고 낙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하더라도, 훗날 돌이켜보면 그것이 반드시 필요한 실패인 동시에 새로운 시작이었음을 확인하는 순간들이 분명 있다.
시작, 그 이름만으로도 따뜻한 이번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의 개막 무대로부터 그 활기와 설렘, 에너지를 나눠받은 기분이 든다.



프랑스의 향기라는 주제로 구성된 이번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가 어떤 포부를 가지고 시작하는지 아주 절절히 느낄 수 있는 무대였다. 올해로 11주년을 맞은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에 있어 2016년은 향후 10년을 내다보며 시작하는 첫 해이기도 하다. 매년 5월을 풍성하게 만들어 준 이 음악제가 더욱 풍성해지기만을 바랄 뿐이다.


[석미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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