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생명을 조종하는 이기적 잣대, 강아지공장과 고양이 농장 [문화 전반]

글 입력 2016.05.15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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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무이.jpg


  저는 어릴 적부터 털이 부들부들한 동물을 모두 좋아했습니다. 강아지도 좋고, 고양이도 좋고. 아마 친구가 될 수 있다면 다른 동물들이랑도 다 친해지고 싶을만큼 좋아합니다. 흔히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랑 비슷한 질문이 제게는 '강아지가 좋아 고양이가 좋아'라는 질문인데 저는 아직까지는 강아지 쪽에 한 표를 던집니다. 특별한 이유는 없고 고양이는 늘 알 수 없는 매력이 있지만 강아지는 저를 좋아하고 생각하는 마음이 늘 눈에 보일만큼 드러나서이기도 해요. 요즘엔 개랑 성격이 비슷한 개냥이도 있고, 강아지도 시크한 경우가 있다고도 하죠. 어쩌면 고양이는 못길러보고 강아지만 길러봐서인 것 같기도 합니다. 사진은 저희 집 막내동생이자, 저의 가장 좋은 친구 중 하나인 강아지 '누리'입니다. 테니스공을 좋아하고 산책이라는 소리에 귀가 번쩍 뜨이는 친구에요. 시험공부를 할 때도, 피곤할 때도 집에 돌아와서 누리 품을 한번 안고 나면 모든 게 한결 나아지는 기분이에요.(사실 저에게는 강아지지만 사실 덩치로 보면 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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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느 때처럼 주말 아침에 누리랑 인사하고 제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인 을 틀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편은 채널을 돌리기도 그렇고 안돌리기도 그렇고 고민이 많이 되는 느낌이었습니다. 바로 '강아지공장(퍼피밀)'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강아지공장은 말그대로 강아지들을 계속 만들어 내서 돈을 버는 구조입니다. 어떤 강아지는 경매용으로 나가기도 하고 어떤 강아지는 그 중에서 계속 강아지를 낳는 번식용으로 자라기도 합니다. 품종관리가 필요한 강아지들은 그나마 대우가 나은 편이지만 다른 경우에는 강아지가 태어나는 환경도 산후조리를 하는 엄마 강아지들도 악취가 잔뜩 나고 몸도 채 제대로 가눌 수 없는 열악한 곳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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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더 마음이 안타까운 것은 강아지들이 정말 최소한의 자유도 없이 살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충격적인 장면은 발정기에 임신을 하지 못한 강아지에게 주사기로 일명 '인공수정'을 시킨다는 점입니다. 그마저도 발정기가 아닌 강아지들에게 호르몬 성분이 강한 발정유도제를 맞춰서 1년에 3,4번씩 강아지를 출산하게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인공수정'이 있으니 '제왕절개'라고 없을 수 없습니다. 허가는 커녕 충분한 지식이나 경험도 없는 '전문 업자'들이 얼기설기 알 수 없는 약품을 갖고 제왕절개를 합니다. 수술을 받다가 죽기도 하고 수술이 잘 됐다고 해도 장기가 제대로 배치가 되지도 못하고 몸상태 관리가 되지 않아서 더 많은 문제가 생깁니다. 이렇게 소위 '쓸만큼 쓰고 나면' 이 강아지들은 이제 식용으로 팔리거나 아무도 모르게 땅에 묻힙니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까요.

  결국은 수요가 있어서 공급이 있다는 기본적인 원칙으로 돌아가는데요. 저는 늘 동네에서 강아지 새끼를 낳았다고 하면 데려와 기르곤 했는데 이렇게 강아지공장에서 태어난 강아지들은 애견샵이나 경매장에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강아지 새끼들도 워낙 아기 때 좋지 않는 환경에서 자라기도 했고 일찍 엄마와 헤어지다 보니 심리적으로 더 많은 문제를 갖게 될 수도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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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아지공장이 있듯이 고양이의 경우에도 '고양이 공장(키튼밀)'이 있다고 합니다. 농장이 운영되는 구조는 강아지 공장과 거의 흡사합니다. 결국 사람만 좋자고 하는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만물의 영장이 사람이라고 해도, 다른 어떤 동물보다 뛰어나다고 해도, 먹이사슬의 가장 상위에 속한다고 해도, 우리에게 다른 동물들에게 이렇게 대할 수 있는 권리는 대체 누가, 어떻게 부여했다고 볼 수 있을까요?

  사람에게도 최소한의 삶을 보장하는 것에서 출발해서 복지가 생겼듯이, 개와 고양이, 더 나아가서 모든 동물들에게도 자유롭게 자신이 삶을 보장받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사람으로 선택해서 태어날 수 없었듯, 동물들도 스스로 선택하지 않고 태어나 이 세상에 함께 살고 있습니다. 사실은 동물원에 동물을 데려오는 문제, 사람한테 보기 예쁘라고 일부러 '품종개량'을 하는 문제, 관광을 위해서 동물을 혹사하는 문제 등 사람과 동물 사이에는 여러 논란이 되는 문제가 있지만, 출생부터 사망까지 신처럼 주도적으로 통제하는 '공장'시스템만큼 심각한 문제가 있나 싶습니다.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하면 이걸 괜찮다고 할 사람은 거의 없을텐데 또 눈 앞의 돈, 이미 기반이 잡힌 관련 사업을 보면 생각이 바뀌기도 하겠죠. 돈이 생명을 결정하는 잣대가 되는 거라면, 그 잣대의 화살이 사람을 가리키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습니다. 다 같이 잘 사는 게 유토피아인걸까요?


구해줘.jpg
 

  우리나라에서는 현행법상 아직 강아지, 고양이 등 기타 반려동물을 생명보다도 사람의 사유물로 인정하는 구조라서 학대나 이런 자의적인 행동을 처벌할 기준이 없다고 합니다. 방송이 나온 직후에 관련 법안을 만들기 위한 서명 운동이 시작되었습니다. "사람이 먼저다"라는 유명한 문구가 있는데 오늘 동물농장을 보고선 그 말도 조금 바꾸고 싶어졌습니다. "생명이 먼저다"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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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문화의 소통을 강조하는 ARTinsight와 함께합니다.


장지원태그.jpg
 

[장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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