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현실적인 지금 이 순간도 퍼펙트한 것, 연극 '퍼펙트 라이프'

글 입력 2016.05.15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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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 연극 <퍼펙트 라이프>를 보고 왔습니다. 연극을 다 보고 든 생각을 한 마디로 말씀드리면 다소 아쉬운 공연이었습니다. 의도하는 바가 정말 좋다고 생각했지만 그 표현이나 전달력의 면에서는 갸우뚱할 때가 많았습니다.

  공연의 첫 시작은 하얀 소복을 입은 어머니가 가운데에 앉아있고 어머니에 대한 감사함을 담은 표현들이 가득합니다. 그래서 어머니에 대한 마음이 더 강조가 되겠구나 예상을 했습니다. 남자주인공인 대성이의 아버지는 배우가 되고 싶은 대성이의 꿈을 전혀 존중해주지 않고 꾸짖기만 하십니다. 그에 비해 어머니는 훨훨 날아 하고픈 것을 하라며 조건없이 대성이의 꿈을 응원해주십니다. 

한편 여자주인공인 아영이는 겉으로는 세게 보이지만 자신을 버리고 떠난 어머니가 자신을 찾을 수 있게 배우가 되고픈 친구입니다. 알고보면 대성이와 아영이는 몰래몰래 만나고 있는 커플입니다! 아영이가 워낙 말을 잘해서 순딩순딩한 대성이와 만나는 걸 들키지 않으려고 연극반 '카르페디엠' 친구들에게 "대성이 넌 내 스타일 아니야"하고 가던 모습에 관객들과 빵터졌던 기억이 나네요. 

대성이와 아영이 커플은 부모님에 대해선 서로 차이점이 있습니다. 대성이는 아버지와는 배우라는 꿈때문에 대립하지만 어머니와는 사이가 좋습니다. 반면 아영이의 아버지는 남몰래 공사장에서 돈을 버시면서 아영이의 레슨비를 지원해주고 어머니는 어디있는지도 알 수 없게 사라지셨습니다.  하고 싶은 꿈에 여러모로 장애물은 있지만 각자 아버지 혹은 어머니로 인해서 다시 기운을 내고 방법을 찾게 된다는 면에서 가족의 소중함을 새삼 느꼈습니다.

  공연에서 중심이 되는 갈등은 연극반 '카르페디엠'과 학교와의 갈등입니다. 학교에서는 나름대로 큰 성과를 기대하고 카르페디엠을 만든 것 같지만 예상외로 성과가 저조하자 연극반을 강제 해체하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사실 동아리들이 반드시 성과를 내기 위해서 하는게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학교가 학생들의 의견도 듣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해체를 추진하는 것은 너무 권위적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아무래도 학교의 지원이나 허가를 받아야 활동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입장에서 카르페디엠은 결국 그 장벽을 넘지 못하고 해체를 받아들입니다. 담당 선생님은 그리 힘이 없는 '계약직' 선생님이기에 역시 이 상황을 억지로 따르게 되지만 학생들이 늘 연극에서 발성과 호흡, 리듬 같은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개념들을 잊지 않도록 다시금 꼭꼭 상기시켜줍니다. 이 부분은 영화로도 만들어진 책 <죽은시인의 사회>를 떠올리게 하기도 했습니다. 자유롭게 시 등 각종 문학을 사랑하게 한 독특한 키팅선생님을 만나고 나서 선생님이 학교를 떠나게 되었을 때 학생들은 책상 위에 올라가서 떠나는 선생님에게 존경의 의미를 표현합니다. 비극적인 상황이 있더라도 늘 마음 속에 자리 잡은 것들만 있다면 언제서든 꿈도, 날개도 펼칠 수 있다는 것을 표현하려 한 점이 비슷합니다. 아무래도 작품이다 보니 이상적으로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을까 했는데 계약직 교사의 무력함과 예체능 학생들에 대한 학교와 사회의 일반적인 인식처럼 현실적인 장벽과 부딪혀서 좌절하는 현실적인 전개라서 놀라기도 했습니다. 

  공연의 마지막은 연극반 해체로 인해서 원래 나가기로 했던 대회에 나가지 못하게 된 부원들이 선생님을 관객으로 삼아서 마지막 공연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사실 연극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많지 않아서 극 안에 짧은 연극이 있는 것인가 상상했는데 오히려 말은 없이 표정과 동작으로 표현하는 무용극에 가까웠습니다. 모두가 벽 틈을 빠져나와서 날개짓을 하는 모습을 보면 추상적으로나마 전달하려고 하는 의미를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웠던 것은 연극의 커튼콜때도 주인공 이상으로 박수를 받는 중요역할이었던 소복을 입은 어머니의 역할이 두드러지게 느껴지지 않았던 점, 연극을 보고 나서도 퍼펙트 라이프에 대한 의미가 바로 와닿지는 않아서 고민을 많이 하게 됐다는 점입니다. 주제상 청소년들이 많이 공연을 보러 오게 될 수도 있는데 이렇게 약간씩 매끄럽게 연결이 되지 않거나 주제전달이 덜 되는 부분들이 조금씩 보완된다면 훨씬 의도한 바를 전달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공연의 시작과 끝 부분에서 연극반친구들이 신나게 추는 안무덕분에 같이 흥겹게 즐길 수도 있었고 아영이의 대사에서는 많이 느끼지 못했지만 대성이가 하고 싶은 이 꿈에 대해서 말하는 것을 느끼면서 저도 갑자기 제가 무엇을 정말 하고 싶었는지 잊고 있던 생각이 번뜩 떠오르기도 해서 참 감사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뭘 하고 싶은지도 잘 모르는 친구들도 많을텐데 어쩌면 공연을 보면서 그 간절한 메아리를 들으면서 저처럼 갑자기 떠오를 수도 있겠다 싶어요.

  아마도 연극이 전하고자 하는 퍼펙트 라이프란 어쩌면 반어법같기도 합니다.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은 세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꿈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곧 퍼펙트 라이프인 것이죠. 꿈을 좇아 배우가 된다고 해도 역시 수많은 장애물들이 있을 것이고, 꿈 대신 다른 것을 좇는다면 또 역시 놓쳐버린 꿈에 대한 후회라는 장벽이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뚜벅뚜벅 걸어가는 이 가장 현실적인 라이프가 퍼펙트 라이프는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우리가 꿈을 향해서 점점 더 또렷한 생각을 만들어가듯이 점점 더 다듬어졌을 때의 모습이 기대되는 연극 <퍼펙트 라이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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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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