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잘 죽어야만 잘 살 수 있다. 연극 리뷰 [공연예술]

글 입력 2016.05.14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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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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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4월 12일에서 2016년 5월 15일 까지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연극 <게임>이라는 작품이 올려졌다. 무대를 가운데에 두고 빙 둘러싼 관객석과 일반 극장 의자 뿐 아니라, 테이블과 높이 올라선 의자에서 공연을 관람하게 만드는 독특하고 참신한 발상은 공연장에 들어선 순간부터 강렬한 인상을 받게 하였다. 욕실-거실-부엌의 모습, 한 편에는 2층으로 올라서는 계단의 일부가 설치된 어느 가정집의 내부를 보여주는 무대였다. 무대 위쪽으로는 총 4대의 스크린이 설치되어있는데 그것에서는 집이 아닌, 다른 공간에서의 모습들이 전달된다. 연인이자 곧 부부가 되어 생활하는 남녀, 그리고 아들 하나, 그들을 관리하는 관리인과 그들을 찾아오는 돈 많은 사람들. 이들이 극을 격정적으로 전개시켜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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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집 없이 부모님 집에 얹혀사는 젊은 부부에게 
반듯한 집과 차, 심지어 월급까지 제공하겠다는 엔터테인먼트가 나온다. 
하지만 그 집에 살기 위해서는 한 가지의 조건이 있다. 
비용을 내고 온 고객에게 그들의 생활을 공개해야 한다는 것. 
군인 출신 관리인이 그들을 24시간 지켜보고 
고객들은 20분간 부부의 사생활을 지켜보며 
원할 때 마취총을 쏘는 서바이벌 게임에 참여하기 위해 그곳을 찾는다. 

한발에 100만원, 여자는 120만원.

그들이 나누는 대화와 가장 은밀한 섹스까지 
어느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걱정과 
언제 마취총에 맞아 쓰러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휘둘려가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곳을 나가도 경제적으로 뒷받침되기 어려운 그들은 
힘겹고 고통스럽지만 참아가며 어쩔 수 없이 살아가게 된다. 
그러다 부부에게도 힘겹게 아이가 생기는데, 
두려움때문에  '쏘지 마세요' 가 적힌 박스안에서 
하루종일 숨어있는 아이를 보면서 부부는 집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공연을 관람한 다수의 사람들이 '불편하다' 라고 느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말 불편했다. 눈살이 찌푸려졌다. 꼭 이렇게까지 해야했을까 싶기도 했다, 작품 속 인물들이 행하는 행동들이, 그리고 그것을 연극으로 제작해 낸 사람들이. 소재 자체가 주는 불편함은 당연히 보는 이들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단지 그 뿐이었다. 공연을 다 보고 난 후, 어느 순간부터는 이 작품이 주는 메세지가 과연 무엇일까 고민하게 되었다. 어렴풋하게 전해져오는 메세지들이 가슴을 내리쳤고 아리게 했다. 


잘 죽어야만 잘 살 수 있다.


 그들은 죽었다. 수도 없이 죽었다. 십년의 시간이 흐를 때까지 그들은 끝없는 죽음을 맞이했다. 아들의 죽음을 바라보고, 배우자의 죽음을 맞이할 때면 그 시간들이 너무 고통스럽고 괴롭지만 그들은 어쩔 방법이 없이 죽을 수 밖에 없었다. 빈곤함으로 생계유지가 어려운 그들에게는 사생활이 노출되어도, 돈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그들을 향해 총대를 겨누는 '게임' 속 인물이 되어버려도, 집을 주고 차를 주고 돈을 주는 그러한 생활을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잘 살아 내기 위해서 죽을 수 밖에 없었다. 





 돈 많은 사람들의 추악한 이기주의, 쾌락에 눈이 멀어 인간의 삶은 볼 줄 모르는 안타까운 모습들이 어쩌면 미래에, 혹은 가까운 현재 우리들의 모습일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이 주는 메세지는 1시간 가량의 러닝 타임 중 마지막 단 5분의 이야기 속에 담겨있는 것 같다. 마치 영화 트루먼쇼에서 자신이 평생을 살아왔던 세트장 벽 문을 열고 대차게 나가는 트루먼 처럼, 우리에게 인생이란, 새로운 삶과 세상을 향해 두려움 안고 용기를 안고 한 발자국 힘겹게 내딛는 것일 것이다.



ㅡ 그는 마침내 게임이 끝나고 떠나야할 때가 되었는데도 집 안의 박스에 숨어서 나오지 않는 부부의 아이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냥, 평생, 계속, 쭉 힘들거야.
그래도? 선택은 해야지.
그 안에서 나와서 바깥 세상이랑 맞서거나
아니면 평생 그 안에 있거나
둘 중 하나야. 리암. 넌 어떻게 하고 싶니?
리암? 넌 어떻게 할래
거기 있을래? 아니면 나올래?
아저씨 아직 여기 있다."



 그냥 쭉 힘들겠지. 우리의 삶은. 
 하지만 다행히도 우리에겐 선택이라는 삶을 살아가는 방법이 있다. 어린아이의 용기만큼이나, 어른들이 살아가는 이 힘겨운 삶을 조금만 더 용기 내어, 우리의 선택의 길을 기꺼이 걸어가면 좋지 않을까 ! 우린 충분히 용기 있는 사람들일테니까 !


[김희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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