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부산국제영화제, 추억으로 남게 될까 [문화 전반]

글 입력 2016.05.12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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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4월 12일에 작성된 글이며 사이트 리뉴얼로 인하여 재업로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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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노컷 뉴스)


지난 11일 법원이 부산시의 편을 들어주며 부산국제영화제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였다. 부산시와 부산국제영화제의 갈등은 2015년 영화제에서 영화 <다이빙벨>의 상영을 하는 것에 대한 부산시의 개입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다이빙 벨>은 세월호 참사 당시 '다이빙 벨'이라는 심해 구조 장비를 가지고 학생들을 구하려던 전문 잠수사 이종인씨를 취재한 다큐멘터리다. (참조: 오마이뉴스) 부산시는 영화가 정치색을 띠고 편파적이다는 이유로 상영을 제지했지만 영화는 끝내 상영되었다. 하지만 그 이후 영화에 대한 지원금이 줄어들고 집행위원장은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었다. 그 사태는 지금까지 이어졌고 지난 11일 법원은 이용관 집행위원장이 위촉한 자문위원의 효력을 우선 정지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부산시의 다이빙 벨 상영 금지에 대한 명분은 논리적으로 그 자체가 오류를 지닌다. 우선 영화가 정치적으로 편파적인가 아닌가의 사실 관계를 고사하고라도(실제 영화에서 어떠한 사실 왜곡이 일어났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우선 이 부분은 영화를 직접 보지 않았기 때문에 언급하지 않기로 한다), 정치가 예술에 개입하는 행위 자체가 어떠한 논리로 정당화 될 수 있는지를 밝혀야 한다. 영화 감독은 표현의 자유를 지니며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켜야 할 의무가 없다. 백 번 양보해서 영화가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하여 해악을 끼칠 가능성이 있는 한도에서 표현의 자유가 제한되어야 한다고 치자. 이러한 맥락에 영화 다이빙벨을 끼워 맞추려 해봐도 어떠한 사회적 해악도 연상되지 않는다. 오히려 이러한 주장은 그 명분 뒤에 다른 이해관계가 오고 갔을 것이라는 추측을 더 공고히 할 뿐이다.


스스로 '영화도시'임을 표방하는 부산에서 부산국제영화제를 정치적 이해관계에 입각하여 무너뜨리려는 행태가 쉽사리 이해 가지 않는다. 부산국제영화제는 독점적인 생산적 산업이 부재한 부산에서 막대한 이익을 창출하고 수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이며 부산을 국제 도시로 성장시킨 주요 사업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성장은 영화제가 외부의 압력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독립적인 예술의 장으로서 자리잡고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이는 나 스스로가 부산에서 태어나고 부산국제영화제와 함께 성장한 사람으로서 확신할 수 있는 부분이다.


개인적으로 부산국제영화제와 얽힌 추억이 많다. 중학생 때 나에게 부산국제영화제는 부산에서 일년에 딱 한번, 수많은 연예인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이 특별한 날에는 친구들과 수업시간에 몰래 빠져나와 레드카펫이 가장 잘 보이는 자리를 차지하여 개막식을 목 빠지게 기다리기도 했다. 고등학생 때는 조금 더 점잖은 태도로(?) 개막식이나 폐막식과 같은 큰 행사들을 참여함을 통해 영화제를 즐겼다. 대학생이 된 후로는 연예인을 보기 위한 행사보다는 내 취향에 맞는 영화들을 책자에서 골라 찾아보고 이야기 나누는 즐거움을 더 크게 느끼고 있다. 그 자세한 이야기들은 조금씩 변화하였지만 어찌됐든 부산국제영화제는 늘 내 곁에 있었고, 곁에서 나의 영화 사랑에 적잖은 영향을 주고 있었다. 그래서 더 아쉽다. 그리고 더 분노하게 된다. 글의 마무리를 두고 한참 고민했지만, 하루 빨리 사태가 해결되고 부산국제영화제가 원래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말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박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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