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슈퍼맨이 돌아왔다, 이것이 불편하다 [문화 전반]

글 입력 2016.05.09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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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이 돌아왔다는 2013년 11월 파일럿 방송으로 시작하여 꾸준하게 높은 시청률을 유지하며 방영 중인 육아 예능 프로그램이다. 육아에 서툰 아빠가 아이를 보면서 고군분투하는 모습과 그 과정 속에서 느끼게 되는 부성애와 성장이 낯선 스토리라인은 아니다. 태초에 '아빠어디가'가 있었고 다른 방송사에서도 이에 질세라 '오마이베이비'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하지만 꾸준히 10%대의 시청률을 유지하며 2년간 방송 중인 프로그램은 현재까지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유일하다. 다른 프로그램과 구분되는 슈퍼맨이 돌아왔다만의 독특한 연출을 꼽자면 48시간이라는 시간 제한을 두고 엄마가 없는 집 안에서 아이와 아빠가 추억을 쌓아가며 이 과정에서 제작진을 최대한 비가시화(집 안의 텐트에 vj들이 숨어있다)하여 다큐멘터리 느낌으로 자연스럽게 표현한다는 것에 있다. 





나는 초창기부터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시청한 오래된 팬이다. 가장 큰 시청 이유는 바쁘고 시끄러운 일상 속에서 순수하고 맑은 아이들이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마음의 위안과 따뜻함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따금씩 불편한 장면들 때문에 인상을 쓰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정리하자면,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불편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번째로 지나치게 정형화된 가족의 모습에 대한 묘사이다. 지금까지 2년간 방송되면서 수많은 출연진의 변화가 있었지만 모두 엄마, 아빠, 아이로 이루어진 핵가족 형태였으며 모두 서울이나 경기권의 넉넉하다 못해 가끔은 으리으리하기도 한 아파트에서 사는 중산층 가정이었다. 경제적인 측면은 물론 출연진들이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라는 특성 상 불가피한 측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다정한 엄마와 육아에 소홀하지만 노력하는 아빠, 그리고 집안의 엔도르핀 같은 아이들의 모습은 마치 역할놀이 같다.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공존하는 시대상을 반영하지 못하는 지속적인 전형적 정상가족에 대한 묘사는 점점 신선함을 잃어간다. 소위 '막장 드라마'에서는 다양한 가족의 해체와 형성이 일어나는 것을 간주해보면 여전히 사회적으로 어떠한 형태의 가족의 모습이 화목하고 '정상적'인 가족이며 어떠한 형태가 '비정상적'이고 '막장'인 가족인지에 대한 고정관념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고정관념은 이러한 대중문화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음으로 어린 아이들에게 지나치게 성별 역할과 규범을 부여한다는 느낌을 주는 육아 방식이 불편하다. 이것은 제작진과 출연하는 부모의 육아 방식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이따금씩 너무나 시대 착오적인 말들이 오고가 눈과 귀를 의심케 한다. 네 명의 누나를 두고 막내 아들로 태어난 대박이에게 끊임없이 '사나이다움'을 가르친다. 부모님 뿐만 아니라 방송의 자막도 아이들이 직접 하지 않은 말을 상상하여 말풍선을 삽입하는 경우가 잦은데, 이때 여자 아이들에게는 조신하고 수줍은 모습을, 남자 아이에게는 터프하고 강인한 모습을 강요하는 듯한 자막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또한 또래 아이를 만나서 반가워 하며 노는 남자 아이와 여자 아이를 어떤 이성애적인 관계로서 상정한 자막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이러한 모든 장면들은 어떠 특정한 성별 역할과 육아 규범을 주입하게 된다. 





마지막은 방송이 너무 뻔한 광고성을 띤다는 것이다. 처음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인기를 끌었을 때 시청자들이 열광한 장면은 사랑이가 과일을 먹으며 기뻐하고 기뻐하는 사랑이를 보며 추성훈이 흐뭇한 미소를 짓는 소소한 장면들이었다. 하지만 방송이 인기를 타면서 아이들은 집 안보다 밖에 나가서 특정한 식당에 가거나 특정한 놀이 시설에 간다. 그리고 길에서 '이휘재 쌍둥이가 다녀간 집'이라는 문구를 흔치 않게 접할 수 있다. 방송이 인기를 끌면 상업화되고 광고가 늘어나는 것이 불가피 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방송 초기의 취지를 잃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많은 꼬투리를 잡아봤지만 그래도 변하지 않는 건 아이들의 순수함이다. 앞으로 불편한 장면들이 시청자들의 의견 수렴을 통해 반영되어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더 오랫 동안 좋은 육아 예능 프로그램으로서 많은 시청자들에게 위안과 따스한 마음을 전달해 줄 수 있기를 바란다. 





 

[박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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