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문화상대주의는 어디까지 가능한가-[그것이 알고 싶다] 속 '사라진 14분'과 '죽음을 부르는 데이트' [문화 전반]

글 입력 2016.05.01 22:36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개고기.jpg
 

  문화라는 건 참 이렇다 정의하기 힘든 개념입니다. 하지만 한 가지 뚜렷한 특징은 같은 문화를 공유하는 사람들끼리 깊은 소속감을 느끼고 꾸준하게 유지되는 생각이나 행동 등이 있다는 것입니다. 문화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점은 바로 어디까지 문화로서 이해를 해주어야 하는가, 즉 '문화상대주의'의 범위입니다. 문화를 크게 의식주로 나눠봤을 때 문화상대주의의 예로는 식, 음식문화가 있습니다. 가령 우리나라는 보신탕 혹은 영양탕이라는 이름아래 개고기를 먹고, 프랑스에서는 오리의 간인 푸아그라를 먹는 것으로 외국에서 질타를 받곤 했습니다. 사람에게 친근한 존재인 개를 먹는 것이 말이 되는 거냐, 소나 돼지, 닭도 먹는데 개라고 못먹으라는 법이 있냐는 논의부터 보신탕이나 푸아그라를 만드는 과정이 경우에 따라 더 잔인하기 때문에 동물학대의 측면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왔습니다. 


그것이알고싶다.jpg


   여러 문화가 갈등과 논의 속에 파묻혀 있지만 오늘 문화상대주의를 떠오르게 한 것은 따로 있습니다. <그것이 알고 싶다>이 다룬 '대학교 군기문화'와 '데이트문화'입니다. 지난 주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가혹한 신입생환영회로 인해 스스로 건물에서 떨어지는 것을 선택한 한 대학생의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아니 무슨 고작 신입생환영회 가지고 그런 엄청난 선택을 했냐고 생각했을 수도 있지만 나름대로 일리가 있는 상황입니다. 신입생환영회 같이 학기 초에 어떤 이미지로 '각인'되느냐는 앞으로의 대학생활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선배들과 다투면서 찍히게 된다면 절망감에 충분히 빠질 수 있습니다. 


군기문화.jpg


   매년 많은 대학교에서 술을 많이 먹어서 신입생들이 응급실에 실려가는 등 고생을 하는 문화가 지적된 것을 들어보신 적 있을 것입니다. 이번 방송에서는 음주문화와 별개로 건물에서 추락한 사건 이외에도 신입생환영회에 대한 이상하고 불쾌한 경험들도 함께 나열합니다. 몰래카메라라는 이름 하에 강간미수 시나리오를 연기하기도 하고, 처음 보는 신입생들에게 갖가지 인신공격과 성적 비하, 군대식 얼차려를 시키고선 다 환영회라는 이름으로 포장합니다. 신입생들이 선배들에게 인사를 잘 하는지 감시하기 위해서 복장을 제한하거나 명찰을 반드시 착용하게 만들고 또 잔뜩 험한 말을 합니다. 이런 신입생 환영회가 유지되는 이유를 학교 혹은 학과의 문화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데이트폭력.jpg


 한편 몇 주전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데이트 폭력을 대하는 우리사회의 '문화'를 다루었습니다. 연인에게 잔뜩 얻어맞는 모습을 보고도 주변 사람들은 물론 큰 마음 먹고 찾아간 경찰에서도 '연인사이'라면서 개입하기를 꺼립니다. 사랑한다는 이유로 시작된 폭력으로 전치 몇 주의 상처를 얻기도 하고 납치나 살인미수가 될 뻔한 많은 사건이 있음에도 널리 알려지지는 않고 쉬쉬하며 가리려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학교문화니까, 데이트문화니까 그렇다고 이해할 수 있다고 하기엔 폭력성을 어디까지 인정해줄 수 있는지가 걸립니다. 인신공격이나 성적비하가 학교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라 직장에서 일어난 일이라면 이변없이 문제가 되는 일입니다. 마찬가지로 데이트폭력의 경우에도 부모가 자녀를 때리는 경우처럼 혈연관계라도 학대와 폭력이 인정됩니다. 그러나 결혼하지도 않았고 언제 헤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자유로운 연인사이, 극단적으로 보면 법적으로는 남남사이에는 학대와 폭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니 신기할 따름입니다.


히잡.jpg


  우리나라의 신입생환영회 문화, 데이트폭력에 소극적인 문화를 무조건 누군가의 탓으로 돌릴 수는 없을 겁니다. 누군가 혼자 주장한다고 그게 문화로 자리잡는 것이 아니듯 결국 그 문화를 어떤 이유로든 이얻온 모든 사람들이 책임이 있습니다. 한번 정착된 문화를 변화하는 것 역시 쉽고 빠르게 이뤄지기는 힘듭니다. 하지만 오히려 큰 문제가 되는 점은 <그것이 알고 싶다>처럼 방송을 통하지 않으면 어떤 곳에 어떤 문화가 존재하는지 아는 등 문화와 문화상대주의가 활발하게 논의되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입니다. 외국에서는 이슬람 국가에서 여성의 얼굴을 가리게 만드는 히잡, 여성들에게 평생의 고통을 안겨주는 수술 '할례', 마음에 드는 여자라면 의사와 상관없이 결혼할 수 있게 만들어버리는 아시아 국가의 '신부보쌈'제도 등 다양한 문화가 사회 곳곳은 물론 법정에서 근거로 쓰일 만큼 논의가 보다 익숙한 풍경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무엇이 옳은 것일지 헷갈릴 때는 입장을 바꿔서 피해를 줄 수 있는 사람과 피해를 받는 사람 모두의 입장이 되어서 생각을 해보는 것이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알고 싶다>같은 프로그램은 볼 때마다 이런 모든 것들이 사실이라는 점, 여태까지 이 것에 대해 몰랐다는 점 때문에 늘 무섭지만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통로라는 생각이 들구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이 글은 문화의 '소통'을 강조하는 ARTinsight와 함께합니다


장지원태그.jpg
 


[장지원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