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세월이 흘러도 혁명적인 디자인 그룹 '멤피스(Memphis)' [시각예술]

10꼬르소 꼬모 8주년 특별전 멤피스(Memphis)전을 다녀오다.
글 입력 2016.04.29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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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청담 10꼬르소 꼬모에서 열렸던 멤피스(Memphis) 전에 다녀왔다. 

평소 멤피스 디자인을 인터넷으로 접하며 언제 한번 직접 보게 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이렇게 좋은 기회로 보게 될 줄은 몰랐다. 멤피스 전은 무료로 진행되었는데, 실제로 가보니 전시장이 크지는 않았지만 그들의 대표작들을 한눈에 다 볼 수 있어서 더할 나위 없었다. 더 많은 디자인들을 직접 볼 수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말이다.

멤피스(Memphis)는 1981년 이탈리아에서 에토레 소사스(Ettore Sottsass)에 의해 결성된 포스트모던 디자인 그룹이다. 이들은 기존의 획일적인 디자인에 반발하고 선명한 색채와 비정형적인 형태 등으로 일반적 시각에서 벗어난 독특한 디자인들을 선보였다. 
위 사진들은 멤피스 디자인 중 일부를 한데 모아놓은 것인데, 모든 디자인에 작가의 개성이 드러나며 어느 것 하나 전형적이거나 예상 가능한 것들이 없다.

이번 전시를 통해 멤피스 그룹에 대해 알지 못했던 점들을 많이 알게 되었는데, 특히 그들의 관계에 대한것이다. 멤피스 그룹의 창립자인 에토레 소사스는 다른 멤버들보다 20살 가까이 나이가 많아 그들에게 친구이자 동료, 그리고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다고 한다. 그가 오십 대일 때 삼십 대 친구들과 어울리며 그룹을 한데 묶을 수 있는 구심점 역할을 했다니 정말 너무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KakaoTalk_20160429_185330855.jpg▲ 멤피스 멤버들과 그들의 디자인 제품들. 오른쪽 의자에 앉아있는 사람이 에토레 소사스이다.


멤피스 그룹은 그들의 디자인에서도 드러나듯 자유분방한 그룹이었던 듯하다.

멤피스라는 이름이 정해진 일화도 재밌다. 
1980년 소사스의 집에 모두 모여 디자인에 대해 토론하는 중에 밥 딜런의 'Stuck inside of mobile with the Memphis Blues Again(모빌 안에 틀어박혀 멤피스 블루스나 다시 부르며)'가 계속 흘러나왔다고 한다. 음악에서 계속 'Memphis'라는 단어가 나오니 소사스가 "우리를 멤피스라고 부르자"고 했고 그렇게 해서 디자인사에 길이 남을 이름이 탄생한 것이다. 

또, 멤피스가 1981년 처음 결성될 때 엄청난 목표를 가지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디자인에 대한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토론과 작업을 하기 위해 모인 것이었다. 멤버 구성도 고정된 것이 아니라 누구나 자유롭게 나가고 들어올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들의 디자인이 멤피스라는 그룹의 개성도 뚜렷한 동시에 작가 개개인의 개성 또한 뚜렷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멤피스 그룹이 디자인계에서 주목하고 인정받기 시작하자 처음의 순수한 태도가 오래가지는 못했던 것 같다. 결국 7년 동안의 그룹 활동을 마치고 1987년 멤피스는 해체되었다. 그러나 그룹의 정체성이 오래 지속될 수 없음을 인지하고 시원하게 헤어질 수 있다는 것이 오히려 자유롭고 순수한 그들의 마인드를 보여주는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해체 이후에도 각자 작업을 이어가며 좋은 관계를 유지했고 2001년에는 그들이 1981년에 함께 찍은 사진을 재현하기도 했다. 


MemphisGrp.jpg▲ 1981년

r08.jpg▲ 2001년

 
이번 전시에 전시되었던 작품들을 소개하고자 하는데, 직접 찍은 것이라 실제 느낌을 카메라가 많이 담아내지는 못했다. 실제로는 좀 더 통통 튀는 밝은 색감들이며, 플라스틱이나 철로 된 것이 아니라 나무에 플라스틱 라미네이트를 한 것이기 때문에 더 가벼운 느낌이 많이 든다. 


KakaoTalk_20160429_185316236.jpg▲ 에토레 소사스(Ettore Sottsass)의 1981년 작 <칼튼(Calton)>

KakaoTalk_20160429_185329159.jpg▲ 조지 소든(George Sowden) 1981년 작 <피에르(Pierre)>
 
KakaoTalk_20160429_185327185.jpg▲ 왼쪽부터 미켈레 데 루키(Michele De Lucchi)의 1984년 작 <폴라(Polar)>, 1981년 작 <크리스탈 테이블(Kristal Table)>, 1984년 작 <플라밍고 테이블(Flamingo Table)>
  
KakaoTalk_20160429_185318528.jpg▲ 마사노리 우메다(Masanori Umeda)의 1981년 작 <타와라야(Tawaraya)>

KakaoTalk_20160429_185315042.jpg▲ 미켈레 데 루키(Michele De Lucchi)의 1983년 작 <퍼스트 체어(First Chair)>

KakaoTalk_20160429_185322881.jpg▲ 피어 샤이어(Peter Shire)의 1982년 작 <벨 에어(Bel Air)>

KakaoTalk_20160429_185319592.jpg▲ 에토레 소사스(Ettore Sottsass)의 1981년 작 <타히티(Tahiti)>

KakaoTalk_20160429_185321150.jpg▲ 마틴 브뎅(Martine Bedin)의 1981년 작 <슈퍼(Super)>


위 작품들은 우리에게 각인되어 있는 일반적인 선반, 테이블, 의자, 조명의 형태가 아닌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실제로 사용하기에 다소 실용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은 순수 예술품이 아니라 각자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명백한 가구이다. 이런 점이 멤피스 디자인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든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의 '실용'과 독특하고 유일무이한 '예술'의 만남이 색다른 것이다.

전시장 벽에 새겨진 글귀들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Memphis has never even thought to a furniture as a unique piece or as a work of art. (멤피스는 절대 가구를 하나의 독창성 있는 작품 혹은 예술 작품으로 여기지 않는다.)"
"All the Memphis's pieces are designed for the industrial production, where the edition is small it is because there is a limited request. (모든 멤피스의 작품들은 제품화 목적으로 디자인 되었으며, 제한된 수요에 의해 소량생산으로 진행된다."


멤피스의 디자인들은 지금까지도 여러 분야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데, 크리스찬 디올은 2011년 가을 오뜨꾸뛰르에서 멤피스에 영감을 받은 컬렉션을 선보였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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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출시된 아디다스 ZX 9000은 멤피스 특유의 패턴과 색감을 잘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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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멤피스에 영감을 받아 실내를 그리는 피터 저드슨(Peter Judson)이라는 일러스트레이터도 있다. 


Purple-Stairs.jpg
 

1980년대 당시에 멤피스는 사람들의 수요에서 크게 벗어난 디자인이었기에 주류에 저항한 디자인 운동 정도로만 여겨지고 많은 사람들이 구입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멤피스의 디자인들은 그 원형을 유지한 채 계속 생산, 판매되고 있다. http://store.memphis-milano.com/을 방문하면 원 디자인 그대로의 제품을 누구나 구입할 수 있다. 제품에 대한 수요가 끊기지 않고 오히려 늘어난 것은 멤피스 디자인의 가치가 재평가되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독특하고 비정형적인 디자인을 수용하는 수요자도 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기존의 획일적 디자인에 대한 혁명이었던 멤피스 디자인은 세월이 흘러 더 과거의 것이 되어도, 지금 우리에게 그렇듯 계속해서 혁명적인 디자인으로 여겨질 것 같다. 시대가 변하고 디자인의 흐름이 달라진다해도 그들의 디자인은 어느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유일무이한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나도 마찬가지로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그들의 디자인을 찾아보며 감탄하고 또 좋아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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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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