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돈가스와 행복의 상관관계 [문화 전반]

글 입력 2016.04.28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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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돈가스와
행복의 상관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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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가스= 행복."


저에게 집 앞 도서관은 특별합니다. 제가 중학교 2학년때 쯤 완공되었던 도서관은, 제겐 공부하는 곳이라기 보다는 놀이터였습니다. 시험기간에 도서관에서 공부하자고 모였던 친구들과 마음이 맞아서 '도서관을 빌미로' 놀기 시작한 이후로는 도서관은 제게 지상낙원이었습니다. 그 당시 주변사람들에겐 죄송하지만, 제게는 정말이지 행복했던 순간들이었습니다. 

 이랬던 추억들을 뒤로 하고, 이번 시험기간에는 정말 '공부하러' 도서관에 갔었습니다. 오랜만에 간 도서관은 정겹기도 하면서, 모든 것이 새로웠습니다. 자리를 잡고 공부를 하던 도중. 밥을 먹을 시간이 되어가면서 자연스럽게 뭘 먹을지 고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집 앞이니 집을 갈까. 아니면 도서관 식당에서 밥을 먹을까. 도서관 식당하니, 생각났습니다. 행복하고 또 행복했던 중학교 2학년 시절 서러웠던 단 한 가지. 바로 도서관 돈가스였습니다. 

그 시절 제 용돈은 한달에 만원쯤이었습니다. 그런 제게 '바깥 식사'는 넘볼 수 없는 무언가였는데요. 같이 다니던 친구 중에는, 소위 '엄마카드'로 불리는 만능 카드를 들고 있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저랑 가장 친한 친구였던 그 친구는, 도서관에서 항상 '돈가스'를 먹었습니다. '가장 친한 친구'이기에 같이 밥을 먹었었는데, 제 한달 용돈의 반 정도하는 돈가스를 저는 차마 먹지는 못하고 그 친구 것을 바라보기만 했었습니다. 친구 사이에 자존심 상 달라는 말은 못하겠는데, 너무 맛있어 보이고…. 옆에서 컵라면이나 먹고있는 제 자신이 참 초라해보였습니다. 그러다가 아주 가끔, 엄마가 도서관에서 밥 사먹으라고 용돈을 주시는 날에도 저는 차마 돈가스는 먹지 못했습니다. 차라리 그 돈을 아껴서, 3일 동안 도서관에서 뭘 사먹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정말 돈을 아끼려면 집에 가서 먹으면 되는 일이었는데도, 친구들과 함께 있고싶어서 컵라면 따위 등이라도 도서관에서 먹고싶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항상 그 친구의 돈가스를 하염없이 바라만 보면서, 먹고싶다는 말 한마디 꺼내지 못했었습니다. 저 친구는 저렇게 쉽게 먹는 게 나한테는 왜 이리 어려울까, 싶기도 했고. 저만한 돈을 부담없이 쓸 수 있는 날이 오면, 참 행복하겠다 싶었습니다. 저 돈가스를 먹는 날이면 나는 행복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 당시 제게 돈가스는 행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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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가스= 행복?"


그리고 대학생이 된 지금, 그 도서관에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는 제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학생이 된 지금 제게도 돈가스는 '고민'이었습니다. 가격이 기억은 안 나지만, 한 5~6천원쯤은 하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그쯤은 됐으니까 그 중학생 아이가 벌벌 떨지 않았을까. 친구의 것을 그렇게도 부러워 하면서도 아무말 하지 못하지 않았을까. 그렇기에 시일이 많이 흐른 지금은 한6~7천원쯤은 되지않을까 했습니다. 도서관 돈가스는 비쌀 것 같았으니 말입니다. 아니, 그 시절 저를 서럽게 만들었던. 또, '행복'하게 만들수 있었던 가격은 비싸야만 했으니 말입니다. 그렇게 고민하다가 가격이나 보자해서 자리를 나섰습니다. 그리고 본 돈가스의 가격은 충격이었습니다.

4000원.
4천원이었습니다. 고작 4천원. 그 시절로부터 가격이 오르지 않아서 지금 더 저렴하게 느끼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고작' 4천원이었습니다. 저 4천원에 저는 그렇게 서러워했었습니다. 또 저 4천원이면 행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었습니다.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게 쓰이는 저 돈만 있으면. 그 당시에 저는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4천원이라고 인쇄 된 글자만 한참을 바라보다가 저는 다시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어린 시절에 한을 풀기 위해서 돈가스를 먹고 싶으면서도, 먹고 싶지 않았습니다. 아마 지금의 제가 먹으면 저 돈가스는 그리 맛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지금의 저는 '외식'이라면 그저 좋던. 특히 집에서는 자주 해먹지 않던 '바깥 돈가스'가 그리도 부러웠던 중학교 2학년 소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외식보다는 집밥을 그리워하게 된 지금, 그리고 수많은 '맛집'들을 찾아다니는 지금의 제게 도서관 돈가스가 그렇게나 맛있기는 힘들 것이었습니다. 지금의 제게는, 도서관 돈가스는 '행복'일 수 없었습니다. 4천원이면 행복할 수 있던 소녀는 여기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의 제게 '행복'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만약 '먹을 것'으로 한정 짓는다면 지금의 나는 무엇을 먹으면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글쎄. 지금의 제게는, 제 손 안에 닿는 음식 중에서는. 나는 저것만 먹으면 행복해 질 것이라고 단정 지을 만큼, 혹은 그만큼 선망하는 음식은 없었습니다. 그토록 먹고싶은 것이면 약간 무리를 감수하더라도 먹으면 되니 말입니다. 그렇다면 지금의 제가 '돈'으로 얻을 수 있는 것 중 '선망'하는 것은, 그거만 이루면 '행복'할 것이라고 단언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좋아하는 뮤지컬의 VIP석? 성능이 좋은 노트북? 아이러니하게도. 저 시절보다 '돈'이 많아진 지금은 '선망'하는게 무엇이라고 답을 내릴 수 없을 뿐더러, '그럴 것이다'라고 예측하는 것들의 가격대 또한 함께 높아졌습니다. 나름대로는 소박한 것에 행복을 잘 느끼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왔는데도 말이죠. 


"돈가스≠행복!"


도서관의 돈가스를 보면서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는, 진부한 말이 떠올랐습니다. 돈가스만 먹으면 행복할 수 있던 저 시절. 부담없이 돈가스를 먹을 수 있는 재력만 되었으면 좋겠다 생각했던 저 시절의 제 생각으로는. 지금의 저는 행복해야만 했습니다. 지금의 제가 행복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의 제가 그때의 제가 생각했던 만큼 행복한가에 대해서는 선뜻 긍정할 수 없었습니다. 바로 얼마 전, 군인인 남자친구와 데이트를 하다가 우리 커플이 2만원을 선뜻 쓸만큼의 재력 정도만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제가 있었으니 말이죠. 언젠가 제가 2만원을 부담없이 쓸만한 재력을 갖추면 5만원을 부담없이 쓸만할 수 있기를 바라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것을 생각하면서, 다시금 '재력'으로 얻을 수 있는 것들만으로는 사람은 영원히 행복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을 하기 위해서는 '재력'이 필요하긴 하지만. '재력'으로 이룰 수 있는 '행복'들은, '재력'과 함께 그 기준이 높아지니 말입니다. 재력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얻지 못하기에' 그것이 '행복'할 거라 상상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먹지 못했던 그 순간에는 '행복'이었던 돈가스가, 충분히 먹을수 있게 된 지금은 '행복'이 아닌 것 처럼 말입니다. 

결국 저는 돈가스를 사먹지 않았습니다. 그 당시의 행복에게 예의를 지키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네가 군인이라 박봉인게 많이 힘들고 서럽다고 투정부렸던 남자친구에게 전화가 오면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어차피 영원히 잡을 수 없는 '돈'으로서의 행복이 아닌, 늘 함께하는 '행복'을 선사해주는 남자친구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그 시절. '행복'할 것이라 생각했던 '돈가스'보다 옆에 있던 친구들과의 행복이 더 기억나는 만큼. '행복'은 닿을 수 없는 것에서 오는 것이 아닐지 모른다는 생각이 다시금 들었습니다. 제 곁에, 지금 있는. '선망'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함께 있어 '당연'하게 느껴지는 행복들. 그러한 행복들을 새삼스럽게 다시금 발견하고, 소중히 여기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그 시절도 지금도. 저는 돈가스를 먹지 않아도 행복했습니다.



[권희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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