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이 터널의 끝은 없지만 혼자는 아닌 것, 연극 '퍼펙트 라이프'

글 입력 2016.04.26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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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믿기지는 않으실 수도 있지만 저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무엇을 하고 살지 고민했습니다. 여전히 믿기지 않으시겠지만 저는 무엇을 하고 사는 것이 좋을지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강산이 바뀌고도 남을 정도로 여유는 많았는데도요. 결정장애로 치자면 이만한 결정장애도 없는 셈이죠. 생각이 너무 많나 싶다가도 아무 생각 없이 뛰어들기에는 또 걸리는 것이 너무 많아서 더 어렵지 않나 합니다. 결국 짧긴 하지만 이 고민에 대해 내린 한 가지 결론이라곤 무엇을 하고 살지는 평생 고민이라는 것 뿐입니다. 

  뭐가 대체 그렇게 고민이냐구요? 최근 몇 년간 저의 고민은 현실과 이상, 안정과 도전 중에서 어떤 선택이 좋은 것인지, 무엇이 저에게 좋은 삶인지에 대한 것입니다. 옛날에 저는 제가 너무나 이상주의자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런 고민을 하면서 재고 따지고 있는 저를 보면 저도 꽤 현실주의자가 되어버렷나봅니다. 중고등학교의 사춘기, 대학교를 오춘기라고 친다면 저는 지금 어느 때보다도 혼란스러운 또다른 봄을 보내고 있습니다. 마음 한 켠에 스멀스멀 올라오는 저의 마음은 두 가지 생각에서 갈팡질팡합니다. 젊은 날의 어리석고 무모한 혈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가능성의 문은 버리고 현실에 타협하는 젊은이는 아닌건가 . 제 자신을 과대평가하고 있는건지, 과소평가하고 있는건지요. 제가 어느 정도 그릇이 되는지 알 수 있다면 참 좋겠다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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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로 연극 <퍼펙트 라이프>는 저의 이런 혼란스러운 고민들에 공감해주겠다고 합니다. 주인공들은 연극부 '카르페디엠'의 고등학생들과 가족들, 학교 선생님입니다. 부잣집 아들 대성이도, 집안이 넉넉치 않은 아영이도 배우와 연예인이라는 꿈을 안고 연극부에 들어왔지만 가족들은 이들의 꿈과 현실은 다르다고, '그런 건 좋은 취미로 남기라'는 쓸쓸한 말을 남깁니다. 

  연극부 '카르페디엠'을 보면서 제가 몸담았던 오케스트라가 생각났습니다. 저만 해도 이 동아리를 들어가기 위해서 부모님을 설득해보려고 이렇게 저렇게 방법도 생각해봤고, 다른 부원들 중에서도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쓸데없이 악기를 분다고 부모님과 싸운 일도 많았다고 한 점이 비슷하게 느껴졌습니다. 저도 다행히 대학에 들어오고 나서 시작한 활동이라서 그나마 이해받을 수 있었지 글쎄요, 대성이나 아영이처럼 고등학교때부터 제가 활동했다면 저는 아마 전혀 이해받지 못했을 겁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입시를 압둔 고등학생 부모님들이 입시와 상관없는 동아리를 허락해주신다면 아마도 그 동아리가 '자소설'을 위한 사연있고 특별한 스펙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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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퍼펙트 라이프>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부모님들과 학생들, 세대 간의 생각차이의 해결고리를 찾아주려고 합니다. 사실 왜 부모님들이, 어른 세대들이 그렇게 말하는지는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소중한 아들 딸이 하고 싶은 일을 한다고 뛰어들었다가 혹여 너무나 다치고 좌절할까봐 걱정이 되셔서인걸요. 에픽하이의 멤버만큼이나 '하루 아빠'라는 말이 익숙해진 타블로도 그 예입니다. 그는 힙합을 하기 위해 부모님과 대립한 적도 있었고 지금은 명실상부하게 멋진 힙합뮤지션으로 자리했지만, 만약 자녀가 같은 길을 가겠다고 한다면 너무 힘들기에 말리고 보겠다고 답한 적이 있습니다. 

  부모님의 의견을 맹목적으로 따르겠다는 것은 분명 아닙니다. 그러나 적어도 그 의견차이를 무조건 고리타분한 기성세대의 생각이라고 하기 전에 염두에 두어야 할 부분이 몇 가지 있다는 것입니다. 그 반대가 '아들 딸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나왔다는 것, 우리가 내리려는 선택의 기회비용을 차근히 살펴보게 해줄 또다른 중요한 생각이라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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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쯤 되니 벌써 연극 <퍼펙트라이프>가 줄 따뜻함이 기대됩니다. 재미나 웃음보다도 요즘은 토닥토닥 위로가 더 필요한 것 같아요. 평생 고민은 우리를 버겁고 외롭고 쓸쓸하고 기운이 빠지게 하는 터널입니다. 우리를 언제 끝이 날지 모르는 여러 갈래 터널길에서 덩그러니 있게 하죠. 그래도 <퍼펙트 라이프>가 전하려 하는 것처럼 서로에 대한 애정을 이해하고 느낀 후에 이 평생고민이 나 혼자 견디는게 아니라 우리의 고민이 될 수 있다면 그리 나쁘지만도 않은 것 같습니다. 내 앞가림도 하기 바쁜 세상 다른 사람에게 고민을 얘기해서 부담이 되고 싶지 않으셨던 분들이라면 더더욱, 마음의 짐은 가볍게, 온도는 따뜻하게, 기운은 든든하게 해줄 연극 <퍼펙트 라이프>를 추천드립니다.


연극 <퍼펙트 라이프>는 대학로 한성아트홀에서 화~금 오후 3시(일,월 공연없음) 토요일 오후 8시에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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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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