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소년이 어른이 되기까지 영화 '보이후드' [시각예술]

12년간 시간을 쌓아가며 촬영한 영화
글 입력 2016.04.26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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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간 시간을 쌓아가며 촬영한 영화 <보이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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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점. 별에 인색한 평론가들의 평점이 이렇게나 높다.
 
사실 특별한 줄거리는 없다.
영화 제목 <보이후드> 그대로 소년 시절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저 누나가 있는 소심한 소년이 자라가는 동안 겪는 평범한 일상들을 보여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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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살 ‘메이슨’과 누나 ‘사만다’는 싱글맘 ‘올리비아’와 텍사스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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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인 ‘메이슨 시니어’는 일주일에 한 번씩 들러 캠핑을 가거나 야구장, 볼링장에 데려가며 친구처럼 놀아 주곤 하지만 함께 살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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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비아는 더 나은 환경을 위해 다시 공부를 해서 학위를 따기로 결심하고 이곳저곳 이사를 다닌다. 
엄마는 재혼을 하고, 메이슨은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시간이 흐를수록 주변은 변해가고, 어린 나이에 꽤 힘들법한 시련들이 보이기도 하지만 잘 버텨내며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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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서서히 어른이 되어간다.
주인공 뿐 아니라 주변 인물들, 누나, 부모들 또한 시간이 흐르면서 변화하며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한 가상의 가족이 시간과 함께 나이 들어가며 살아가는 과정을 화면을 통해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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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발매된 콜드플레이의 노래 yellow가 잔잔하게 깔리며 영화가 시작된다. 영화의 시작 시점이 2000년대 초반임을 의미한다.
이라크전쟁, 9.11 테러, 해리포터와 트와일라잇, 스타워즈, 2008년 대선과 오바마,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들이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이야기해준다.
 
‘비포 시리즈’로 유명한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는
부모가 된지 8년째, 마흔에 접어들 즈음 
어린 시절에 관한 이야기를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7살때도 14살때의 기억도 생생한데, 몇 살쯤의 어린 시절로 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고 한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배우를 바꾸는 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동일한 캐스팅으로 매년 조금씩 찍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형식은 다큐가 아닌 극영화지만 감독은 한 소년의 성장 전 과정을 그대로 담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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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담아낸 예술작품이 아닌가 싶다.
시간의 경이로움이 느껴진다.
같은 배우, 제작진이 매년 모여 3~4일 정도를 만나 15분 분량을 12년간 꾸준히 촬영했다니. 존경스럽다. 
특별한 사건 사고 없이, 모두가 건강한 모습으로 서로에 대한 의리를 지켜낸 것 같다.

이 영화의 모든 순간들은 우리 모두의 일상이며, 인생이다.
특별할 것 없는 장면들 속에서 우리의 삶을 발견하고, 공감하고, 생각에 잠긴다. 영화를 보다보면, 메이슨의 성장기 속에 들어있는 여러 순간들과 우리의 삶을 비교하게 된다.

‘나에게도 저런 때가 있었지......’

인생이라는 것이 영화 속에는 항상 특별해 보인다.
하지만 사실 생각해보면 특별할 것이 없다. 그냥 시간에 따라 살아가는 것이다.
가끔 어렵고 힘든 일들이 생기긴 하지만, 잘 극복해 나간다.

영화에서 메이슨은 이런 말을 한다.
흔히들 순간을 붙잡으라고 하지만 난 순간이 우리를 붙잡는 것 같다고.

순간의 조각들이 모여서 우리를 이룬다. 
지금 이 순간은 의미 없는 점에 불과할 수 있지만, 
엄청난 시간이 쌓여 선을 연결하는 것이다.
 
보는 사람에 따라 지루하고 재미없는 영화가 될 수도 있다. 
시각적으로 화려하거나 웅장한 규모, 치밀하게 짜인 스토리, 신선한 소재를 기대했다면 아마 그럴 것이다.
사실 나 또한 세 시간 가까이 이어지는 영화를 온전히 집중해서 긴장감 있게 보지는 못했다.

또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내가 미국인이었다면 더욱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미국 문화를 온전히 몸으로 체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에 공감의 정도가 미국인들 보다는 확실히 덜 할 것이다.
하지만 영화라는 것이 반드시 신선하고 자극적이어야만 하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멋들어지지는 않더라도 실제 12년의 시간의 흐름을 바라보면서 느껴지는 그 무언가가 있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누가 내 인생도 이렇게 멋지게 찍어주었으면!


 
[반승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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