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노년기'의 롤모델 [문화전반]

글 입력 2016.04.21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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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나 신문의 단골손님 중의 하나는 바로 ‘고령화시대’ 라는 말이다. 그 추세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뚜렷해지고 있는데, 최근 미국 통계국이 공개한 ‘늙어가는 세계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 전 세계 노인 인구는 현재 6억 명에서 16억 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평균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최소한 70-80대까지 살 수 있다고들 한다. 하지만 ‘제2의 인생’, ‘인생은 60부터’ 등의 말들이 비일비재하게 사용되고 있는 것을 보면 오래 사는 것 자체보다는 어떻게 늙을 것인가, 어떤 노인이 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더욱 중요하다는데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바로 ‘멋있게’ 늙는 것을 모두가 원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멋있게 늙는 것이란 무엇일까? 미래에 무엇이, 혹은 어떻게 되겠다고 할 때 가장 고전적이고 손쉬운 방법 중 하나는 롤모델을 정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나보다 앞서 꿈을 이루고 성공한 사람 혹은 책이나 영화에 나오는 훌륭한 가상의 인물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하는 것이다. 어린 시절 독후감의 끝은 항상 ‘나도 누구누구처럼 되어야겠다.’ 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노년기의 ‘롤모델’ 역시 발견할 수 있다.  





음악이 흐르는 한 은퇴한 뮤지션은 없다


 취업준비생들이 많이들 거쳐 가는 루트 중 하나인 인턴. 하지만 이 영화 속의 주인공은 70세라는 상상을 초월하는 나이로 어느 쇼핑몰 회사의 인턴이 된다. 바로 2015년에 개봉해 대중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낸시 마이어스의 영화 <인턴>이다. 


%B4ٿ%EE%B7ε%E5_(4).jpg▲ -구글 이미지 발췌
 

 아내를 먼저 떠나보내고 여느 노인과 같이 늙어가던 70세의 할아버지 벤 휘태커(로버트 드 니로)는 우연히 TPO라는 쇼핑몰 회사의 시니어 인턴 모집공고를 보게 되고 마침내 TPO의 신입 인턴으로 채용된다. 하지만 회사 사장인 줄스 오스틴(앤 해서웨이)는 1년 반 만에 직원이 220명에 이르는 회사를 키운 30세의 여성 CEO로 시니어 인턴을 탐탁치 않아했다. 그런 그녀를 벤 휘태커는 언제나 예의를 갖추고 대했으며 그의 매너와 센스, 경험에서 나오는 연륜에 결국 줄스 오스틴도 마음의 문을 열고 둘은 진정한 친구가 된다.


 사실상 그에겐 인턴 지원 자체가 도전이었다. 전자기기를 다루는 것은 젊은이들에겐 누워서 떡먹기일지 모르지만 대부분의 70세 노인들에게 그것은 크나큰 도전일 수밖에 없다. 심지어 벤 휘태커는 인턴이 되기 위해 지원 동기를 밝히는 동영상까지 찍어야 했고 그것을 인터넷으로 지원해야만 했다. 얼마든지 포기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시니어 인턴이 되는데 성공했다.
 매너, 센스, 경험, 연륜, 배려, 열정 등 영화 <인턴>의 벤 휘태커에게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은 정말 너무나도 많지만 무엇보다도 벤 휘태커를 빛나게 해주었던 것은 삶에 대한 그의 태도가 아니었나 싶다. 
 

i.jpg▲ -구글 이미지 발췌

 
 나이가 들면 그 끝에 죽음이 있는 것은 자연의 순리이다. 때문에 노년기에 죽음을 생각하고 그것을 준비하는 것 역시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노인이 죽은 듯이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살아있는 한 노년기도 아동기나 청소년기와 마찬가지로 인생의 한 과정임은 분명한데, 우리는 노인이 되면 마치 인생을 은퇴한 듯이 살아가곤 한다. 그간 쌓은 경험과 지식이 전부라고 믿으면서, 새로운 무언가에 더 이상 설레기 보다는 거부감을 느끼면서 말이다. 
 하지만 벤 휘태커는 달랐다. 70세의 노인임에도 불구하고 무언가에 도전했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며, 새로움을 거부하기보다는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직장에서 은퇴했다고 해서 인생에서 은퇴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뮤지션한테 은퇴란 없대요.
음악이 사라지면 멈출 뿐이죠.
제 안엔 아직 음악이 남아 있어요."

영화 <인턴> 中 벤 휘태커



  자신의 삶을 사회가 제멋대로 구분해놓은 아동기, 청소년기, 노년기 등에 맞추어 그 시기를 보내는 것 아니라, 마음속 깊은 곳에서 흐르는 음악을 들을 줄 아는 사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 사람. 완벽하리만치 멋있게 늙은 사람이기에 어쩌면 그와 같이 되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르지만 그렇기 때문에 롤모델이 될 만한 노인이 바로 벤 휘태커가 아닐까 싶다. 




  
고치현의 할아버지 밴드, 지(爺ㆍ할아버지) - pop


 영화 <인턴>이 벤 휘태커라는 가상의 인물을 통해 멋진 노인의 본보기를 제시했다면, 현실 속에서 우리는 문화예술을 직접 이끌어나감으로써 또 다른 롤모델이 되어주는 노인들을 만나볼 수 있다. 
 최근 일본에서는 지팝이라는 이름의 5인조 신인 남성 그룹이 데뷔를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지팝이 세간의 화제가 된 이유는 이들의 외모도, 실력도 아닌 바로 나이 때문이다. 지팝에서 ‘지’는 할아버지라는 뜻으로 이들의 평균 나이는 67세, 다섯 명의 나이 총합은 336세에 이른다.  


noname01.jpg▲ -구글 이미지 발췌

 
 대표적인 고령화 사회인 일본 내에서도 고령화율 2위에 달하는 지역인 고치현은 젊은이들이 직장을 찾아 마을을 떠나면서 노인들만 남게 되었다. 지역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던 중 최종적으로 고치현이 내놓은 것이 밴드 프로젝트였고 그 결과 지팝이라는 그룹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지팝의 데뷔곡인 <고령만세>의 뮤직비디오는 지난 달 26일에 유투브에 게시된 후 현재까지 46만 건 이상의 조회수를 올리며 인기를 끌고 있다. 백발의 노인 다섯 명이 부르는 테크노풍의 음악 <고령만세> 뮤직비디오를 감상해보자.




  지팝의 등장이 지자체 차원에서 지원을 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점은 지팝의 다섯 멤버가 30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1543명이라는 엄청난 수의 고치현 노인들이 일상에 안주하기보다는 새로움에 도전하고, 가수가 되기를 꿈꾸었다는 사실은 꽤나 충격적이다. 노인들의 불타는 열정과 도전정신이 없었다면 지자체의 정책이 무슨 소용이 있었겠는가. 이미 지팝의 <고령만세> 춤을 따라 추는 영상이 유투브에 올라오고 있는 것을 보면 그들에게 존경스러움을 느끼고 있는 사람은 나뿐만이 아닌 것 같다. 지팝과 더불어 프로젝트에 도전했던 1543명의 노인들 모두가 멋있게 늙는 인생의 롤모델로서 우리들에게 하나의 지표가 되어주고 있다. 

 



 문화예술 속 가상의 인물인 벤 휘태커와 문화예술을 이끌어 나가는 현실 속 인물인 지팝. 그들이 존재하는 세계는 전혀 다른 공간이지만 우리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아마 같지 않을까. 나이라는 틀에 자신을 가두지 말라는 것, 노인의 마음속에도 음악은 여전히 흐르고 있다는 것 말이다.




반채은.jpg
 

**참고자료
http://blog.naver.com/subusunews/220663198875
http://www.hankookilbo.com/v/98edcf5309d74ccc9fec97a1f87462fa
 

[반채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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