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바나나 맛 몽쉘을 먹으며 [문화 전반]

글 입력 2016.04.20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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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끼리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나 때리자”며 집 근처 카페에 모였다. 우리의 관심을 산 것은, 인기몰이 중인 유시진 대위도 아니고 모태솔로 친구의 열애 소식도 아닌, 바로 바나나 맛 몽쉘이었다. 한 친구가 집 앞 마트에 들렀다가 요즘 핫한 바나나 맛 몽쉘을 보고 3박스나 사왔다는 것이다. 그 자리에서 하나씩 맛을 보고, 나머지는 사이좋게 나누었다. 가위바위보에서 이긴 나는 남들보다 한 개 더 갖게 되었는데 기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혹시나 잔바람에 부셔지지는 않을까 고이 모셔온 몽쉘을 아끼고 아껴두었다가, 지금 이 글을 쓰며 야금야금 먹고 있다. 


몽쉘.jpg인기 폭발했던 그 몽쉘...
 




재작년,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것을 떠올려보자. 온라인엔 허니버터칩의 후기가 넘쳐나는데, 주위에는 먹어본 자가 아무도 없었기에 ‘허니버터칩 귀신설’이 돌 정도였다. 이어서 처음처럼의 유자 맛 소주인 순하리를 시작해 온갖 종류의 과일 소주들이 연이어 인기를 끓었다. 앞서 언급한 모든 상품들은 없어서 못 팔 지경이었다. 

다양한 종류의 과일들이 소주와 섞이기 시작하고, 감자칩부터 아몬드, 우유까지 다양한 형태의 허니버터 맛이 출시되었다. ‘허니 대란’, ‘과일소주 대란’이라고 불릴 정도였다. 다음엔 어떤 대란이 나올까 모두가 궁금해 했다. 다음은 ‘짬뽕 대란’이었다. 진짬뽕, 맛짬뽕, 불짬뽕, 갓짬뽕. 진짜 짬뽕의 맛을 내기 위해 면발, 국물의 불 맛, 건더기 등 모든 디테일을 살린 결과물들이다. 짬뽕 대란 이후 짜장 대란으로 이어지나했더니, 웬걸? 바나나 대란이다. 수십 년째 한 길만 꾸준히 걸어온 초코파이가 바나나를 품어 더욱 촉촉해지고 부드러워졌다. 이에 질세라 비슷한 케이크류 과자인 몽쉘도 바나나 맛을 새로 출시했다.


모음.jpg

 
사실, 바나나 대란이 있기까지 과자 계(?)에는 크고 작게 '과일 대란'의 실패가 있었다. 허니버터칩의 여세를 몰아 해태제과에선 허니통통 딸기 맛과 사과 맛을 출시했지만, 대중들에게 큰 실망과 동시에 충격을 주면서 비난까지 받았다. 오리온은 포카칩 라임페퍼 맛으로 ‘시고 짠 후추 맛’을 알게 해주었다. 과일 맛 과자가 인기인 것 같아 대중들은 호기심에 해당 과자들을 구매했지만, 그 맛은 단지 인기에 장단 맞추기 위한 성급한 결정이었고 “맛이 없다고” 입소문 타게 되었다. 호기심으로 시작된 첫 구매가 지속적인 구매로 이어지지 못한 것이다. 기존에 없던 독특한 맛을 개발하는 것이 ‘대란’의 능사는 아님을 알려주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겠다.

이렇듯, 초코파이와 몽쉘은 지나치게 새롭고 독특한 맛은 낯설어하는 소비자들을 겨냥해 익숙한 브랜드와 맛으로 바나나를 선택한 것이다. 그들의 선택은 탁월했다. 현재, 인스타그램에서 해쉬태그(#) ‘초코파이 바나나’, ‘바나나 초코파이’ 등은 3만 건이 넘는다. SNS가 일상생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오늘날 대중들(특히 20-30대 청년 세대들에게)은 온라인에서 가장 핫한 ‘초코파이 바나나’를 먹기 위해 여러 매장을 전전한다. 매장에 진열됨과 동시에 전량 판매될 정도로 초코파이 바나나는 현재 품귀현상을 보인다. 이는 재작년 허니버터칩의 품귀현상과 아주 닮았다.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SNS에서 보이는 신기한 것들, 인기 많은 것들은 나 또한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다들 허니버터칩과 초코파이 바나나로 모여드는 것이다. 심지어 판매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제품을 재판매하는 누리꾼도 있고, 제품의 재고가 있는 매장의 정보를 공유하기도 하고 더 맛있게 먹는 방법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바나나 대란과 동시에 요리 맛 이색 과자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새우마요 맛 꼬깔콘, 간장치킨 맛 스윙칩, 토마토파스타 맛 포카칩, 토마토케찹 맛 오!감자, 불짬뽕 맛 꽃게랑, 타코야끼 맛 타코야끼볼. 그 종류는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생각해보면 웃긴 과자들이다. 새우 맛이면 새우 맛이고, 마요네즈 맛이면 마요네즈 맛일텐데. 새우마요 맛이라니! 신기하면서도 재밌다. 초코파이, 꼬깔콘, 포카칩 등 모두 다 우리에게 익숙한 장수 브랜드들이다. 장수 제품이 갖는 브랜드 파워에 독특하고 차별화된 시즈닝을 더하니 그 인기가 치솟는 것이다. 이렇게 기존에 없던 독특한 맛을 개발하는 것, 그리고 SNS를 통한 입소문으로 인기를 얻는 것이 제과업계에서 유행하는 마케팅이다. 다양한 시즈닝들을 믹스매치하고, 온라인에서 “완판”, “품절”, “품귀현상” 등의 단어를 사용해 마케팅 하니 대중들은 너도나도 그 인기에 따라가려고 동네 마트들을 돌아다닌다. 허니버터칩이 특별한 홍보 없이 SNS 상의 입소문으로 진정한 ‘완판’을 겪었기에 제과업계에선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 ‘제품을 구하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해 품귀 현상을 노리는 마케팅으로 대중들의 이목을 끄는 것까지는 괜찮다. 그러나 단순히 한 순간의 관심을 사기 위해서 이상할 정도로 독특한 시즈닝의 과자는 더 이상 그만 만나고 싶다. 밥보다 과자를 더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 과자에게까지 나의 통장을 이렇게나 내어줄 순 없다! (라고 말하며, 바나나 맛 몽쉘을 다 먹고 이제 간장치킨 맛 스윙칩을 뜯는다. 역시 단짠단짠이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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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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