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영국의 천재시인 John Keats의 미녀 [문학]

John Keats-La Belle Dame Sans Merci (무자비한 미녀)
글 입력 2016.04.20 17:04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66.jpg
 John Keats (1795-1821)


  영문학을 공부하면서 영국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시인으로 바이런, 셸리와 더불어 존 키츠를 절대로 빼놓을 수 없지요. 그는 25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지만 짧은 생애동안 많은 작품을 남겼고, 그가 세상을 떠난 뒤에는 셰익스피어를 이을 만한 재목으로 평가받았습니다.
 
  키츠의 생애를 조명했던 많은 사람들은 특히 키츠가 죽기 전에 끔찍이도 사랑했던 연인이 누구인가 하는 것에 큰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의 연인이 젊은 키츠를 파탄으로 몰고 간 *팜므 파탈의 대명사라는 소문 또한 떠돌았습니다.



*팜므 파탈 [Femme fatale] 

팜므 파탈은 프랑스어로 '치명적인 여자'가 된다. 흔히 우리나라에서는 악녀(惡女)의 캐릭터로 통한다. 화려한 외모와 선정적인 몸매의 한 여자가 한 남자를 감미롭게 유혹한 후 파멸로 이끈다. 때로는 공멸을 자초하기도 한다.
 
팜므 파탈이 문학적인 캐릭터로 가장 잘 형상화된 것은 문학사의 유례 없는 스캔들을 일으킨 보들레르의 시집 『악의 꽃』이라고 말해 진다. 그는 아름답고 매력적인 여인의 열 가지 태도를 정의해 팜므 파탈의 구체적인 모습을 그려냈다. 팜므 파탈은 상징주의와 세기말 탐미주의가 풍미하던 19세기 말의 인기를 누렸던 이른바 요부형 여인상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팜므 파탈 (문학비평용어사전, 2006. 1. 30., 국학자료원)
 
 
  보들레르의 악의 꽃, 메리메의 소설이자 비제의 오페라인 ‘카르멘’ 등 많은 예술작품에서 매력적인 모티브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치명적인 여성. 현대에 이르러서는 영화 ‘원초적 본능’의 캐서린 트라멜(샤론 스톤)이나 한국영화 타짜의 정마담(김혜수)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키츠의 작품에서 또한 팜므 파탈이 등장합니다. 시 속에서 'La Belle Dame Sans Merci (무자비한 미녀)'라 칭해지는 그녀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 한 기사는 황홀한 행복을 누리게 되지만 끝내 그는 방황하며 황폐해져가게 됩니다.
 
  문학적인 소재를 애호한 영국 라파엘전파 (Pre-Raphaelite) 화가들은 이 시를 소재로 많은 그림을 그렸습니다.





La Belle Dame Sans Merci
무자비한 미녀
 
 
Oh what can ail thee, knight-at-arms,
오 무슨 번민이 있는가요, 갑옷 입은 기사여,
Alone and palely loitering?
홀로 창백한 모습으로 헤매고 있으니?
The sedge has withered from the lake,
사초는 호숫가에서 시들고
And no birds sing.
새들도 노래하지 않는데.
 
Oh what can ail thee, knight-at-arms,
오 무슨 번민이 있는가요, 갑옷 입은 기사여,
So haggard and so woe-begone?
그토록 여위고, 그토록 슬픔에 잠겼으니?
The squirrel's granary is full,
다람쥐의 창고는 가득차고,
And the harvest's done.
추수도 끝났는데.
 
I see a lily on thy brow,
난 당신 이마 위로 바라보고 있소
With anguish moist and fever-dew,
고뇌와 열병의 이슬로 젖은 한 백합꽃을,
And on thy cheeks a fading rose
그리고 그대의 뺨에 희미해지는 장미
Fast withereth too.
역시 빨리 시드는 것도.


11.jpg
 무자비한 미녀(1902) - 프랭크 딕시(1853-1928)
       

I met a lady in the meads,
난 초원에서 한 아가씨를 만났소.
Full beautiful - a faery's child,
아름다움으로 가득 찬 한 요정의 아이를
Her hair was long, her foot was light,
그녀의 머리카락은 길었고, 발을 가벼웠고,
And her eyes were wild.
그리고 그녀의 눈은 매우 야성적이었소.
 
I made a garland for her head,
나는 그녀의 머리에 꽃다발을 만들어 주었소,
And bracelets too, and fragrant zone;
팔찌와 향기로운 허리띠도,
She looked at me as she did love,
그녀는 마치 사랑하듯 나를 바라보며
And made sweet moan.
달콤한 신음소리를 내었소.
 
33.jpg
 Arthur Hughes (1832-1915)


I set her on my pacing steed,
나는 그녀를 천천히 걷는 내 말에 태웠고,
And nothing else saw all day long,
온종일 다른 걸 보질 못했소.
For sidelong would she bend, and sing
비스듬히 그녀가 몸을 기울여
A faery's song.
요정의 노래를 불렀기 때문에.
 
She found me roots of relish sweet,
그녀는 나에게 달콤한 풀뿌리와
And honey wild, and manna-dew,
야생꿀과 감로를 찾아주며
And sure in language strange she said -
틀림없이 낯선 언어로 말했소.
'I love thee true.'
나는 당신을 진정으로 사랑해요.’
 
 
She took me to her elfin grot,
그녀는 나를 요정 동굴로 데리고 가서
And there she wept and sighed full sore,
그곳에서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비탄에 가득찬 한숨을 쉬었소.
And there I shut her wild wild eyes
그리고 그곳에서 난 그녀의 야성적인 눈을 감겼소.
With kisses four.
네 번의 입맞춤으로
 
And there she lulled me asleep
그리고 그곳에서 그녀는 나를 어르듯 잠재웠고
And there I dreamed - Ah! woe betide! -
그곳에서 나는 꿈을 꾸었소 - 아 슬프게도!
The latest dream I ever dreamt
내가 꾼 가장 마지막 꿈을
On the cold hill side.
이 싸늘한 산허리에서.
 
 
22.jpg
 무자비한 미녀(1901), Henry Maynell Rheam (1859-1920)


I saw pale kings and princes too,
나는 창백한 왕들과 왕자들을 보았소.
Pale warriors, death-pale were they all;
창백한 용사들도, 그들은 모두 죽음처럼 창백했소.
They cried - 'La Belle Dame sans Merci
그리고 그들은 부르짖었소.
Hath thee in thrall!'
무자비한 미녀가 그대를 노예로 삼았구나!’
 
I saw their starved lips in the gloam,
나는 어스름 속에서 섬뜩한 경고를 하는
With horrid warning gaped wide,
그들의 굶주린 입술이 크게 벌어진 것을 보았소.
And I awoke and found me here,
그리고 나는 잠에서 깨어 내가 여기
On the cold hill's side.
이 싸늘한 산허리에 있음을 알았소.
 
And this is why I sojourn here
이것이 내가 홀로 창백한 모습으로 해매며
Alone and palely loitering,
이곳에 머무는 이유라오.
Though the sedge is withered from the lake,
비록 사초는 호숫가에서 시들고
And no birds sing
새들도 노래하지 않지만


77.jpg
 La Belle Dame Sans Merci - Frank Cowper (1877-1958)



  여기에 등장하는 여인이 말 그대로의 무자비한 미녀인지 아니면 시, 문학, 이상 등의 초월적인 무언가를 상징하는지는 독자들의 상상에 맏겨질테지만 키츠는 지난 날의 기억들이 아름다운 요정에게 홀린 듯 아득한 꿈으로 느껴졌나 봅니다.






[정나원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3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