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The Rose, 장미와 인생 [음악]

글 입력 2016.04.19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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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ose라는 노래가 있다.
이 노래는 미국의 전설적인 보컬리스트
'재니스 조플린'의 인생을 담은 동명 영화의 삽입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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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니스 조플린은 미국 음악사에 한 획을 그은 가수다.
블루스 락, 사이키델릭이 유행하던 1960년대에 등장한 최초의 '백인 여성 블루스 가수'로,
"백인들을 블루스를 할 수 없다.
들은 음악에 영혼을 싣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라고 주장했던 블루스의 대가 머디 워터스도
그녀의 음악을 듣고는 '백인 블루스'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고 한다. 

그녀는 또한 미국의 락 역사상 첫 여성 보컬이기도 하며, 현재까지 가장 뛰어난 여성 보컬이라고 평가받는다. 1966년 빅 브라더 & 홀딩 컴퍼니의 보컬로 정식 활동을 시작해 1970년 헤로인 과다 복용으로 사망할 때까지 그녀의 음악 활동 기간은 고작 4년 남짓이지만, 그녀가 남긴 두 장의 솔로앨범과 빅 브라더 보컬 시절의 음악들은 아직까지도 전설로 남아 있다. 이런 그녀의 인생을 담은 영화가 바로 마크 라이델 감독의 'The Rose(1979)'이다. 사후 10년이 채 안 되어 그 삶에 대한 영화가 제작될 정도니, 전설이라는 평이 전혀 과하지 않은 듯하다.





음악 'The Rose'는 이 영화에서 주인공 로즈(재니스) 역을 맡은
베트 미들러가 직접 부른 곡이다.
언뜻 들으면 연인의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삶에 대한 조언처럼 들려온다.





The Rose

Some say
누군가 말했어요
love it is a river that drowns the tender reed.
사랑은 연약한 갈대을 삼켜버리는 강물이라고...
Some say 
누군가 말했어요
love it is a razor that leaves your soul to bleed. 
사랑은 영혼에 상처입혀 피 흘리게 하는 면도날이라고... 

Some say
누군가 말했어요 
Love, it is a hunger and an endless aching need. 
사랑은 끊임없이 아파하는 갈망이라고... 
I say love it is a flower 
하지만 난 사랑은 한 떨기 꽃송이라고, 
and you it's only seed. 
그리고 당신은 바로 그 씨앗이라고 말하죠 

It's the heart, afraid of breaking 
아파하길 두려워하는 마음은 
that never learns to dance. 
결코 춤추는 방법을 배우지 못 하죠 
It's the dream afraid of waking 
깨어나길 두려워하는 꿈은 
that never takes the chance. 
결코 기회를 잡을 수 없어요 

It's the one who won't be taken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는 
who cannot seem to give. 
베풀 수도 없을 것 같아요 
and the soul afraid of dying 
그리고 죽기를 두려워하는 영혼은 
that never learns to live. 
결코 사는 걸 배우지 못해요 

When the night has been too lonely 
너무나 쓸쓸한 밤을 보냈고 
and the road has been too long 
너무나 멀고 험한 길을 걸어 왔을 때 
and you think that love is only 
사랑은 오직 운이 좋고 강한 사람만을 위한
for the lucky and the strong, 
것으로 생각하겠죠 

Just remember in the winter
그러나 기억하세요. 매서운 겨울날 
far beneath the bitter snows
차가운 눈 더미 속에서도 
Lies the seed that with the sun's love 
봄에 태양의 사랑으로 
in the spring becomes the rose. 
한 송이 장미로 피어날 씨앗이 있다는 것을.

-가사 제공 : 네이버 뮤직-





   내가 The Rose라는 노래를 접한 건 고등학생 시절, 가장 좋아하는 아일랜드 출신 보이밴드 '웨스트라이프'의 리메이크 버전을 통해서였다. 한창 리메이크를 많이 하던 시절, 웨스트라이프는 [The Love Album]이라는 타이틀로 잔잔한 사랑 노래들을 모아 리메이크 앨범을 냈는데 그 중에 이 노래도 삽입되어 있었다. 노래가 잔잔하고 느린데다 4행씩 딱딱 떨어지기 때문에, 영어 실력이 아주 좋지 않아도 가사가 귀에 쏙쏙 들어온다. 그런데 가사가 너무 좋아서 이 노래에 폭 빠져버렸다.

   사람들은 사랑은 아픈 것이라고 말하며, 사랑하기를 머뭇거리도록 만드는 말들을 한다. 고단한 삶에서 사랑이란 꿈도 꿀 수 없는 것이고, 만약 당당하고 아름답게 사랑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은 운이 좋거나 강인한 사람들이라고. 내가 사랑이 무서워 포기했으면서 다른 사람들도 사랑하지 못하도록 훼방을 놓는다.
   하지만 사실 사랑이라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며, 힘든 삶 속에도 아름답게 피어날 수 있는 사랑의 씨앗이 숨어 있다. 그것은 쟁취하는 사람의 것이며, 감히 도전하지 못하는 사람은 사랑하는 법을 배울 수 없다.

   이 '사랑'이 꼭 남녀 사이의 사랑만은 아닐 것이다. 사람에 대한 사랑일 수도 있고, 일에 대한 사랑일 수도 있으며, 꿈에 대한 사랑, 나 자신에 대한 사랑일 수도 있다.


And the soul afraid of dying that never learns to live.


   가장 와닿는 말이었다. 죽기를 두려워하는 영혼은 사는 법을 배우지 못한다. 나는 내가 하고 있는 일에 회의감이 들 때나, 내가 내 일에 전념하지 못하고 있을 때 종종 이 가사를 떠올린다. 제대로 꿈에 부딪쳤다가 상처입은 채 현실로 돌아와 좌절하는 것이 두려워서, 항상 한 발짝 현실에 발 붙이고 안전한 선에 도전하는 자신이 부끄러워지곤 한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여지껏 세게 부딪쳐본 적이 없다. 어쩌면 나는 제대로 살고 있지 않은 걸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을 할 때마다, 이 노래가 단순히 남녀 사이의 사랑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만은 아니라고 느꼈다.

   재니스 조플린에 대해 알고 나서 생각해보니, 이 노래는 그녀의 인생에 대해 보내는 노래라는 생각도 든다. 그녀의 삶에 헌정하는 영화의 주제곡이니 분명 그럴 것이다. The rose, 장미가 바로 그녀의 삶을 담은 영화의 주인공이기도 하고, 그녀의 인생이기도 하다.

   그녀가 '영혼을 담아야 하는' 블루스 음악에서 인정받을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사랑'아닐까? 그 순간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모든 것을 쏟아붓는 그 열정. 나를 묶고 있는 다른 사람들의 말과 나 스스로의 말을 벗어던지고 오직 노래 부르는 데에 혼을 담았기 때문에, 머디 워터스에게도 '영혼을 담은 블루스'로 인정받지 않았을까. 청소년기에는 못생긴 외모 때문에 전교생들에게 따돌림 당하고, 대학은 중퇴하고 클럽을 전전하며 노래를 하던 그녀. 힘든 삶에서도 꽃을 피워내, 빌보드 차트 1위에 빛나는 곡들을 내놓고 사라진 재니스. 비록 그 꽃이 너무 일찍 저버리기는 했지만, 그리고 성공 이후에도 끊임없이 외로웠을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그녀의 노래에만큼은 온 힘을 다하지 않았을까.

   온 힘을 다해 사랑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때로 부럽다. 나도 부서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힘껏 사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도 장미꽃으로 피어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류소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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